고교 12학년 학생들은 요즘 한창 대학 입학 신청서 준비로 바쁠 때이다. 미국에 있는 수천 여개의 대학 가운데 입학을 신청할 불과 몇 개 대학만을 따로 선별해 내는 일은 학생과 부모 모두에게 여간 고달픈 일이 아니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본다.
브롱스 출신의 데이빗 바우어군은 2005년도 인텔 과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올 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 후 불과 며칠 뒤 바우어군은 또다시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이비리그를 비롯, 미국의 우수 명문대학을 모두 제쳐두고 올 가을 뉴욕시립대학(CUNY)의 어너 칼리지로 진학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지만 인텔 대상 상금으로 10만 달러를 거머쥐었고 그 정도 실력이면 장학금도 충분히 보장 받을 조건이었기에 사립대학 학비가 부담됐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 바로 CUNY 시티 칼리지라고 판단했고 결국 유기화학과로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그의 용기 있는 결정에 미국인들은 박수를 보내는 한편, 대학 간판이나 우수 명문대학에 편중된 미국 대학교육의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흔히 한인들도 대학의 간판을 보고 장차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똑똑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특정 대학에 가야 한다거나 남들이 다 우수 학교라고 평하니까 또는 무조건 아이비리그 대학이라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고 자녀를 몰아가는 부모들이 많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학의 간판이 아니다. 이보다는 대학 4년을 학생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며 학업 할 수 있는지, 자기발전은 물론 알차게 보낸 대학생활을 토대로 사회 진출 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하다. 부모의 강요나 대학 간판을 따라 어쩔 수 없이 진학한 대학이라면 4년간의 대학생활이 자신의 삶에 있어 악몽의 세월로 기억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행일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 후 적응에 실패하면서 남들보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할 위험만 커진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지도, 진학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과 실제로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갈등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스스로 4년간 만족스럽게 대학생활을 지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인지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러자면 우선 스스로 자신의 자격을 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학업성적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좋은 대학만 지원하겠다고 고집 부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원할 대학을 선정할 때에는 입학하고 싶지만 합격을 자신할 수 없는 상위권 대학, 입학 가능성이 높은 안정권 대학, 합격이 확실한 대학 등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눠 골고루 지원하도록 한다. 또한 자신의 학업습관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강의 위주의 수업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토론 위주의 수업을 좋아하는지 학생마다 선호하는 바가 모두 다르다. 대학마다 특성 있는 강의 형태가 있고 이 같은 수업방식의 차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도 큰 차이를 드러낼 수 있으므로 고려해야 한다.
대학에 따라서는 학생들을 호되게 달구며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보이기도 하고 학생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학교도 있다.강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대학의 크기도 학생들의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의 규모에 따라 각각 장단점은 있기 마련. 주로 공립대학이 규모가 큰 편이고 사립대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규모가 큰 대학은 교수진이 많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도 많으며 다양한 학생활동도 활발하다. 활동성 있는 학생이라면 이같은 환경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쉽게 적응할 수 있겠지만 큰 규모의 대학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제 몫을 찾지 않으면 소외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대학은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낮아 대화를 나누고 학문에 대해 토론할 기회도 많아 상당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친밀하고 규모가 작아 서로를 잘 알다보니 사생활 보장이 어려운 면이 있고 수강할 과목이나 학생활동의 선택폭이 넓지 않은 면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규모에 따라 도서관이나 연구실 등 부속시설에도 큰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대학의 학비도 진학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공립대학이 사립대학에 비해 학비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지만 사립대학이라고 무조건 모두 비싼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립대학은 학비지원을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부모의 재정 부담이 훨씬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각 대학에서 제시한 학비보조 내역서를 세밀히 비교 검토해야 한다.대학의 위치나 지역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도시 생활이 익숙한 학생이 외곽 전원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적응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 곁을 멀리 떠나 멀리 타주의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지, 주말 또는 언제든지 원할 때 부모 집을 방문할 수 있는 거리의 학교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집근처 학교에서 통학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 곁을 멀리 떠나고 싶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입학 신청서 제출시 거주지 인근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을 한 곳쯤은 포함시킬 것이 권장된다. 학교 입학에 앞서 갑자기 부모가 실직하거나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정 사정으로 원했던 먼 거리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할 대학은 합격률과 졸업률, 졸업생들의 취업률과 사회진출 분야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전공학과 경쟁률을 더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 신입생들은 전공학과 미정으로 입학하지만 정작 3학년 때 전공학과를 결정할 때 경쟁에서 밀려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학교의 특징도 중요하다.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종교적 색채가 짙은 경우도 있다. 파티문화를 즐기는 학교가 있는 반면 상당히 학구적인 학교도 있다. 자신이 스스로 적응할 수 없는 분위기나 특성을 지닌 학교라면 되도록 피한다. 이상의 여러 가지 학교마다 장단점과 특성을 살펴보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정보를 수
집해야 한다.
학교 웹사이트를 방문해 캠퍼스 생활은 어떤지, 학보지에는 어떤 글들이 실리는지 살펴보는 것도 학교의 특성을 살펴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 진학 박람회에 참석해 학교 관계자들이나 원하는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고 필요하다면 학교에 전화해 학생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하는 대학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웹사이트나 책자로만 살펴봤을 때, 또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판단했을 때와는 달리 막상 학교 캠퍼스에 발을 딛고 나면 자신의 생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종합대학에서부터 공과대학, 음악·미술 예술대학 등 특성화된 대학이 있는가 하면 여자대학, 사관학교, 순수교양 학부 교육에 중점을 둔 단과대학인 리버럴 아트 칼리지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처럼 수많은 수천 개의 대학 가운데 자신에게 꼭 맞는 대학은 분명히 있다. 그것도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학을 찾을 수 있으므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장래 꿈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진학할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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