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 불필요한 선거다. 그래서 투표는 더욱 중요하다. 다음 주 캘리포니아의 특별선거는 왜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는 선거이고 돈과 노력, 모든 자원의 낭비라며 54%가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가 실시되는 이상 투표는 꼭 해야한다. 안해도 좋을 선거에 너무 중요한 사안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교육, 빈민층의 복지, 소수계의 정치력 등이 자세한 내용도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불필요한 선거인가. 며칠전 LA타임스에 이런 의견이 실렸다. “난 오늘 부재자투표를 하여 우송했습니다. 모든 발의안에 ‘No’ 반대를 했지요. 주민발의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이제 지겹습니다. 우리는 주의 법규를 제정하고 주 행정을 잘 하라고 대표를 선출했습니다. 서로 타협하여 난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싸움만 하며 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이들 중 어느 한쪽을 편들어주기 위한 특별선거에 내가 낸 세금이 쓰이는 게 난 정말이지 싫습니다. 우리가 뽑아놓은 그들이 통치를 못하겠다면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뽑게 해주십시요“
이번 특별선거는 편싸움이다. 취임후 지난 2년동안 공화당 보수색깔이 점점 짙어진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진보적인 민주당이 장악한 주의회의 팽팽한 세력전쟁이며 민주당 지지 노조와 주지사의 싸움이고, 공화당 지지 기업들과 주의회의 대결이다. 이번 선거에 부쳐지는 8개 프로포지션(발의안)의 이슈들은 모두 중요하다. 특히 주지사가 정치생명을 걸고 지지하는 4개의 발의안은 주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다. 전문가들이 제안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의회와 행정부가 충분히 토의한 후 타협하여 결정할 사안들이다. 그런데 서로가 힘겨루기에 급급해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양보 못하니 주민들이 결정해달라고 투표에 부친 셈이어서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번 특별선거를 반대하는 주요원인중 하나는 돈이다. 사실 몇 달만 더 기다려 어차피 시행되는 6월 예선때 함께 치르면 될 선거인데 ‘특별히’ 따로 치르느라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 모금된 2억3천만달러의 선거자금은 엄청나지만 그건 각 이해집단이 낸 돈이라고 친다 하자. 그런데 선거 경비로 지출될 주 예산도 무려 5천만달러다. 이번선거의 최대쟁점이 무엇인가. 주정부의 재정난이다. 정부에 돈이 없다해서 빈곤층 남성들의 전립선암 치료예산 3백만달러가 삭감되었고 영어교재비 2천만달러 신청이 거부되었으며 주립공원관리비 9백만달러도 깎여나갔었다.
슈워제네거는 8일의 투표율이 제발 낮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발의안들인 프로포지션 74, 75, 76, 77등 4개가 모두 부결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표밭이다. 공화당원보다 민주당원이 150만명이나 많다. 다수의 민주당원들은 기권하고 소수이지만 열성적인 보수파 공화당원들의 표만 모은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세상이란 투표하는 소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는 공화당 참모의 자신만만한 말을 듣고도 이번 선거에 기권하는 사람은 “나 바보 아냐?”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한인이라고 의견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또 같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물론 당도 다르니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심심치않게 찬반의견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비밀선거’이지만, 또 당일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은 “모두 No”라고 대답한다. 어느 프로포지션도 현행보다 더 나은 해결책으로 공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뀌는 와중에서 사회의 약자인 빈곤층, 노인, 소수계가 희생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지사에게 예산삭감 전권을 부여하는 프로포지션 76에 대한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다행이다. 이 발의안이 통과되면 재정위기시 주지사는 어떤 지출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삭감할 수 있는 한편 새 예산 편성 권한도 갖고 현행법으로 확보되어있는 교육예산도 깎을 수 있다. 물론 슈워제네거의 슬로건 “수입한도 내에서 지출하자”는 백번 맞는 말이다. 수입이 줄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어떤 지출을 줄일 것인가이다. 그와 거리가 먼 마이너리티와 빈곤층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주지사에겐 현행법 하에서도 모든 지출안에 대한 거부권이 있다. 이미 ‘수입한도 내에서’ 살림할 수 있는 권한을 다 가진 상황에서 제왕도 아닌데 무슨 권한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집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내년 재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특별선거에서 전세가 예상보다 불리해지자 주지사는 막바지 강행군 유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주말엔 ‘마침내’ 한인타운도 방문했다. 취임후 처음이다. 매력있는 인기스타 주지사의 첫 나들이인데 좀 늦었다 해도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그가 획기적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하는 그의 발의안들은 우리가 박수갈채를 보내기엔 너무 위험해 보인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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