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덟번째 작품이라니 새삼 다시 보인다.
언제 그렇게 많이 찍었던가. 그러고보니 어느덧 스물일곱살이다. 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확실하게 승부수를 띄워야할 나이. ‘다행히’ 그에 맞게 성장해줬다.
배우 박진희가 11일 개봉하는 ‘러브 토크’(감독 이윤기, 제작 LJ필름)를 통해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달라졌고 연기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며 웃는다. 가을이 붉게 물든 삼청동에서 그를 만났다.
◇ 변했는가, 그대로인데…
박진희는 ‘러브 토크’에 출연한 후 똑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왜 출연했나. 그만큼 그의 이전 선택들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상처를 받은 세 남녀가 LA에서 보내는 치유와 방황의 시간들을 그린 ‘러브 토크’는 예술영화의 범주에 묶인다. 자연히 그의 연기 역시 달라졌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유독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난 달라진 게 없는데 주변에서는 달라보이는 모양이다라며 ‘진심으로’ 의아해 한다.
굉장히 특별한 작품인 것은 분명한가봐요. 하지만 전 전작들을 선택할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선택할 당시 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변신, 혹은 성장에 대한 의도나 목표의식에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것. 구체적으로 그는 직전에 출연한, ‘러브 토크’와 확연히 다른 로맨틱코미디 ‘연애술사’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못박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계절이 바뀌듯 소리없이 바뀐 것.
그는 반문한다. 그렇다면 예전 제 모습은 어땠다는 말인가요.
하이틴 스타였다고 했더니 목을 뒤로 젖히며 깔깔 웃었다.
그러나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자. 데뷔작 ‘여고괴담’에서부터 ‘연풍연가’, ‘간첩리철진’, ‘산책’, ‘하면 된다’, ‘별’, ‘연애술사’. 본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러브토크’는 분명 그의 변화를 대변한다.
◇ 5년간 질주, 1년6개월간 휴식
박진희는 지난 5월 개봉한 ‘연애술사’ 전까지 1년6개월간 활동을 중단했다.
5년간 달려오기만 했어요. 뭘 고민하고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를 몰랐지요. 잠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만 쉴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면서 1년6개월로 길어졌다.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것처럼 쉬었어요.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다녀왔고 술도 많이 마셨고 잠도 많이 잤지요. 저와 다른 세상이 이렇게 많은데 그동안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됐어요.
그 휴식 이후 그는 주관이 뚜렷해졌고,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그러한 변화는 ‘연애술사’를 거쳐 ‘러브 토크’에서 빛을 발한다.
◇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 만나
’러브 토크’에서 맡은 ‘영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박진희는 지금껏 맡은 역할 중 가장 나와 비슷하고 가장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덕분에 내면 연기가 많이 필요한 성숙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려움 없이 촬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영신의 이미지가 정확하게 떠올랐습니다. 그 이미지 안에서 놀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연기적으로는 가장 쉽게 찍었어요.
다만 해외에서 촬영하는 저예산 영화인 까닭에 절대적인 촬영 스케줄은 고됐다.
해외 촬영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웬걸, 너무 치열했고 여유가 없었습니다. 매 장면 돈, 시간과 싸워야 했지요. 그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장면마다의 고통스러웠던 촬영과정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즉흥적인 연기도 많이 했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지요.
변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성장은 있다.
연기를 함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요. 어떤 연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를 놓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그게 가장 기뻐요. 휴식 후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된 박진희에게는 이제 또다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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