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본국의 한 영자신문에서 “Farewell to Bad Habits”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잠시 얘기하고자 한다. 글의 요지는 한국인들이 알게 모르게 지녀온 나쁜 버릇이 몇 가지 있는데 이를 함께 노력하여 떨쳐내자는 것이다.
글쓴이는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내재하는 다섯가지 두드러진 악습을 열거하면서 이 버릇들만 제거한다면 한국은 훨씬 더 훌륭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첫 번째로 한국인들은 쉽게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를 버리고 남이 잘 하는 것, 남이 잘 되는 것을 칭찬할 줄 알아야겠다고 그는 지적한다. 우리가 남이 잘 하고 잘 되는 것을 바로 용인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한국에만 있을 것 같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속언에도 잘 드러나 있다.
최근 한국정부가 부유층을 겨냥한 부동산 중과세 정책을 집행하게 된것이나 서울대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식, 비공식으로 거론될 수 있는 것 등도 근본적으로 남이 잘되는 것을 질시하는 우리의 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질적 효과는 차치하고 그러한 정책이 입안될 수 있고 집행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유층에 대한 시기심과 맞아떨어진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혁신이 성패를 좌우하는 이 시대에 경쟁을 통해 ‘최우수’를 지향하는 것이 순리로 받아들여지기에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안 나오는데...
두 번째로 우리는 지나친 자존심으로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얕보는 성향 또는 남을 습관적으로 깔보고 무시하는 교만한 버릇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버리고 보다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들이나 소위 조선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또는 일반적으로 백인에 비해서 흑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과연 적절하고 정당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또 다른 사람을 쉽게 비난하고 탓하는 버릇을 우리가 버려야 할 세 번째 악습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둘러보아야 하고 따라서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반사적, 충동적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겠다. 언제 어디서나 남을 쉽게 비난한다는 것은 결코 품위 있는 태도도 아니고 전혀 용감한 행위도 아닐뿐더러 성숙한 행동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게 다 미국 때문이다” 아니면 “일본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아주 쉽고 흔하게 남을 손가락질한다. 또 “내가 이렇게 못 살고 출세하지 못하는 것도 다 부유층, 기득권층 때문이다”라고 푸념한다. 그게 과연 사실일까? 우리는 이런 주장의 진실성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운동권 학생이 경찰과 맞서 시위를 벌이다가 병역의무를 필해야 할 때가 되면 보다 편하고 쉽다고 여겨지는 (의무)경찰이 되어 동료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행위라든가, 반미의 첨병이던 학생이 ‘카투사’라는 이름의 미군 소속 병사가 되기를 꺼려하지 않는 것, 반미주의 학자가 자기가 쓴 책에서 자신이 미국에서 공부하여 학위를 취득한 사실을 자랑스러운 듯 밝히고 있는 것, 또 그런 사람이 자기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있는 것, 등등이 모두 일관성이 결여된 사고이며 행동이다.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을 필요에 따라 쉽게 쥐었다 놓았다 하는 습성이야말로 하루빨리 버려야 할 우리의 모순과 자가당착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많은 일에서 지나치게 감정적, 감성적인 반응을 보이고 국민정서에 쉽게 휩쓸리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 역시 떨쳐야 할 나쁜 버릇이다. 우리의 초고속 발전이 ‘열정’이라는 우리의 감성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감성이 이기적 행위로 나타날 때 우리의 자유가 위협 당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강조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맹목적 민족주의자나 무조건적 국수주의자들이 외치는 큰 목소리에 쉽게 휩쓸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보듯이 한국인들은 아직도 일체의 구속이 없는 완전한 자유를 향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이러한 감성적 성향을 이용하여 작금의 정치권력은 여러 가지 자극적 정책을 펼침으로서 빈과 부, 노와 소, 그리고 보와 혁의 대립, 갈등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감성적 버릇에서 탈피하여 합리성을 추구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생각건대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이유가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이에 위에서 지적한 나쁜 버릇들만 떨쳐버린다면 한국은 진정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생각이자 필자의 생각이다.
장석정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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