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일기
▶ 오하이오주내 14개 매장 TNT패션 한만요 대표
현금 1만달러를 카트리나 성금으로 쾌척해서 한인 사회를 놀라게 했던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사업가 한만요씨. 의류, 미용재료 관련 14개 매장을 산하에 두고 있는 TNT 패션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가 걸어왔던 사업 역정과 경영 철학에 대해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차 몰고 중남부 지역 세일즈
한만요씨는 1976년에 포병 장교 출신으로 군 제대 후, 먼저 이민 와있던 가족들을 뒤따라 미대륙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병역법상 군 생활을 중단하고 함께 이민을 떠날 수 있었으나 ROTC장교로서 힘들게 시작한 군 복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의 포병부대에 홀로 남기로 결심한다. 계곡을 잘 보고 포탄을 유도하기 위해 지도를 잘 보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것이 미국에서 지도를 보고 생전 가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 세일즈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친구, 선후배도 없고 말은 잘 안 통하는 등 어려움은 많았다고 한다. 그가 택한 길은 집안의 미래가 달린 가족 사업에 전념해서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었다.
당시 28세였던 한만요씨는 혼자서 차를 몰고 한달 보름을 미중남부 대륙을 달리며 가발 세일즈를 하기 시작했다. 클리브랜드-콜럼버스-인디애나폴리스-캔사스-디 모인-오클라호마-달라스-휴스턴-뉴올리언스-잭슨 미시시피-버밍햄 알라바마-몽고메리-마이애미-사바나 조지아-애틀란타-클리블랜드 등등 한씨의 미국판 실크로드는 장구했다. 그는 졸음을 참고 밤새 운전해서 찾아간 도시의 모텔에 들어가서 전화번호부의 뷰티 살롱, 가발 가게 같은 원하는 업소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찢어낸 뒤, 기존 거래처와 너무 근처에 있지 않은 곳을 골라 찾아갔다고 한다. 킴스 윅(Kim’s Wig), 리스 윅(Lee’s Wig), 다운타운 윅 등 한인 가발 업소들은 이름이 비슷해서 찾기는 쉬웠습니다. 잭슨 미시시피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전화번호부를 열었는데 이미 원하는 부분을 누가 찢어 가서 당황한 적도 있었지요. 길도 잘 모르는 곳에 지도만 보고 찾아가고 때로는 원 웨이 길에 잘못 들어가기도 하는 등 잘 몰라도 젊고 배짱이 있어서 무엇이든 가능했던 시절입니다.
한만요씨는 가게에 처음 들어가서 진열돼 있는 물건을 보고는 주인이 어느 정도 일하고, 어떤 손님들이 많은지 빨리 파악하고 그 가게에 어울리는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집에 남겨 둔 아내와 딸을 한달 반 동안 볼 수 없다는 그리움을 참아가며 이런 발로 뛰는 세일즈를 1980년까지 해냈던 한씨는 가발 산업이 하향세로 돌자 새로운 붐이 이는 의류 사업으로 재빨리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미 사업 기반을 쌓았고 사업 확장에 노하우가 생긴 뒤였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매장 수를 늘려 나갈 수 있었다. 2년 정도를 주기로 매장을 늘려 나갔습니다. 이제는 크레딧을 쌓아서 원하는 샤핑몰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매장을 열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철저한 사람·자금·고객 관리
한만요 TNT 패션 대표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남성 스포츠 의류·신발 매장 5개, 여성 옷 매장 2개, 미용재료상 5개, 달러스토어 2개 등 총14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모두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위치하고 있다. 종업원은 한인 약 20명 포함 총 65명이지만 연매출 2천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의 경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공부할 생각입니다.
한만요 대표의 경영 방식은 철저한 직원 관리와 자금 관리 그리고 고객 관리로 표현할 수 있다. 직원을 관리하는 면에 있어서 그는 미국식보다는 한국식을 고수하고 있다. 매장에 한인 매니저 한 두 명은 꼭 배치해 놓는 한 대표의 매장에는 최근에도 많은 한인들이 입사 지원을 하고 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일단 일할 기회를 줍니다. 그 뒤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 하는지를 지켜보고 그 능력을 평가합니다. 스스로 쉬운 길을 찾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는 더 큰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한 대표는 각 매장 매니저에게는 자체적으로 직원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주되 자신이 그 매니저를 필요로 해서 불렀을 때도 그 매장이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인력을 확보해 놓으라고 주문을 한다. 또한 그는 경기가 안 좋아서 남들이 직원 수를 줄일 때 오히려 능력이 많은 사람들을 잘 선별해서 많이 채용하기도 한다. 경영주들이 주로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나는 넉넉한 인원 활용이 그의 방식인 셈이다.
직원들 골프 즐기게 지원, 업무 효율성 높여
직원들에게는 골프를 가까이 하라고 권유하는 것도 그의 큰 특징이다. 골프 클럽과 복장까지 다 사주면서 골프를 권하는 한 대표는 누구나 골프를 어려워 하지만, 취미를 붙여 놓으면 인생의 성공에 득이 된다고 보는데 골프는 인생과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자기 맘대로 안되고 변화 많고 고통도 뒤따르는 골프를 치다 보면 인생도 배우고 건강도 지키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10년 이상 직원들끼리 치는 골프 비용은 회사 경비로 지원해 주고 겨울에 플로리다에 직원들을 데리고 골프 투어를 가기도 할 정도이다.
한만요 대표는 철저한 자금 관리도 중시한다.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돈은 정해진 기간 안에 반드시 지급해서 크레딧을 유지하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이 잘 될 때에는 항상 여유 자금을 잘 저축해 놓는 꼼꼼한 돈 관리가 필요합니다.
고객 관리도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이다. 물건 하나를 팔 때에도 고객 정보를 잘 확보해 놓아서 명절이나 생일 같은 경우에는 작은 선물이나 쿠폰을 보내 항상 고객들이 다시 자신의 매장을 방문할 가능성을 높이는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철저히 관리를 해도 모든 매장의 매출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다운타운 전체가 경기가 안 좋아 매장을 닫은 적도 있고,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뺏기고 매장을 철수시킨 경험도 있다고 한다. 매출이 만족스럽지 못한 곳은 그 문제점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매니저에게도 연구하라고 해서 그 결과를 놓고 논의합니다. 매니저 개인의 문제이면 매니저간의 교체도 합니다.
성공 위해 젊은 날 자기 희생 필요
워싱턴 D.C에서 변호사로 있는 첫째 딸 한승윤씨, 소아과 의사를 꿈꾸며 현재 시카고 의대에 재학 중인 둘째딸 한승지씨,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어린이 상담을 목표로 사회과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막내 한승옥씨. 이렇게 세 명의 딸을 가진 한만요 대표는 가족 사랑도 대단하다.
이런 한만요 대표가 사업으로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을 위해서는 이런 조언을 남긴다. 열심히 생각하면서 성실히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은 날에는 조금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고 힘이 있을 때 희생하지 않고, 자기가 언제까지나 힘이 넘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세월이 가면 힘이 모자라는 시간이 오고 그때는 의욕이 넘친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제 큰딸에게도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한 시간 늦게 퇴근하면, 지금은 힘들더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앞서 나갈 때가 온다고 말합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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