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최악의 주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월요일에는 태풍 윌마가 부시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목요일까지 구조활동이 지지부진해서 피해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은 오히려 약과라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의 미군 전사자가 2,000명 선을 넘어감에 따라 부시의 이라크 정책이 민주당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점점 증가되는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 여성이라서 인준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대법원 판사로 지명했던 백악관 수석 변호사 해리엣 마이어스 여사가 부시 자신의 보수층 지지자들의 맹렬한 반발을 못 이겨 자진 사퇴하는 수모를 부시가 겪게 되었으니까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 크게 손상된 셈이다. 더군다나 발레리 플레임이라는 CIA 비밀요원의 이름을 2년 전 그의 남편인 조셉 윌슨 대사가 부시의 이라크 전쟁 명분을 비난한 데 대한 보복으로 백악관 최고위 참모들이 몇 기자들에게 발설했다는데 대한 조사를 위임받은 ‘패트릭 핏제럴드’ 특별검사의 최종발표가 오늘 낼이면 발표될 예정이라서 백악관이 잔뜩 긴장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의 최고 모사인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 아니면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가 대배심원(Grand Jury)에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톱 뉴스거리였기 때문이다.
미국사람들도 대배심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신문학교수 시절 시험문제에 그것을 포함시키면 “대법원에 소속되어 있는 배심원”이라는 등 엉터리 답들이 수두룩했던 기억이다. 사실은 대배심원은 재판과 관계가 없다. 영국의 마그나 카타(대헌장)가 제정된 13세기부터 내려온 그 제도는 왕명 아래 있는 관리가 임의적으로 사람들을 기소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각 지방의 보통사람들을 뽑아 그들에게 범죄사실과 어떤 피의자에 대한 증거를 들려주어 그들이 기소여부를 결정케 하는 제도였다. 영국계 이민으로 시작된 미합중국의 헌법에 대배심원 제도가 명기되어 있다. 물론 검사가 독자적으로 피의자를 기소해서 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다. 또는 대배심원을 소집해서 그들에게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할 수도 있다. 연방법에 의하면 대배심원의 정원이 23명이라 형사재판에서 유죄 무죄를 평결하는 12명의 소배심원(Petit Jury)보다 수가 많기 때문에 대배심원이라고 부른다.
전화번호부 아니면 투표권자 명단에서 무작위 선택되는 대배심원의 임기는 18개월인데 6개월 연장될 수 있다. 1주일에 한번 아니면 이틀 대배심원의 회기가 있는데 현재 일당은 40불, 거기에 교통비 4불이 추가된다. 어떤 경우는 연방 대배심원이 은행강도, 금융사기, 테러범들 같은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것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CIA 비밀유출에 대한 핏제럴드 검사에게 소속되어 단지 그 사건만을 전담하기도 한다.
대배심원의 심리는 완전히 비밀인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는 피의자가 대배심원의 심리에 응할 때 변호사조차 대동할 수 없다. 칼 로브가 네차례인지 워싱턴 DC 소재 연방지방법원 3층에 있는 대배심원실에 나타나 핏제럴드 특별검사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을 때도 그의 변호사들은 복도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피의자나 참고증인이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면 복도나 회의실에서 기다리는 자기 변호사와 상담하러 정회를 요청할 수는 있다.
또 대배심원의 심리는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 때는 허용이 안 되는 소문이나 낭설(hearsay)도 대배심원들이 들을 수 있다. 예를 들면 FBI 직원이 출두해서 자기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사안이 이렇다 저렇다 해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것저것 증거를 다 들은 다음 대배심원은 검사가 퇴장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표결하게 된다. 과반수인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피의자가 연방법원의 피고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기소를 안 하면 대배심원 심리가 비밀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조사대상이었던 것조차 밝혀지지 않을 수가 있다. 칼 로브나 루이스 리비 같은 저명인사의 경우는 이 소식통, 저 소식통에 의해 증인으로 출두했다든지 기소대상이라든지가 뉴스거리가 된다. 어제 발표에 의하면 리비가 위증죄 및 수사과정에서 거짓말한 죄로 대배심원의 기소를 받았으며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로브에 대한 결론은 아직 안내린 모양이지만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부시의 잠자리가 편안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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