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차’로 올겨울 따뜻하게
이른 봄 개나리꽃 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나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가장 좋은 약재로 산후통·냉증에 신통한 효험
생강나무와 꼭 닮은 ‘사사프러스’는 미국서 가장 널리 썼던 민간약재

몇 해 전, 한 환자가 찾아왔다. 큰 키에 몸이 몹시 여위었고 한여름인데도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으며 흰 마스크로 눈만 빼 놓고 온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한눈에 중병을 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품 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어 앞에 내밀며 들릴락말락한 음성으로 간신히 말했다.“선생님, 저를 좀 살려 주십시오.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저를 살려주실 분이 없을 것 같아서 멀리서 목숨을 걸고 찾아왔습니다.”“아니,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이 종이에 제 증상이 적혀 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호흡곤란입니다. 기운이 없고 숨이 가빠서 숨을 쉴 수 없습니다. 누워 있어도 숨이 막히고 서 있어도 숨이 막히고 앉아 있어도 숨이 막힙니다.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어서 푹신한 베개를 여러 개 쌓아 놓고 기대어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자세로 잠도 자고 밥도 먹습니다. 게다가 기운이 없어서 10미터도 못 가서 주저앉아버립니다. 집사람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기에 집 앞에 있는 체육공원
에 가서 운동장을 반 바퀴 돌아보았는데 50미터를 걷는 동안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몇 번을 더 주저앉았으며 그 뒤에 열흘 동안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몸이 차갑고 몹시 추워서 삼복더위에도 겨울 외투를 입으며 그래도 몸이 덜덜 떨려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감기가 몇 년 동안 하루도 떠난 적이 없고 천식이 심하며 콧물과 재채기도 많이 나옵니다.몇 년 동안 큰 병원 작은 병원 할 것 없이 온갖 병원을 다 다니면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아보았으나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모르며 아무 병도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병을 고칠 희망이 안 보이던 중에, 선생님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강의 하시는 것을 보고 선생님만이 내 병을 고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를 꼭 좀 살려 주십시오.”나는 이 사람한테 생강나무를 달여 먹도록 권했다. 그는 생강나무 한 봉지를 갖고갔지만 생강나무로 몸이 완전히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뒤에 그는 마스크를 벗고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호흡곤란, 냉증, 천식, 무기력증 등이 모두 씻은 듯이 나았다고 했다. 함께 산행을 했는데 험한 산길을 다섯 시간을 걸어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생강나무 덕택에 죽을병에서 살아났고 그 뒤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 내 제자가 되어 약초꾼으로 입문하였다.

생강나무 잎이 진짜 작설차
가지를 꺾으면 생강과 비슷한 내음이 나는 나무가 있다. 생강처럼 톡 쏘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냄새가 나는 이 나무를 생강나무라고 부른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철 꽃이 제일 먼저 피는 나무의 하나다. 산수유꽃을 닮은 노란꽃이 개나리꽃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다. 생강나무라는 이름 말고도 개동백, 황매목(黃梅木), 단향매, 새앙나무, 아기나무 등 여러 이름이 있다. 미국에도 생강나무와 꼭 닮은 나무가 있는데 이름을 사사프러스(sassafras 학명 laurus sassafras)라고 부른다.

사사프러스는 미국 동부와 남부의 거의 모든 주와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도 자라는 흔한 나무다. 한국의 생강나무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잎을 짓찧으면 끈적끈적한 진이 나오는 점이 다르다. 가지를 꺾었을 때 나는 냄새도 생강나무와는 약간 다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인디언들은 우리 선조들이 쓰던 것과 꼭 같은 용도로 약으로 썼다.사사프러스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썼던 민간약재인 동시에 이름난 향신료다. 인디언들은 수백 년 전부터 어린 나무의 뿌리로 차를 만들어 마셨다. 사사프러스 차는 혈액을 정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등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 초기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사사프러스 껍질을 유럽으로 수출하여 돈을 많이 벌었다.

생강나무 씨앗으로는 기름을 짠다. 가을철에 까맣게 익는 씨앗에는 오래 두어도 잘 마르지 않는 기름이 40퍼센트 넘게 들어 있다. 이 기름은 동백기름이라 해서 옛날 사대부집 귀부인들이나 높은 벼슬아치를 상대하는 이름난 기생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높았다. 옛 사람들은 머릿기름으로 썼지만 요즘에는 고급 식용유로 개발하면 인기가 있을 것이다. 미국
에서는 열매와 뿌리껍질에서 얻은 기름을 고급 향료와 식용유로 썼다. 사사프러스 껍질에서 얻은 향료로 향수와 비누를 만들고 치과에서 구강소독제로 쓰기도 했다.생강나무의 어린잎이 참새혓바닥만큼 자랐을 때 따서 말려 차로 마시기도 마신다. 이것을 작설차라고 부르는데 차나무가 귀했던 북쪽지방 사람들이 즐겨 마셨다. 잎을 따서 말려서 튀각도 만들어 먹고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다. 독특한 향이 나름대로 풍미가 있다. 미국에서는 사사프러스의 어린잎을 차로도 마시고 맥주 원료로도 썼다.

녹차는 성질이 차서 몸이 찬 사람들에겐 좋지 않지만 생강나무 차는 죽은피를 없애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몸속에 쌓인 갖가지 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널리 마셔봄직하다. 생강나무는 다친 상처나 어혈, 멍들고 삔 데, 여성이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잘못해서 생긴 산후풍 등에도 신기하다 싶을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 산 속에서 발을 잘못 디뎌 허리나 발목을 삐었을 때 이 나무의 잔가지나 뿌리를 잘게 썰어 진하게 달여 마시고 땀을 푹 내면 통증이 사라지고 어혈도 풀린다. 이 나무의 잔가지 뿌리껍질을 날로 짓찧어 멍들거나 상처 난 부위에 두껍게 붙이고 이와 함께 잔가지 30-50그램을 진하게 물로 달여서 마신 다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땀을 푹 낸다. 한두 번 이렇게 하고 나면 욱신욱신 쑤시고 아픈 통증도 싹 없어지고 상처도 빨리 낫는다. 북미의 인디언들 역시 사사프러스의 껍질이나 뿌리껍질을 만성 류마티스, 매독, 갖가지 피부병, 상처 등을 치료하고 어혈을 푸는 약으로 썼다. 이 나무는 삐거나 멍든데, 타박상으로 인한 두통, 오한 등에 좋은 효험이 있다.

이 나무의 잔가지나 껍질을 차처럼 달여서 늘 마시면 두통, 기침, 배아픔, 근육통, 간염, 관절통, 냉증 등이 두루 없어진다. 북미의 인디언들은 기침을 멎게 하고 변비를 없애며 뱃속에 가스가 찬 것을 없애는 약으로 이 나무의 껍질을 달여서 먹는다. 생강나무는 간장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황달이나 만성간염에 머루덩굴 35-40그램, 찔레나무뿌리 10-20그램, 생강나무 20-30그램을 물 1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밥 먹고 나서 마신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는 사사프러스에 들어 있는 사프롤(safrrle)이라고 하는 성분이 동물실험 결과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여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인디언 전통 치료사들과 약초
전문가들은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사프러스차를 마셨으나 한 사람도 간암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하여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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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통, 냉증에 신통한 효험
산후통에는 생강나무가 특효약이라 할만하다. 생강나무 줄기나 잔가지를 아무 때나 채취하여 잘게 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렸다가 약으로 쓴다. 생강나무줄기나 잔가지를 썰어 말린 것 40-60그램에 물 1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눠 식후에 마신다.
저녁에 잠자기 전에 마시고 나서 방을 뜨겁게 하여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푹 내면 효과가 더욱 빠르다.

일주일쯤 먹으면 몸에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듯한 느낌, 찬물에 손을 넣지 못하는 증상, 두통, 식은땀이 나는 것 같은 증상이 90퍼센트 이상 없어진다. 산후통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은 대개 보름 이내에 없어지지만 쇠약한 몸이 회복되기까지는 3-4개월이 걸린다. 대체로 백인들은
몸의 열을 끊임없이 식혀 줘야 건강하고 반대로 한국 사람은 끊임없이 몸을 데워 줘야 건강해진다.생강나무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가장 좋은 약재다. 생강나무 잔가지나 껍질을 차로 달여 마시면 몸이 얼음장 같은 사람도 난로처럼 따뜻해지며 추위를 타지 않게 된다. <문의 201-259-8450, 845-782-4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