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환자 150만 명, 아동 환자 350만 명보다 적지만
지난 4년간 치료약 복용 증가율 아동 57%, 성인 98%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과 혼동, 증세 발견 어려워
“게으르다, 이상하다, 어리석다” 지적받았으면 ‘가능성’
10%는 업무 효율성 높이려 복용…과다처방 문제 지적도
로버트 터디스코(40)는 뉴욕시 검사로 일할 때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결핍증)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열정적으로 수사에 임했고 머리를 많이 쓰여 하는 다이내믹한 직업에 만족했다. 그러나 터디스코는 검사직에서 은퇴한 뒤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업무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폭주하는 서류들을 제대로 챙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터디스코는 이렇게 몇 년을 보냈다. 도저히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정신치료사를 찾아갔다. 뜻밖에 ADHD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흥분제를 처방받았다. 법정에 섰을 때 그는 이런 흥분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류들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데는 이 약이 필요했다. 이 약 없이는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ADHD는 어린이에게서 종종 보이는 증세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성인에게서도 이러한 증세가 나타나며 오히려 어른들에게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최근 소개했다.
ADHD는 더 이상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인이 ADHD 판정을 받는 경우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의약관리사인 ‘Medco Health Solutions’가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ADHD관련 약을 복용하는 20-64세 성인이 지난 2000년 75만8,000명에서 2004년 현재 150만 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단순 수치로 따지면 ADHD 치료약을 복용하는 어린이가 350만 명으로 성인보다 많지만 이 약을 복용하는 성인의 수가 앞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성인 가운데 주위로부터 “게으르다” “이상하다” “어리석다”는 말을 수년간 들어 온 사람은 일단 ADHD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두뇌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의 ADHD는 주의가 산만하고 행동이 지나치게 분주한 경우 둘 중의 하나 또는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난다. 그래서 학교에서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이 증세가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ADHD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성인 ADHD 환자는 일을 지체하고 정돈이 잘 안 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마감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차 열쇠를 잃어버린다고 해서 모두 ADHD 환자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미정신치료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해야 ADHD 환자로 진단할 수 있다. 물론 성인이 돼서 갑자기 ADHD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 싹이 움트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성인 ADHD 환자들을 진단할 때는 반드시 어린 시절을 파악하는 작업을 한다. 그 이후에 각성제 암페타민(amphetamine), 리탈린(ritalin), 아데랄(adderall), 콘세르타(concerta), 스트레테라(straterra) 등 약을 처방한다. 환자는 괴롭지만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어 희색이다. 2002년 ADHD 관련 약 매출액은 7억5,900만 달러였다. 그런데 2004년 31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병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하지만 정작 병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까지도 병으로 오인해 불필요하게 과다한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ADHD 치료를 원하는 사람 가운데 10%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보다 활기찬 삶을 기대하며 처방을 원한다는 게 의사들의 전언이다. 의사들이 약을 너무 쉽게 처방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의사들은 ADHD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약을 처방한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ADHD 약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시카고에서 비만 상담가로 일했던 린다 코디스(53)는 아들 크리스로부터 ADHD에 관해 알게 됐다. 크리스는 대학원 재학 중 ADHD 진단을 받았다. 한 동안 일에서 손을 놓았다가 지난해 다시 일터에 나간 린다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일에 압도됐고 비생산적이었다. 말은 빠르게 잘하고 행동도 민첩했지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는 데는 벅차다는 것을 절감했다.
린다는 4개월 동안 노력했다. 그래도 진척이 없었다. 정신치료사에게 갔다. ADHD 판정이 내려졌다. 린다의 남편 테드(56)와 딸 아만다(21)도 마찬가지였다. 린다는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하면서부터 직장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다시금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었다. 삶이 정상 궤도에 재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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