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사람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인 건강을 둘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하나는 육신의 건강이요, 다른 하나는 마음과 영혼의 건강이다. 육신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은 인간의 몫이지만 영혼의 건강은 하늘의 몫이다. 이 가운데 육신의 건강은 아무런 제목이 없어서 그때 그때 다르게 약해진다. 즉 젊어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살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하지만 중년에 들어서면 가슴이 아프고 노년에 접어들면 눈이 아파지게 된다. 그런데 하늘의 몫인 영혼의 건강은 그 사람이 한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차트가 매겨진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하늘의 몫인 영혼이라고 우리가 말을 해도 영혼의 건강은 어떻게 살아가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그 기록 작성이 되는 것이다. 요사이 이민 1세들이 미국에 이민와 오랫동안 고생 고생하다 애들도 다 키워놓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으니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떠나고 있다. 나도 이민 1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그들은 건강 때문에 그렇게 이승을 떠나지만 영혼은 살아있다. 그 영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빛으로 보여주고 떠나기를 원한다. 그것이 죽은 자의 말없는 말이 아닐까. 이는 먼저 간 자가 살아있는 우리에게 던져주고 가는 교훈이다. 많은 이민 1세들이 하나, 둘 떠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바라보며 또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명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혼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지 말고 살아야 할 것들이 좀 많은가. 남을 해치지 않고 남에게 손해 되는 짓을 말며 남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지 말고 또 남을 속이지 말 것이며 남을 미워하지도 아니하고 남을 기만하지 않으며 남에게 사기도 치지 말며 남의 돈을 떼먹지도 말고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말며 말 한 마디라도 남에게 따뜻하게 하고 남을 가슴아프게도 말 것이며 무례하지 말고 남을 욕하지도 말며 남을 슬프게도 말고 남을 때리지도 말며 남을 해하지도 말 것 등등을 죽은 자는 가르친다.
이는 모두 살면서 무심히 넘어가고 또 저지르기 쉬운 것들이다.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이런 것들을 잘 지켜 나가면 그 사람의 영혼은 건강해지는 것이다. 영혼의 건강에는 명약이 있을 수 없다.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이러한 실수들을 알고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명약이다.
영혼은 결국 하늘의 몫이고 하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을 잘 지켜주고 살아주기를 원할 것이다. 영혼은 아무리 하늘의 몫이라고 해도 우리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하늘이 준 명령이고 교훈이다. 생활에서 범하기 쉬운 이런 것들을 하늘은 사람들이 지켜주기를 원한다. 그것만 잘 지켜지면 하늘의 몫인 우리 영혼이 깨끗해지고 건강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여름의 푸른 나무에 비유해 보면 답이 나온다. 무성한 푸른 잎새에도 병든 잎파리가 있다. 한 여름에도 병든 잎새가 있으면 그 가지는 여지없이 그 잎을 떨어뜨린다. 푸른 잎은 물이 많이 차서 무겁다. 그래도 나무는 무겁지만 그 잎이 싱싱하고 희망차기 때문에 꽉 쥐고 놓지를 않는다. 우리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나뭇잎처럼 세상에서 떨쳐버림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이 세상은 병든 잎새처럼 나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우리는 육신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건강해야 한다. 만일 내가 건강하지 않고 비실비실하다면 가정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한여름의 무성한 잎 가운데 하나의 병든 잎새나 마찬가지다.
가지가 병든 잎새를 맥없이 떨어뜨리듯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내가 붙어있기가 어렵다. 또 내가 붙어 있으려고 해도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건강할 때 모든 것이 나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 가정, 한 직장,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몫을 다하기 위해 건강은 꼭 있어야 한다. 건강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 지켜 남에게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건강을 지키고 보살필 때 ‘나’라는 존재는 빛 바랜 나뭇잎처럼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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