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재(은행인)
어느 회합이나 공동체를 막론하고 약방에 감초 끼듯 튀는 사람 한 둘은 꼭 있게 마련이다. 주제 파악도 못한 채 튀는 사람은 분위기에 휩싸여 단순한 조크로 끝나지만 목적의식을 갖고 튀는 사람은 반대급부를 노리기 때문에 해악을 끼칠 때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 거개가 능력이 신통치 못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결국 자가발전으로 남에게 보이려 안간힘을 쓰니 보기에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고사(古事)에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송곳은 자루 속에서 자기 스스로 자루를 뚫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자루를 들쑤석거려 언젠가는 반드시 날카로운 끝이 자루를 뚫고 나온다’는 말이다. 유능한 사람은 나대지 않고 겸손히 구석에 박혀 있어도 남들이 추대하거나 옹립해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는 뜻이다.한국 대학사회의 양적 팽창이 실력 전형은 뒷전이고 인기 위주로 교수를 초빙하거나 고질병인 학연이나 돈봉투가 난무하는 가운데 개나 걸이나 마구 채용되다 보니 자질 부족에 함량 미달인 교수가 넘쳐난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서 튀기는 해야겠고 실력은 모자라고 하니 외국 것을 사다가 모방하거나 표절해서 물의를 일으키니 상아탑(象牙塔)이 썩어서 상아탑(傷牙塔)이 된 지도 꽤 오래된 얘기다.
강정구 교수가 발표했다는 글도 시대성을 외면했고 창의적, 생산적,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한 과거사 들추기로 노무현 좌파 정권이나 신의 아들인 김정일 집단에 아부하는 잔머리 굴림의 정수(精髓)로 볼 수 밖에 없다.김일성이 남침만 안 했어도 삼천만 동포의 창자 찢어지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요, 그가 진정 통일을 원했다면 하늘이 낸 신(神)인데 1948년 5월 10일 총선 때 신의 포용력으로 조막만한(?) 이승만에게 “좋다. 내가 양보할 터이니 북과 남이 함께 선거하자” 했으면 피 한방울 흘림 없이 통일이 됐을 것 아닌가. 게다가 서울에 무혈 입성한 이상 북한 빨갱이 특유의 모질고 독하고 끈질기고 간특하고 모함과 숙청을 특기로 하고 있으니 남한을 적화시키는 거야 손바닥 뒤집기 만큼 쉬웠을 것 아닌가.
만약 미국이 개입 않고, 부산 제주까지 손쉽게 점령했다면 강정구 교수 말대로 사람이 별로 죽지 않았을까? 새앙쥐 고양이털 뜯어먹다 설사하는 소리, 8.15 광복 후 빨갱이 무서워 월남한 백여만 이북 동포는 지상낙원을 배반한 괘씸죄에 걸려 제일 먼저 숙청됐을 것이고 남한의 군인과 경찰은 물론 그 가족, 이승만 휘하에서 공무원, 지주 계급을 비롯한 기타 브루조아들 가운데 누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 간단한 예로 볼셰비키, 폴포트, 모택동의 문혁 등, 또한 맑스나 레닌의 이론을 왜곡한 스탈린과 김일성은 이복형제나 마찬가지로 피의 숙청이 곧 혁명이라는 교조주의의 맹신자들이다.사정이 이렇거늘, 휴전된 지도 반 세기가 훌쩍 지난 이 시점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미국을 탓하고 맥아더를 욕하여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니 정신병자가 아니고서야 말 안되는 말로 어찌 세 치의 혀를 놀린단 말인가.백 사람의 의견이 한 사람의 의견 보다 항상 옳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한 사람의 의견이 백 사람의 의견 보다 나을 수가 있기 때문에 “용기 있는 한 사람이 참다운 다수가 된다”고 미국의 제퍼슨 대통령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서 나오고 무책임한 자유까지 담보 않는 것은 예스냐 노냐의 양자택일을 이성이 배제된 감정만 가지고 강요하며 큰 목소리로 선동하는 소수의 바람잡이들을 제어하는 법적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연산군 때 김굉필은 조광조의 스승이었고 이율곡 선생이 동방의 사현(四賢)이라고 흠모했던 이들은 일세를 풍미했던 대학자요, 정치가들이었다. 김굉필이 선물받은 꿩을 계집 종이 먹었는데 자기 어머니께 드릴 것이라 몹시 화내고 꾸짖었다. 조광조가 “부모를 봉양하는 정성은 지극해
야지만 군자는 언제나 말을 가려서 해야 할 줄로 압니다” 이 말에 김굉필은 “내가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네 말이 옳다. 네가 내 스승이지 내가 네 스승은 못 되는구나” 했다.강정구씨, 숭어가 뛸 때 덩달아 뛰는 망둥어는 되지 마시오. 대학교수 아무나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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