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0월 첫째주 금요일에는 학교에서 홈커밍 행사가 있다. 이 행사는 학교 축제뿐 아니라 동네 잔치이기도 하여 학생과 교직원, 부모, 그리고 이웃 주민 모두 그들 젊음의 열기에 초대되어 이웃 학교와 풋볼경기도 하고 학교 동네를 돌면서 퍼레이드도 하며 학교의 각 클럽에서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따스하고 맑은 초가을의 기운을 맘껏 즐기는 날이다.
J 어머니는 아들이 9학년 때부터 학교행사에 열심히 참석하시고 자녀가 성장하면서 남모르는 눈물도 많이 흘리신 분이다. 어머니는 일하며 혼자 아들을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지만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의 아들이 친구들과 그룹으로 학교 행사의 하나인 탤런트 쇼에 참가하게 되어 나는 이 축제에 J 어머니를 초대했다. 아들이 졸업하면 더 이상 이런 분위기에 접해볼 기회조차 없을 것이며 어쩌면 이제부터 아들과 함께 할 축제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임에 나는 그녀를 초대했고 그 어머니는 흔쾌히 참석하셨다.
J 어머니는 이 축제에 참석하셔서 한인 학생들이 파는 갈비를 사먹으며 아들과 아들 친구들과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후를 보내셨다. 어머니는 모르는 풋볼경기의 규칙을 아들에게 물어가며 열심히 응원하셨고 풋볼경기 중간에 하는 학교 밴드팀의 연주와 불꽃놀이를 보면서 할리웃 보울에 온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그 다음날은 일년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응시한다는 SAT 시험 날이어서 한인 학생들이나 부모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나는 오랜만에 J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SAT 시험을 한번 더 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으련만 벌써부터 독립하겠다며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한다고 열심을 내는 아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자동차를 사주는 것은 문제도 아닌데 돈벌어서 자동차 보험료를 내겠다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일만 열심히 하는 아들을 보고 아마도 떠나보낼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며 그래도 못내 서운함을 금치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인생을 존중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은 왜 그리 싸한지 마지막 순간까지 끈을 놓기가 쉽지 않다는 그녀.
고생하는 홀어머니의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보란 듯이 어머니의 어깨를 세워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이 그리 눅눅하지만은 않은가 보다.
그래도 나는 기대한다. 지금은 미미하지만 그 어머니가 인내하며 흘린 눈물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란 사실을. 또한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아들이 명문대를 들어간 것보다 더 자랑스러울 날이 있을 것임을 믿는다.
나는 미국인이 보는 한인 부모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지 않다. 또한 한국식 교육이니 미국식 교육이니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어떤 식의 교육이든 부모가 자녀의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셔서 영어를 모르지만 그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며 그 분위기에서 어머니의 생각이 발전하고 그 생각이 어머니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면 된다. 그래서 변화된 부모의 모습이 자녀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녀의 학업 성취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들의 ‘미국 알기’는 적어도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 행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시작한다.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이며 자녀와의 갈등은 자녀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가정의 가치관과 상치하지 못할 때 혹은 부모가 그 새로운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을 때 자녀를 지도해야 하는 어려움이 시작되면서 자녀와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쉽게 그들이 속해 있는 지역 사회나 학교에 관심을 가지며 미국 문화를 이해해보자. 그리고 내 자녀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자녀 교육에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지역 학교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관심과 애정이 계속 이어져서 자녀가 속해 있는 학교와 사회가 계속해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진정한 자녀 교육이며 부모들이 미국을 제대로 알기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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