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력경력 속이고∙∙∙학사행정 망치고∙∙∙”
<속보> 법정싸움으로 비화된 샌프란시스코 소재 IIC(가주국제문화대) - IU(국제문화대) 분규가 지난 20일 IIC이사회(이사장 임중엽)의 구은희 부학장에 대한 해고통지를 고비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구 부학장이 그동안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부풀리고 학사행정은 엉망으로 해왔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구 부학장은 또 학교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지난 7월 SF지역 민주평통에 들어가 간사직을 맡으며 금명간 시작되는 평통 주최 ‘통일아카데미’ 준비작업 등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등 그럴싸한 외부활동에는 열성을 보이는가 하면, 오랜 전통과 실력을 인정받는 한글학회는 물론 본국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진흥원 등 한국어 연구 및 교육 관련 공인 기관∙단체들이 있음에도 자신이 인터넷공간에 만든 한국어교육학연구소 ‘집현전’을 내세워 한국어교육학 자료개발 명목의 성금모금을 주창하는 등 의문스런 행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EdD와 Ph.D 혼용
강사경력을 교수로 둔갑시켜
◆학력경력 과장=구은희 교수가 2003년 IIC 교수로 부임하면서 제출한 이력서 등에 따르면, 1967년생으로 한국에서 성신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뉴욕주 가든시티 소재 아델피(Adelphi)대에서 석사를 받은뒤 1998년 휴스턴주립대(University of Houston)에서 교육학 박사학위(EdD)를 받았다. 교육학박사학위는 메디칼닥터와 비슷하게 특수분야 박사학위로 분류돼 Ph.D 대신 EdD(Doctorate in Education)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구 교수는 지난 4월26일 IIC 웹사이트에 올린 이사진 명단에 (이사는 아니지만) 대학행정책임자인 자신을 덧붙이면서 ‘Eun-Hee Koo, Ph.D’로 표기했다.
그 차이를 잘 모르는 일반들에게 이는 대수롭지 않은 단순실수로 보일 수도 있으나 당사자가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건 학계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경력부풀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편이다. 그의 이력서와 개인홈피 등을 종합하면, 그는 2003년 IIC 교수로 부임하기 이전에 남가주 롱비치 소재 칼스테이트롱비치의 아시아학과, 풀러튼 소재 호프인터내셔널유니버시티, 리버사이드 소재 라시에라대학교의 현대언어학과, LA 소재 쉐퍼드대학교 교수(professor)를 지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 등이 확인한 결과 그의 경력은 대부분 부풀려진 것이었다. 정식교수로 재직했다는 곳은 쉐퍼드대 뿐이었다. 라시에라대 교무담당자는 “(구 씨가) ‘계약직 강사(Contract Teacher)’ 자격으로 한국어를 강의한 적은 있지만 교수(Professor)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칼스테이롱비치의 경우 구 학과 이름조차 틀렸다. 구 교수는 아시아학과 교수를 지냈다고 했으나 이 대학 게리 리차드 부학장은 아시아&아메리칸학과라고 말했다.
WIA 부실로 한인 등 소수계 취업교육 박탈당해
강사진 확보 못해 9월 한달동안 일부 수업차질
따지는 학생에게 개인적 문제...라고 변명해
◆학사행정 엉망=한인 등 소수계 초기이민자들을 위한 직업교육(다양한 명칭을 거쳐 현재는 WIA로 불림)은 KCI, 나아가 IIC의 오늘이 있게한 탯줄이다. 1974년 설립 당시부터 지속돼온 직업교육은 그러나 구 교수가 행정책임자(부학장)를 맡은 이후 부실해졌고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 6월 연간 10만달러에 가까운 IIC에 대한 WIA 프로그램 지원을 전액 삭감했다.(본도 22일자 A3면) 이때문에 IIC는 05-06회계연도의 무료 직업교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IIC이사회가 지난 20일 구 교수를 해고한 것도 그가 WIA프로그램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데다 이와 관련된 이사회의 해명요구에도 불응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구 교수 책임하에 이뤄지는 강사진 확보가 안돼 이번 학기들어 지난 9월 한달동안 수업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멀티컬쳐럴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강의하기로 돼 있는 산호세주립대 최정화 교수는 자신이 강사로 선임됐다는 사실조차 연락을 받지 못해 처음 4주동안 결강하다 10월3일에야 첫수업을 했으며, 이번 학기가 반환점을 돈 10월24에 두번째 강의를 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원격강의를 하는 러시아계 페트로프 교수(담당과목 ‘한국사’)는 이유없이 첫 강의부터 걸르다4주째인 9월27일 인터넷강의를 시작하면서 한꺼번에 6주치 강의를 올리는 바람에 학생들이 숙제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후속 파행을 초래했다. 페트로프교수의 장기 결강 이유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게다가 구 교수는 그동안 최 교수와 페트로프 교수의 결강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13일 학생대표가 면담을 요청해 이를 따지자 “개인적인 일 때문에 왜 다른사람들에게까지 문제를 일으키느냐”는 취지로 응수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보였다. 개인적인 일이라고 한 것은 해당 학생이 공교롭게도 문제가 된 두 과목 수강자라는 점을 지칭한 것이다.
학내문제 엉망인데 평통 등 외부활동엔 열성
자신이 만든 사이버서클 앞세워
한국어교육 자료개발 성금모금 주장도
◆외부활동 열성=학내문제가 엉망인 가운데서도 구 교수는 외부활동에는 열성적이었다. 특히 평통에서는 간사를 맡아 각종 행사나 기자회견장에 거의 빠짐없이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통일아카데미 작업에도 깊숙히 간여해왔다. 또 자신이 만든 한국어교육을 위한 사이버 연구단체 ‘집현전’ 홍보와 언론기고 등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본보 등 주요 언론사에 거의 글자 하나 틀리지 않은 기고문을 보내 한국어교육학 자료개발을 위한 성금모금을 주창했다. 이는 취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한글학회와 국제교육진흥원 등 공인단체들이 엄연히 있는데도 실체와 업적 등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사설조직이 한국어교육학 자료개발의 선봉장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돈을 거두려한다는 점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IIC의 한 학생은 “언론이 그런 말도 안되는 걸 자꾸 써주니까 더 그런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 IIC-IU 사태란 : ‘한 대학 두 이름’ 때문에 일반인들의 이해에 더욱 혼선을 빚고 있는 이 사태는 지난 1995년 KCI의 부속 학술기관으로 출범한 IIC의 이사회(이사장 안충승)가 올해 2월 돌연 KCI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교명을 IU로 바꾼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KCI는 IIC에 대한 포괄적 지배를 규정한 정관위반이며 사전 협조의조차 없이 분리독립을 선언한 것은 말도 안된다며 원상복구 내지 협의에 의한 분리독립을 종용하다 끝내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초 첫 재판이 열렸다. IU측은 교명개칭과 분리독립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KCI측이 학사운영에 부당한 간섭을 하고 있고 KCI 주도로 새로 만든 IIC이사회(이사장 임중엽)는 불법단체라고 맞서고 있다.
IU이사회는 구은희 교수에 대한 해고조치에 대해서는 24일 해고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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