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시리즈 ‘카지노 로열’출연
금발에 각진 얼굴… 소설의 본드와 가장 닮아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
살인면허를 지닌 대영 제국의 수퍼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가 스크린을 통해 팬들에게 처음 소개된 것은 1963년 ‘닥터 노’였다. 제1대 본드는 션 코너리. 그 뒤론 이 시리즈는 2002년의 ‘다른 날 죽다’에 이르기까지 모두 21회를 계속하면서 본드역도 5명의 배우가 릴레이식으로 맡아왔다. 전체 시리즈가 전세계서 번 돈은 40억달러 제2대 본드는 ‘여왕 폐하의 007’ 단 1편에 나온 조지 레젠비. 레젠비에 이어 로저 모어와 티모시 달턴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난 등이 본드 역을 맡았다. 생기를 잃어가던 시리즈를 회생시켰다는 평을 받은 브로스난(52)은 ‘다른 날 죽다’를 끝으로 나이 탓에 본드 역에서 축출됐다. 브로스난은 이 사건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그들(제작팀)은 당신은 이제 그만이다”라는 단 한마디로 4편의 시리즈에 나온 나를 해고했다고 불만을 말했었다.
대니얼 크레이그
브로스난에 이어 최근 제6대 본드역으로 선정된 배우가 영국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 역대 본드 중 가장 일반인들에게 낯선 크레이그(37)는 올해 개봉된 삼삼한 갱스터 영화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DVD 출시)에서 중간급 드럭 딜러로 나왔고 ‘지옥으로 가는 길’에서 뉴먼의 사이코 아들로 나왔었다. 역대 본드들은 모두 검은머리를 했었는데 크레이그는 금발이어서 매스컴은 그를 ‘제임스 블론드’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제작팀은 크레이그가 비록 금발이나 과거 본드 역을 맡은 그 어느 배우보다 가장 소설 속 본드와 가깝다고 말했다.
크레이그가 주연할 22회 시리즈의 제목은 ‘카지노 로열’(Casino Royale). 이 영화는 본드 소설의 작가로 소련서 저널리스트 생활을 한 영국의 이안 플레밍의 첫번째 작품이다. 브로스난이 첫 본드 역을 맡은 ‘골든아이’를 감독한 마틴 캠벨이 연출을 맡아 내년 말 개봉을 예정으로 내년 초 촬영이 시작된다. 캠벨은 그동안 시리즈가 인물보다가 지나치게 각종 신병기에 의존해 왔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내 영화는 기계에 덜 의존하는 대신 보다 인물 위주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카지노 로열’은 지난 1967년 데이빗 니븐 주연으로 007 풍자영화로 만들었는데 이 영화와 코너리가 본드로 컴백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겐’은 시리즈로 취급되지 않는다.
크레이그가 새 본드로 선정되기까지는 제작진의 무려 2년간에 걸쳐 세계 3대륙을 돌며 200여명의 배우를 오디션했다. 후보 물망에 올랐던 배우들은 콜린 파렐, 클라이브 오웬, 제이슨 스태탐, 올랜드 블룸 및 고란 비스닉 등. 결국 소설 속 본드처럼 각이 진 모습에 사이코 기질이 있는 크레이그로 낙점됐다. 크레이그가 선정된 데는 그가 강렬성과 성적 매력 및 무뢰한의 기질을 지닌 것 외에 나이가 젊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본드 영화는 1990년대만 해도 나이 먹은 사람들이 팬들의 주종을 이뤘었는데 이 시리즈가 비디오게임으로 등장,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면서 이들의 취향에 맞는 보다 젊고 어둡고 또 최신 유행을 따를 줄 아는 본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본드 소설과 영화가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이유 중 하나는 존 케네디 대통령이 이 시리즈의 팬이라는 점. 케네디도 본드처럼 무자비와 매력을 공유했던 사람이다. 영화에서의 본드는 소설의 본드보다 무척 점잖은 신사로 나온다. 소설 속 본드는 잔인하고 냉정하며 또 강인하고 폭력적이었으며 하루에 담배를 두갑이나 태웠고 보드카도 스트레이트로 마셨다. 그러면서도 성적 매력과 세련된 신사미와 남성애를 지닌 거의 완벽한 남자였다. 그러니 세상의 여자들이 총각인 그에게 몸을 제공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본드는 영화 ‘여왕 폐하의 007’에서 딱 한번 결혼하는데 그의 신부는 결혼식 날 본드의 철천지원수인 블론펠드에 의해 사살됐다).
본드 시리즈의 유별난 징크스는 본드 걸로 나온 배우 치고 성공한 여자가 거의 없다는 점. 어슐라 안드레드, 다니엘라 비앙키, 오너 블랙만, 클로딘 오제, 다이애나 릭, 질 세인트 존, 브릿 에클란드, 바바라 박, 로이스 차일스, 메리암 다보 등이 다 그런 배우들.
007시리즈는 코너리와 모어가 본드로 나왔을 때만 해도 인물과 내용 위주로 매우 극적이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보다 기계에 의존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도 어둡고 거칠다기보다 거의 코믹할 정도로 가벼운 오락용으로 전락해 왔다. 브로스난이 이런 분위기를 다소 고쳐놓기는 했지만 그대로 과거 본드 영화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제작진조차 시리즈가 에너지를 잃어버렸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크레이그가 나올 ‘카지노 로열’은 보다 사실적이요 거칠면서도 인간위주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제작진은 말했다.
007 시리즈는 그동안 MGM이 제작하고 배급해 왔으나 최근 MGM이 소니에 팔리면서 앞으로 소니(SONY)가 배급하게 됐다. 한편 WB는 본드의 창조자인 이안 플레밍의 삶을 그릴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플레밍은 자신을 모델로 본드를 만들어냈는데 1964년 심장마비로 56세로 사망했다.
션 코너리.
조지 레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턴.
피어스 브로스난.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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