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한 정치철학자 에드먼드버크가 준 교훈 중에 “악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조건만 필요한데 그것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강정구 교수의 “6.25는 통일전쟁” “미국은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 생명을 빼앗아간 원수” 발언으로 시끄럽다. 한국 여론도 강 교수를 처벌해야 된다는 강경론(검찰측, 보수파)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형사처벌은 피해야 한다는 온건론(노 정권과 진보층)이 맞서고 있다. 누가 옳다는 것보다 학문을 하는 동료로서 한마디 의견을 제기하고 싶다.
학문의 자유는 학문의 진보에 절대 필요하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 자유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는데 진리와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식민지를 두둔하는 일본 교과서는 교정되어야 하며 중국의 동북 공정설은 역사적 사실의 입증으로 반박되어야 한다. 학문의 자유라고 하여, 또한 교수의 허울을 방패로 궤변과 교란으로 기반이 된 주장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형사적 처벌은 사법부에서결정할 것이지만 개인 의견으로는 반대한다. 물론 어떤 교수든지 자기의 이념과 사상의 표현자유는 있지만 사실이 아닌 자기의 주장을 진실이라고 우겨 감수성이 강한 대학생들에게, 국영 TV에 출연하여 선동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비난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가금 모델로 삼는 통일된 민주국가 독일에서도 ‘나치당’은 허가 안하며 히틀러의 찬양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강 교수가 말하는 6.25 전쟁은 분명히 역사적으로 남침이다. 소련 붕괴 후 김일성이 스탈린에 남침 허가를 내려달라는 친서까지 발표된 이 때 학자라고 자처하는 교수가 역사적 문서는 도외시하면서 집요하게 한국 전쟁은 북한에 의한 남침이 아니라고 우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또 강 교수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하여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였다는 데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신봉하면 봉건 세습적 비민주주의 독재자였던 김일성을 지지할 수 있을까. 아마 칼 마르크스, 레닌, 모택동도 공산주의 국가에서 아들 세습제를 반대하였을 것이다. 김 주석은 끝까지 해방전투로 통일을 이룩하자는 슬로건을 외쳤는데 강 교수는 평양 방문록에 “위대한 김일성 장군의 만경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룩하자”고 기록을 남겼다. 그러면 강 교수는 북한에 의한 군사적 해방통일을 지지한다는 말인가.
학자는 진리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박정희 독재는 쳐부수어야 되고 김일성, 김정일 독재는 민족의 통일과업 때문에 칭송하여야 된다면 이는 이율배반적이며 모순이 가득한 궤변으로 그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자기만의 주장이 가장 애국적이며 민족주의라고 자처하는 것은 독선이며 지성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민족주의를 신봉한다면 북한 동포의 인권도 존중하여야 된다.
김정일의 노여움을 살까봐 남한의 과거 독재문제와 친일파 청산 명단만 내세우며 북한의 참상을 거론 안 하는 것은 위선적인 행동이다. 북한의 탈북자 문제나 강제수용소의 인권유린을 비난하면 그것은 냉전시대의 방식이고 과거는 잊어버리자고 한다.
미국에서 오래 유학했던 강 교수가 미국을 악의 제국주의라고 표현하는데 부시 정책이 200여 년의 미국 민주정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부시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 통일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은 한 달만에 끝났고 사망자는 1만 명 이하였을 것”이라고 또한 주장하는데 미국은 UN군으로 참전하였으며 맥아더는 UN 연합국의 사령관으로 지명되었던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만약 중공이 개입 안 했으면 6.25 동란은 한달 이전에도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 한국 여론조사를 보니 37%가 미국을 주적이라고 (19%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였음) 응답하였으며 북미 전쟁이 일어나면 젊은 층의 57%가북한의 편을 들어 싸우겠다는 응답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부시의 대 한국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진보파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한국의 여론이 너무 극단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된다. 진보성, 보수성 성향을 막론하고 한민족이 명심해야 될 것은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성립되어도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항렬
셰퍼드 대학
국제정치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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