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20대일 때 50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멀게만 느껴졌다. 멀다는 말은 20대와 50대 사이는 아직 시간적인 거리가 있기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거나 바라볼 필요가 없었다. 구태여 20대의 시간이 주는 압박감과 긴장감도 많은 데 몇 십 년 뒤의 미래 시간의 책을 열어 볼 어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는 아직 40대 중반에 서 있다. 그러나 이미 50대를 바라보고 있고, 50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 청년의 때 그 어떤 세대도 관심있게 바라보지 않았던 그런 철부지는 아니고 싶다. 아직 40대 중반이기에 나에게 50대는 아직도 도달하려면 시간적으로 머나먼 땅이라고 방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에 나는 40대나 50대나 그리고 70대나 똑같이 인생은 모두가 시간 앞에서 평생 동지라는 친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이제는 젊은 청년이 가끔씩은 나의 머리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 줄 수도 있을 법한 나이이기에 아직 젊다거나 아직 힘이 있다고 자랑하거나 자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머리가 백발인데도 마치 청년인 것처럼 호령하고, 마음에 노여움과 혈기가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이 모든 사람을 다 머리 숙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도 포기하거나 기가 죽으면 안되지만 나이가 들어도 오기나 혈기를 품는다면 그것은 자기가 누구인지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 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50의 나이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이 땅에 살면서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50대에는 세상에 사는 도리를 깨닫는 나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죽는 순간에도 배워야 하고, 또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은 없다. 지천명의 나이 50이라고 해서 세상을 다 알 리는 없다. 그러나 지나간 다른 세대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도를 어느 정도는 터득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세대를 표현하는 말들이 다양하다. 10대나 20대를 신세대라고 하고, 30대 40대를 낀세대라고 하고, 50대 이상을 쉰세대라고 한다. 신세대와 낀세대와 쉰세대가 노래방에 같이 가면 신세대는 노래방에서 랩이 나오면 거침없이 몸을 흔들며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낀세대는 안다고 하면서 따라하지만 오히려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데 더 처량한 것은 쉰세대는 랩이 나오면 화를 낸다. 그것이 무슨 음악이냐 하면서 못마땅하게 여긴다.
50대는 10대가 고민하는 것처럼 중간인으로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중간에 위치해 있다. 아들이 아니지만 아들이어야 할 때가 있고, 학생이 아니지만 학생이어야 할 때가 있다. 사랑을 하지만 사랑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위대한 사업가는 아니지만 사장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50대는 또 다른 인생의 사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고, 앞으로 달려가기 두려운 시간에 서있다. 그 서있는 자리가 안전한 자리가 될 수도 있고, 아직 불안한 자리가 될 수 있다. 어떤 자리이든지 안심할 수 없고, 불안할 필요가 없다. 만일 50대에 여러 가지 삶의 영역에서 성취를 누리고 있다면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결코 머리를 숙여서는 안 된다. 아직도 70대 80대까지 가려면 이삼십 년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과거의 시간들보다는 더 빠르고, 약하기에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나 신념과는 달라야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옛날이 오늘보다 나은 것이 어쩜이냐 하지 말라 이렇게 묻는 것이 지혜가 아니니라”(전도서7:10)
50대의 인생은 과거로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사는 것이다. 지금 현재를 소홀히 하면 과거도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 나이 50’이라는 책을 쓴 홀거 라이너스(Hoger Reiners)는 50대들에게 비전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50대의 나이를 통해 얻어진 통찰력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비전을 세우라고 했다. 그래서 후회 없는 인생으로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아무래도 50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짐을 짊어진 막바지 정상을 향하여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등산객의 심정이라고 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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