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의 위업인 민족개혁운동 정신계승과 한민족 정체성 교육, 민족 고유문화 및 유산보호 사업 운동, 그리고 미국사회 기여를 위한 각종 학술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활동 목적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함으로써 존립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곳 워싱턴 흥사단이 지난 9일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하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본국 흥사단 본부 간부를 위시해 미주 내 흥사단 지부 하객, 주미대사관 영사부 관리, 이곳 워싱턴지역 유지, 그리고 회원 등 약 150여명에 달하는 많은 인사들이 참석,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촛불의식으로 그들이 걸어온 지난 10년간의 격랑과 같은 험난한 도전의 세월과 재정적 위기로 좌절의 절벽에 처했던 그 많은 추억의 순간 순간을 눈시울을 적시며 회상하고 앞으로 닥쳐올 새로운 도약의 10년 설계도를 회원각자의 가슴속 깊이 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1995년 9월 도산 사상 절대 신봉자 13명이 주동이 되어 창립한 워싱턴 흥사단은 본국 흥사단 본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독자적 창의력과 하면 된다는 의지와 신념만으로 1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 동안 단 한번의 거름 없이 매달 1회 각계 각층 저명인사를 초청,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학술 강의를 개최해 참석자들의 흉금을 울리게 한 것은 흥사단만이 할 수 있었던 사업중의 하나로 높이 평가받아야 하며 이는 또 타의 귀감이 되기에 족하다.
흥사단이라는 단체의 특이한 체질과 성격상 미국 지방정부나 연방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은 꿈도 꿀 수 없는 한계성에다 본국 정부 당국의 후원의 손길은 요원하다는 엄연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자체 역량만으로 매해 증가하는 예산을 편성, 다양하고 현실적 프로그램을 통해 도산 사상의 끊임없는 자기화운동을 하는 굳센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강한 의지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그 한 예로서 그들은 자체 회관 건립운동을 전개해 현재 거금을 예치하고 있는 상태다.
워싱턴 흥사단은 이번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도산 선생의 애국, 애족 그리고 민족개혁운동의 필요성을 설파한 그의 충정을 피부로 느끼는 동시에 더 나가 민족 분리주의를 경계하는 미국 정부 시책에 부응, 미국시민으로서 미국 사회에 공헌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도 절실히 느끼게 됐다.
그들이 새로운 도약의 10년을 위해 해야할 일들은 태산같이 높고, 건너야할 험난한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흥사단 현 지도부는 이번 기회에 심기일변, 그간의 구태적 의식 관념을 미련 없이 불식, 용단을 내려 과감하게 전근대적 현행 단 규약(회칙)을 대대적으로 수정, 기구개편과 증설을 단행, 한국이 아닌 미국 땅의 현실사회에 부합하는 신선하고 활기찬 사업확장, 인적자원 확보, 그리고 재원 조달창구의 획기적 개발 등을 단행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흥사단은 선진화를 지향하는 현실사회와는 동떨어진 19세기 중엽 무렵의 복고조 단 규약을 적용함으로써 자체 내는 물론 외부의 따가운 시선의 집중을 자초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인사는 회원이 됐다가도 ‘흥사단은 재미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무미건조한 생산성이 결여된 후진적 단체’라는 고언을 뒤로 바람과 같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흥사단 지도부는 겸허히 수렴, 이유 있다는 자아비판의 근거로 삼아, 다른 단체들이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는 많은 현실 감각적 사업분야 개발에 전력투구, 회원의 구미에 맞는 입지를 마련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동영역을 제공할 수 있는 지혜와 과감성을 보여야만 한다. 이곳 워싱턴 DC 소재 일본인 현회와 같이 미국시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 개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들은 먼저 자체 사무실을 마련한 다음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 뭇 사람들이 모여 대화와 봉사의 기회를 갖게 해야한다.
현행 운영 제도는 마치 한 쪽 날개만으로 균형 감각을 상실한 채 동료 기러기들의 비행 노선에서 이탈, 허우적거리며 힘겹게 하늘을 나는 듯 한 한 마리의 가련한 기러기에 비유되리만치 불안정한 데가 있다. 그래서 현행 조직체제에 이사회(의결기구)라는 날개 하나를 더 달아줌으로써 정상적으로 하늘을 나는 인상의 늠름한 기러기상이 필요하다. 흥사단 로고 ‘기러기’는 일사불란과 질서정연의 상징적 동물인 동시에 영물 중의 영문인 기러기의 하늘을 나는 모습을 딴 것이다.
김정호/워싱턴 흥사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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