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치료의 쾌거 이룬
▶ 로잘린 프랭클린 시카고 의대 윤지원 교수
지난 9월 윤교수와 연구팀은 일본의 오카야마대 코바야시 박사 그룹과 공동 연구를 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췌장의 베타세포와 기능이 매우 유사한 베타세포를 시험관에서 대량 증식할 수 있는 방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지긋지긋한 인슐린 주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20년 전부터 계획해왔고,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실시해온 연구다. 윤 교수 외에도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같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초를 다투는 경쟁이였다.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는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정상세포의 50%에 가깝다. 20%만 돼도 정상세포처럼 인슐린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을 즉각 배출한다.
그의 앞으로의 목표는 거부반응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유전형질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고 누구에게나 셀을 맞춰 치료하는 것이다. 윤교수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2~3년 내지 5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앙은 나의 힘
신앙은 그의 연구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신앙의 힘으로 연구에서 막히는 것을 풀어나가고, 지치고 피곤한 것을 이겨나가고, 좌절한 마음을 불러 일으켜 세웠다. 연구를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캠퍼스 옆 숲 속에 앉아 계시록에 그려진 천국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천국의 놀라운 기쁨의 향기를 맡고, 에덴 동산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그리며 연구를 계속해왔다.
젊어 대승불교에 심취했던 그는 부인 임정자(65)씨를 만나 기독교로 개종했다. 직계 선조가 고산 윤선도로 대대로 한학자인 집안에서 7형제의 6번째로 태어난 그는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소학을 읽고 중학교 전 대학을 마쳤다. 한문을 잘하다보니 불경을 많이 읽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과학쪽으로 나간 그는 스스로를 돌연변이였죠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불교은 내게 있어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이었습니다.
그가 개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불교가 인간 구원으로서의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NIH에 근무할 때는 고민 끝에 야간 신학대학을 다녔고 목사가 됐다. 부인 임씨는 목사라는 타이틀이 왜 필요하냐. 목사가 되는 것은 말만 하고 생활은 실천하지 못하는 위선 많은 삶이 되기 쉽다며 반대했다. 6개월 동안 부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돌담에 생긴 구멍 손으로 막는 일
그는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60마일 떨어진 프레드리라는 조그만 타운에 주말마다 찾아가 프레드리 한인 침례교회를 세웠다. 한인이라고 해봤자 국제 결혼한 여성이 대부분인 작은 타운이었다. 생활비가 안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목회하겠다는 목사가 없었다. 2년 동안 캐나다 가기 전까지 담임 목회를 했고, 단 12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교인 100여명으로 성장했다. 캘거리에 가서는 당시 한인 2천여명 가운데 50명으로 교회를 일궜다. 자연환경이 좋아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놀러가던 사람들이 교회가 더 재밌다며 캘거리 한인 침례교회를 찾았다. 떠날 때는 교인이 700명으로 늘어있었고, 교회 자체 건물도 구입했다. 이 교회를 두고 일부는 인구 비례로 따지자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인을 가진 곳이라고 일컬었다. 시카고에서는 목회 활동을 하실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돌담에 생긴 자그마한 구멍을 손으로 막는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목사님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담당하겠다는 말이다. 그는 수십년간 목회 활동을 해오며 일체 돈을 받지 않았다. 모두 자원봉사였다.
신앙이 첫째인 이유에 대해 그는 지상생활 천년하는 것 아니니까요. 백년 미만의 생을 살며 육을 벗어버릴 때 우리가 가야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답했다.
일은 즐겨라
연구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전세계의 쟁쟁한 대학, 쟁쟁한 사람들과의 경쟁의 세계다. 조금만 쉬어버리면 금방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 그가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 중 하나도 연구를 위해서다. 오전 9시 연구실에 나오는 그는 자정까지 연구실에 머물고 저녁시간 1분을 아끼기 위해 부인이 차려놓은 식사를 하고는 곧 연구실로 돌아온다. 지구 반대편 일본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웹사이트, 웹캠 등을 이용해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다. 점심 먹고 30분, 저녁 먹고 30분 운동을 매일 한다. 과거 군대에서 태권도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그는 이 때 배운 방법으로 몸을 푼다. 일요일에도 목회 활동이 끝나면 연구실로 돌아와 연구를 계속한다. 자신을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머리 아프다’ ‘힘들다’ 불평하면 할 수 없죠. 일에 미칠 정도로 즐기기 때문에 일에 대한 부담감이 없습니다.
윤 교수의 조언, ‘Joyful Monday’
그가 국립보건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월요일, 좋아하는 요일은 일요일이었다.
한국인에 주립대학 졸업생이었던 저와 예일대, 하버드대를 최고 성적으로 졸업한 동료들과는 경쟁이 안됐습니다. 일을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에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고, 교회에 나가는 일요일에는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이대로는 내 장래는 뻔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월요일을 즐기자’는 생활 지침을 세웠다. 이력서가 따라다니는 이 바닥에서 첫 직장에서 흐지부지하면 다른 곳에서도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당장 실천에 옮겼다. 일요일 교회에 다녀온 직후 직장에 가서 연구실을 책상에서부터 싱크대까지 먼지 하나 없이 오후 11시까지 정리하고 집에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가 되면 깨끗한 직장에 가고 싶어 콧노래도 났다. 미국인 동료들은 월요일 출근해 커피마시고 수다떨고 정작 화요일에야 발동이 걸리는데, 그는 하루 더 빨리 한 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칭찬을 많이 받았죠. 우리 보스가 정부측 손님이 오면 꼭 우리 방을 구경시켜주곤 했습니다. 다른 연구실은 ‘돼지우리’라고 부를 정도로 지저분했지만 우리 연구실은 항상 깨끗했으니까요. 윤교수는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과 환경을 동시에 바꿔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이 내 삶의 철학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윤지원 교수는...
윤지원 교수(70)는 부산 조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와 2년간 초빙 연구원으로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조선대 의학대학 초창기 의예과 과장이 됐다. 생리학 부교수를 하다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71년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석사 과정으로 유전학 & 세포 생물학을 밟은 후, 73년 동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면역과 병동학을 마쳤다. 곧바로 74년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스태프 펠로우로서의 일을 시작했다. 2년 후 시니어 스탭, 다시 2년 후인 78년 수석 연구관의 자리에 오른다. 미국 정착 7년만의 일이다. 디렉터스 어워드에도 선정됐다. 국립보건원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캐나다 캘거리 의과대학에 당뇨병 소장으로 초빙됐다. 2001년에는 캐나다 수상이 임명하는 캐나다 정부 석좌 교수가 됐다. 캐나다 내 교수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교수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그는 1998년 KBS 방송사가 주는 한국을 빛낸 해외동포상 중 학술상을 수여했다. 자연 인문 영역을 통틀어 단 1명에게만 주는 귀한 상이다. 2000년에는 호암의학상을 수여했다.
로잘린 프랭클린 시카고 의대에는 2년전 김윤범 교수의 초청으로 오게 됐다. 황우석 박사에게 무균돼지를 제공해 화제가 됐던 김 교수와는 미국에서 가장 큰 암센터인 뉴욕 주재 슬론-케터링 메모리얼 암센터에서 1년간 연구원으로 있을 때 우연히 만났다. 복도에서 서로를 보고는 한국 사람이십니까”라고 첫 대화를 나눴다. 같은 크리스챤인 김교수와는 20년간 우정을 나눴고, 윤 교수는 하버드, 코넬, 예일 의대에서 오라는 초청를 뿌리치고 로잘린 프랭클린 시카고 의대로 왔다.
그는 미국 유학 오기 전 한 번 만나 순수하고 수수한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임정자(65)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를 닮아 두 아들은 MIT와 캐나다의 MIT라 불리는 오토루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2년전 시카고로 이주해 온 그는 버논 힐스에 거주하고 있다. 송희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