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자연재해 참사와 아동을 타깃으로 한 유괴나 실종 등 범죄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방긴급재해대책본부(FEMA)를 비롯한 각종 관련단체마다 자녀 신분증 만들어 주기 운동을 적극 권장하면서 전국
캠페인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했던 지진해일 쓰나미에서부터 최근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 파키스탄 대지진의 참사현장에 이르기까지 신문과 TV를 통해 전해진 주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찾지 못해 안타깝게 헤매는 모습들이었다. 평소 이같은 응급상황에 작은 대비라도 했더라면 시간낭비는 물론, 자녀들이 오랫동안 공포와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됐었을 터.
지난주 퀸즈의 한 새벽거리에서도 홀로 배회하던 4세 여아가 발견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여아의 신원확인 방법이 없어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총동원한 결과 겨우 가족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미 친모는 사망한 뒤였다. 이 여아가 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유괴나 납치되지
않았기에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만약 이 여아가 응급시 연락처라도 적힌 이름표나 작은 물건 하나라도 간직하고 있었다면 보다 빨리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범죄가 늘고 있는 요즘이지만 굳이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학교나 등·하교 길에, 또는 샤핑몰에서 갑자기 쓰러져 응급치료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의료기록이나 주치의 연락처가 포함된 신분증이 있다면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 40초마다 어린이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FBI 연방수사국에 접수되는 아동 실종 사건만도 하루 2,000여건, 연간 무려 70여만명에 이른다.
아동들이 실종되는 시간은 짧게는 1시간에서 4시간가량이지만 때로 영영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신분증을 지닌 아동들은 평균 10분 이내에 부모 품으로 곧바로 돌아올 만큼 신분증 소지 여부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어린이들은 집주소나 부모 이름, 자신의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알고 있더라도 심리적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이 응급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FEMA에서는 다음의 내용을 참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신분증은 신생아에서부터 12세 연령의 어린이들은 모두 지니도록 하고 신분증에 실린 정보는 최신으로 싣되 6개월마다 업데이트 해주도록 한다.
■신분증에는 최소 4개 이상의 연락처를 적어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휴대폰 번호, 타운내 인근에서 즉시 연락이 취해질 수 있는 사람의 전화번호 및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의 연락처 등이 필요하다. 타 지역 연락처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근 지역내 통신망이 두절될 경우를 대비한
것. 신분증에 적힌 연락처는 자녀들과 항상 복습하며 누구의 연락처인지 알게 한다.
■부모 이외에 급하게 연락을 취하거나 자녀를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정했을 경우 추후 법적인 문제 발생을 막고 신속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자녀를 임시로 돌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증서를 건네주도록 한다. 자녀를 인도받아 보호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제3자
가 인정할 수 있어야 부모가 원하는 사람에게 자녀가 맡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서에는 부모나 보호인 서명이 포함돼 있어야 하며 자녀를 임시로 돌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도 부모 대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도 좋다. 부모의 연락처와 함께 자녀의 병력이나 병원기록도 첨부해두면 유용하고 이외 보험카드 사본과
주치의 이름 및 연락처도 포함시킨다.
■신분증에는 응급시 연락처 이외에도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약물이나 음식에 대한 정보도 포함시킨다. 출생연월일도 필수. 매년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꼴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있지만 부모들은 자녀들이 복용하는 약물타입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물 상호반응
에 의한 사고는 병원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가장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항상 부모의 지갑이나 수첩에 보관한다. 가깝게 클로즈업한 사진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최소 2가지 종류를 갖춰두도록 한다. 부모의 신분증에도 자녀의 신분증에 실린 내용과 동일한 우편 주소와 연락처가 적혀 있어
야 한다.
■자녀의 지문과 DNA 샘플을 집에서 가장 안전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해두고 응급상황이 발생해 대피해야 할 때에는 챙겨간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자녀의 현재 모습을 사진에 담아둔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등을 기록해 두기 위함이다.
■어린 자녀들과 엄마아빠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하는 놀이를 하는 것도 권장된다. 부모의 이름을 반복해서 말하게 하고 생김새와 그날그날 입은 옷 등을 살펴보게 하는 방법이다. 자녀를 놔두고 부모가 외출해야 할 때 놀이형태로 한 번씩 훑어보게 하고 부모 역시 외출 전에
자녀가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눈여겨보는 것도 필수.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떨어져 혼자가 됐을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낯선 사람을 식별하는 요령도 길러줘야 한다.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성인이라든가 유니폼을 입은 경찰관 등이 가장 손쉽게 어린이들이 식별해 낼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은 뒤에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도록 가르쳐 신분증이 부모와 자신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소중한 고리라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응급상황이 이미 발생했다면 자녀에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고 앞으로 어떠한 행동이 취해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안전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도 심어주도록 한다. 현재 ‘후즈 슈즈 ID(Who’s Shoes ID: www.whosshoesid.com)’에서는 아동의 신발이나 벨트에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신분증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7달러99센트. 한 개 판매될 때마다 1달러씩 카트리나 피해 아동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된다. 한때 유행했던 목걸이 형 신분증은 3세 미만 아동인 경우 삼키거나 호흡곤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권장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안전 예방책은 응급 상황 발생시 대처하는 법에 대해 자녀에게 미리 반복해서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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