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라고 할까.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는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인 느낌이다.
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암울하기만 하다. 개솔린 값은 계속 치솟고. 게다가 잇단 대형 자연재해를 맞아 연방정부는 무능만 드러냈다. 아메리카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누가 그랬나. 날씨가 조금만 이상해도 부시 탓으로 돌리며 화를 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그 분위기는 여론에 그대로 전해진다.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70년대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고 있다. 월남전 후유증으로 나라가 찢기고 원유가 앙등에 경제가 끝 모를 추락을 하던 그 때 말이다.
자연 관심이 모아지는 건 부시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센텐스로 요약될 수 있어야 한다. 한 정치 평론가의 주장이다. 하기는 A학점으로 평가되는 대통령들의 경우 그 치적은 대체로 한 센텐스로 요약될 수 있다. 레이건 하면 ‘냉전에서 승리했다’는 식으로.
도전에 직면한다. 그 도전에 과감히 응전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대통령을 평가하는 또 다른 굵은 잣대다. ‘가장 위대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통령들, 워싱턴, 링컨, 그리고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들이 지닌 공통점도 바로 이 세 가지 요소다.
위기가 찾아왔다. 지고한 목표를 세우고 과감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결과는 실패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나. 역사는 비교적 관대한 평가를 내린다. 윌슨과 존슨 대통령이 그 예로, 이들은 ‘위대한’까지는 아니라도 훌륭한 대통령으로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최악의, 더 심하게 표현해 ‘끔찍한 대통령’으로 분류되는 케이스는 이렇다. 온갖 스캔들로 세월을 보냈다. 위기가 닥쳤는데도 극히 수동적 반응만 보이거나 대응을 아예 회피했다. 뷰캐넌이, 카터가 이에 해당된다.
부시는 그러면 어떤 대통령으로 기록될까. 시기상조의 감이 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현직’이니까. 그런데도 벌써 평가가 나왔다.
이도 저도 아닌 C 학점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역사가 등 85명의 전문가들이 잠정적으로 내린 평가로, 5 포인트 만점에 3.01 포인트의 평점을 얻었다. 또 역대 대통령을 위대한 순서로 랭킹을 매긴 결과는 19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되지 못한다. 그저 전문가들이 이렇게 본다는 참고에 불과하다.
부시는 결국 테러전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가 ‘위대한’ 대통령이 될지, 실패작이 될지는 전쟁의 추이에 달렸다는 의미이다.
9.11사태라는 위기를 맞았다. 과감하게 응전을 했다. 테러전쟁 선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잇달아 침공한 것. 여기까지는 ‘가장 위대한’으로 평가된 대통령들과 부시는 공통점을 보인다. 문제는 이 응전이 과연 성공으로 끝날까 하는 것이다.
온통 악재 투성이다. 이라크 상황은 불투명하다. 카트리나는 골치 아픈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런 것들이 족쇄가 돼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베팅을 한다면 ‘성공’ 쪽으로 걸고 싶다. 맑은 바람이라고 할까. 시계를 가리는 짙은 안개를 걷어내는 미풍 같은 게 감지돼서다.
그 바람은 먼저 여론의 흐름에서 느껴진다. 지지도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강력한 리더’로서 부시의 이미지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도 그다지 비관적이 아니다. 허리케인이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원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 경제는 계속 연간 3.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다는 전망이다.
위기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팽배한 게 비관론이다. 비관하기는 쉽다. 낙관론은 어렵다.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공황, 월남전, 또 80년대 경제난 등 위기 때마다 비관론이 먼저 들려왔다. 이런 이유에서다.
테러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수퍼 파워 미국의 몰락이 점쳐진다. 일방주의 군사 개입정책은 피로를 가중시켜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관론이 아닐까. 대공황을 이겨내고 동서냉전에서 승리했다.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 경제는 사상 최장의 호황기를 기록했다. 위기 때마다 다시 굳건히 서지는 게 미국의 전통이고 저력이다. 성공 쪽에 베팅을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굳이 성공 쪽을 선택하고자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영국의 속담이 불현듯 생각나서다. ‘왕이 길을 잃고 헤매면 백성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고 했던가.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의 복리와 이어진다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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