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종교 주간지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보고 나 혼자만 웃을 게 아니라 생각했다. 제목은 ‘공처가 대회 수상자 소감’이다. 7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첫 번째 장려상 수상자. “아내의 아내에 의한 아내를 위한 남편이 되겠습니다.” 두 번째 동상수상자. “아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 전에 내가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할지 먼저 생각한다.” 세 번째 은상수상자. “나는 아내를 존경한다. 고로 존재한다.” 네 번째 금상수상자. “나는 아내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다섯 번째 특별상 수상자. “니들이 아내를 알아?” 여섯 번째 공로상 수상자. “나에게 아내가 없다는 것은 저를 두 번 죽이는 거예요.” 마지막 영예의 대상 수상자.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설거지, 청소, 빨래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상을 받을 수 있는 남편일까. 애처가, 공처가, 아니면 경처가인가. 경처가는 아내의 말만 들어도 경기를 하는 남편을 말한다. 27년을 아내와 함께 살아오면서 갖는 마음은 왠지 용서를 바라고 싶은 마음뿐이다. 27년에 연애 4년을 더하면 30년을 넘게 아내를 알고 살아왔지만 아직도 나는 아내에게 좋은 점수를 못 받는 남편으로 생각되어진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는 나 스스로 잘 아는 사실이지만 과거보다는 오늘과 내일을 위해 더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남편이라고, 아버지라고 따라주는 아내와 두 딸들이 너무나 소중할 뿐이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드는 마음은 세상이란 것이 그렇게 나쁜 곳도 아니고 또 세상살이가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나만의 마음일까 궁금해진다.
몇 년째 계속되어지는 가정을 위한 나의 습관 바꾸기는 이제 몇 가지는 잘 되어지는 것 같다. 그 중에 하나가 ‘내 양말 내가 빨아 널기’와 ‘쓰레기 버리기’ ‘물 사다 놓기’ ‘집안 카펫 청소하기’ ‘화장실 휴지 보충’ 등이다. 설거지와 빨래는 아직 못하고 있다. 작은 일 같지만 이런 일들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에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몇 년은 걸렸을 게다.
한 남편으로, 한 아버지로 아내를 위해 혹은 가정과 가족을 위해 모범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은 해야 될 것이다. 처음 연애할 때 마음 같으면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따서라도 사랑하는 여인의 손에 쥐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지만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세파에 시달리다 보니 그 때 그 사랑은 다 어디로 갔는지 너무나 서글프게 세월은 지나가고 사람은 변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고 한다. 변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고 자연을 따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애할 때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으면 만사가 다 해결될 것 같고 온통 핑크 빛 세상으로 살아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세상살이와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게 참 인생의 모습이며 그 모습 자체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순수모습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고고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도 혼자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살아가라면 몇 달을 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삶 그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그냥 태어났으니 살 수 밖에 없고 살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산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독불장군은 없다. 너무 따지다 보면 나 자신도 피곤해지고 남도 피곤해 진다. 원을 그리듯 둥글게 사는 것이 좋다. 아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를 비롯한 많은 남편들은 결혼 햇수와 관계없이 지금의 아내에게 어떤 남편인지 궁금하다. 아내를 위해서라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자존심 같은 것은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는 남자이어야 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설거지, 청소, 빨래를 하는 남편”이 되어보면 어떨까.
김명욱 목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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