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주문 놓고 언쟁... 손님있는데도 총기발사
볼티모어의 한인 상인이 언쟁 후 앙심을 품은 주민에 의해 피살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시남부 체리힐 지역에서 ‘체리힐 프라이드 치킨 케리아웃 앤드 피쉬’(603 Cherry Hill Rd.)를 운영하는 박내춘씨(사진.46)가 3일 오후 7시경 인근 주민 윌리엄 로날드 랭글리(48)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 및 목격자들에 따르면 랭글리는 가게안으로 들어와서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을 한쪽으로 밀친 후 캐쉬대에 있던 박씨에게 다짜고짜 총을 발사하고 도주했다.
왼쪽 눈위에 총상을 입은 박씨는 다운타운의 메릴랜드 쇼크 트라우마 센터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9시 43분 숨을 거뒀다.
경찰은 사건 후 익명의 제보를 받고 사건 발생 11시간 만인 이튿날 오전 6시 랭글리를 체포,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목격자가 사진을 통해 랭글리가 범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랭글리는 1977년 살인사건과 관련 보호관찰 중이다.
리차드 팔테익 총경은 “숨진 박씨와 범인간에 어떠한 말들이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범인이 이 업소를 자주 이용하던 주민이었다”고 밝혔다.
▲사건 정황
같은 건물에서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김모씨에 따르면 주민들로부터 소식을 듣고 사건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박씨는 피가 흥건한 바닥에 쓰려져 있었다고 한다. 박씨의 손에는 음식 주문서와 돈이 그대로 쥐어져 있어 급작스레 변을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업소 안에는 캐쉬어인 한인여성과 뒤편에서 잡일을 하는 히스패닉 종업원 3명이 있었다. 캐쉬어는 김씨에게 숨진 박씨와 범인간에 음식 주문을 놓고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으나 박씨가 돈을 돌려주면서 무마했다고 말했다. 범인은 20분 뒤 다시 돌아와 방아쇠를 당겼다.
김씨는 이 곳은 워낙 위험한 지역이라 사고방지를 위해 고객에게 잘할 수 밖에 없다면서 박씨는 평소 친절했다고 전했다.
▲업소 주변
사건이 발생한 체리힐은 볼티모어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건이 발생한 업소는 관할 남부서에서 불과 6블록 거리이다. 사건이 발생한 업소는 문이 닫혀있었고, 주민들의 위로 카드가 문에 꽂혀있었다. 또 WBAL-TV 등 지역 TV 방송들이 취재를 위해 몰려들었다.
지역 방송들은 주민들의 말을 인용, 숨진 박씨가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졌으며 평판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 곳에서는 1998년 11월 이 업소의 건물주이던 김철호씨(당시 75세)가 수리를 맡은 잡역부와 언쟁 중 둔기에 맞아 피살된 바 있어 7년만에 다시 한인이 피살됐다.
▲한인사회 반응
볼티모어 시내에서는 1999년 11월 27일 레온스 푸드마켓의 오인숙씨 피살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한인상인이 희생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10월 제섭 컨비니언스토어의 김광준씨에 이어 또 다시 교인이 희생되자 4일 저녁 고인의 자택에 추모예배차 모인 벧엘교회 신자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측은 출장중인 이순근 담임목사가 4일밤 돌아오는 대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메릴랜드식품주류협회(회장 박갑영)도 4일 저녁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남현 시경 형사는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범죄의 위험이 높아가고 있다”면서 “낯선 손님은 특히 주의하고, 손님과 다투지 말아야 하며, 분쟁 발생시 해결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것”을 당부했다.
▲장례일정
고인의 장례는 6일(목) 오후 7시 30분-9시 콜럼비아 소재 위츠키 퓨너럴 홈(5555 Twin Knoll Rd.)에서 뷰잉을 가진 후 7일 오전 10시 발인 예배를 갖고 메리옷스빌 소재 크레스트 로운 메모리얼 가든(2150 Marriottsville Rd.)에 안장된다.
▲박씨 주변
클락스빌(6533 Limerick Ct.)에 거주하는 박씨는 부인 박영은(41)씨와 제인, 앤(16) 쌍둥이 딸, 제임스(8) 등 2녀 1남을 두고 있다. 박씨가 10년 전 인수한 업소는 오전에는 부인이, 오후에는 박씨가 나눠 맡아 운영했으며, 주말에는 두 딸이 부모를 도왔다고 한다. 3남 2녀 중 막내인 박씨는 1989년 도미했으며, 큰 누나를 제외한 형제자매들이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박씨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장모 박모씨는 “사위가 착하고, 인정이 많아 법없이도 살 사람이다”며 비통해 했다.
박씨는 메릴랜드식품주류협회 창립 초기 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나 이후 한인사회에서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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