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반찬·생선반찬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졌다.
많이 먹을 땐 일주일에 두세번도 구워먹던 불고기, 갈비, 로스고기가 요즘엔 거의 한달에 한번도 식탁에 오르지 않고 있다. 대신에 그 자리를 채운 것이 생선. 각종 피시를 여러 모양으로 요리한 생선반찬이 주메뉴가 되었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주부들이 가장 쉽게 식탁을 차릴 수 있는 첫 번째 메뉴가 고기반찬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스구이나 삼겹살 같은 것은 상추와 야채 몇가지 씻어놓기만 해도 푸짐하고 먹기도 쉽기 때문에 요리 싫어하는 주부들에게 아주 손쉬운 상차림이다. 불고기나 갈비도 양념장에 재어놓았다가 굽기만 하면 되니, 미리 재어서 얼려놓으면 바쁠 때 좋은 반찬이 된다.
그런 반면 생선반찬은 괜히 부담스럽다. 일단 고기보다 손도 많이 가고, 손질할 때 비린내가 나며, 요리할 때도 냄새가 많이 나서 아파트나 콘도에 사는 사람들은 생선구이 한번 하려면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보다 생선반찬이 귀찮은 진짜 이유는 고기구이에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데, 생선요리는 한가지로만 식탁을 차릴 수가 없다는 데 있다. 곁들여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한두가지 다른 반찬이 있어야 뭘 좀 차린 듯 싶지, 달랑 생선구이나 매운탕 한가지만 올리면 제대로 밥상을 차리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조림을 하거나 탕을 끓일 경우 양념과 육수도 필요하고, 따로 들어가는 부재료(무, 고추, 버섯, 미나리 등)가 많아서 시간과 정성이 더 들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맛있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생선요리의 고충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왜 고기반찬이 사라지고 이렇게 귀찮은 생선반찬이 주메뉴가 돼버린 것일까? 남편은 우리 가족의 체질이 바뀐 탓이라고 주장한다.
아침마다 신선한 과일주스를 짜서 한잔씩 마신 지가 2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남편의 경우 차에서 먹을 과일도시락을 한 그릇 따로 싸주고, 매일 잡곡밥에 각종 밑반찬이 화려한 점심 도시락을 싸가며, 집에 와서는 내가 차려준 저녁을 먹는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고기 먹는 양이 줄기 시작해 이제는 땡기지를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더니 심지어는 설렁탕을 먹어도 속이 부글거린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밖에서 삼겹살을 먹고 왔는데 다음날 설사를 하는 것이었다. 고기가 좋지 않았나보다 했는데 함께 먹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 정말 체질이 바뀐 모양이다.
한편 점심을 매일 사먹는 나와, 학교에서 런치를 해결하는 아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전에는 늘 고기반찬을 좋아하던 아들이 생선이 주로 오르는 저녁식탁에서 불평 한마디 없이 밥 잘 먹는 것을 보면 기특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집에서는 무슨 생선을 어떻게 요리해 먹고있을까?
가장 손쉬운 생선요리는 당연히 구이다. 꽁치, 갈치, 이면수, 가자미, 장어 등의 생선을 그릴에 구워먹는다. 갈치나 가자미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도 맛있지만 냄새가 진동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 거의 모든 생선은 구워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생선요리는 연어로서, 코스코에서 연어 덩어리를 사다가 큼직하게 잘라 양념에 재웠다가 넓은 팬에서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 익혀낸다. 내가 하는 양념은 올리브오일(light) 한컵에 레몬 반개를 짜넣고 다진 마늘, 소금, 후추, 말린 파슬리를 조금 뿌린 것이다. 냉장고에 한두시간 재두었다가 요리하면 되는데, 나의 경우 할 수 없이 아침 출근 전에 재놓고 저녁 때 요리한다. 이 연어에 빵과 수프, 샐러드를 곁들이면 간단하게 서양식탁이 되고, 밥과 국, 나물 한가지 무쳐내면 훌륭한 한식탁이 된다.
이외에 많이 하는 것이 명태 코다리찜, 은대구조림, 오뎅국, 오징어찌개, 새우요리 등이며 가끔씩 닭고기 요리도 이것저것 한다.
한가지 참고하면 좋을 음식궁합은 담백한 생선구이에는 토장국이나 찌개(시금치된장국, 두부고추장찌개 등)를, 찜과 조림 등 양념이 강한 요리에는 맑은국(콩나물국, 무국, 미역국 등)을 끓여내면 입맛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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