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면서 휴가시즌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 묶여서, 혹은 경영주가 휴가를 주지 않아서 휴가 없이 한해를 보내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
기업은 모든 직원에게 휴가를 줄 필요가 있나. 한마디로 그 대답은 ‘그렇다’ 이다. 말단 직원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장과 회장까지 모든 직원은 휴가를 가야한다. 직장에서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을 하여야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업의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의 한 방법으로서도 휴가는 필요하다.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는 종업원 고용에 대하여 많은 법과 규정을 만들어 모든 기업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오버타임 임금계산, 최저임금제도 등은 법을 따라야 하지 고용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휴가에 관하여서는 연방정부도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아무런 법이나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휴가는 고용주가 알아서 마음내키는 대로 주는 것이지 종업원의 권리가 아니다. 좋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딴 데로 옮기지 못하도록 붙들기 위하여 또 사기를 진작시켜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종업원에게 휴가를 주고 있다.
연간 휴가기간과 관련,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을 비교하여 보면 미국인들은 불쌍한 일벌레, 더 심하게는 일중독자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8월에는 유럽으로 출장을 가지 말라고 한다. 모두 휴가를 가고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덴마크에서는 일년 근무한 종업원에게 6주 휴가를 주고, 호주,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독일, 네덜랜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에서는 4주 내지 5주 휴가를 주고 있다. 또 콜럼비아, 아일랜드, 뉴질랜드는 3주 휴가를 준다.
왜 이렇게 긴 휴가를 주는 걸까? 이들 나라의 고용주가 미국 고용주보다 더 너그러워서 아니고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가 법으로 휴가 기간을 정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고용주의 자유의사에 맡겼기 때문에 휴가기간이 제각기 다르다. 대부분 회사들이 1년 근무하면 2주, 근무 햇수가 길면 좀 더 주고 있다. 100명 이하의 종업원을 가진 미 중소기업들 중 1/8은 아예 하루도 휴가를 주지 않는다.
가주에서는 휴가를 주고 안 주고는 고용주 자유에 달렸으나 일단 휴가를 주기 시작하면 준수해야할 까다로운 규정이 많이 있다. 휴가도 종업원이 일해서 얻는 임금과 같이 벌어들인 소득 (Earned income)으로 간주되므로 종업원이 회사를 떠날 때는 쓰지 않은 휴가를 현금으로 계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종업원이 휴가를 한 해에 사용하지 않으면 그 다음 해로 누적되는 것이 일반 관례인데 그렇지 않고 다음해에 쓸 수 없게 휴가를 몰수한다는 회사 내규는 위법이다. 휴가는 매일 일할 때마다 번 것으로 간주되어 퇴사시에는 그 비율로 계산하여 돈을 지급하여 주어야 한다.
회사의 사장이나 회장도 당연히 휴가를 가서 휴식을 취하면서 새 사업계획을 구상하여 회사의 먼 장래로 가는 길을 제시하여야 한다.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한 기업가나 경영인이 아니다. 평소에 업무 위임을 잘 하여 본인이 없어도 기업이 잘 운영되도록 해야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2주정도 휴가를 갔다오는 것이 좋다.
위임 경영은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나 회사의 조직자체가 견제기능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한 직원에게 회계, 재고 등 민감한 일을 모두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일 잘하는 직원이라도 휴가를 보내 그 사람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가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갑작스런 사임이나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그 직원이 일을 못할 경우에도 회사경영은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된다
요즈음 미국 언론에 많이 보도된 월드컴 등 대회사가 망한 가장 큰이유가 간부급들의 횡령이었다. 그 외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많은 횡령사건들로 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그 예방책 중 하나로 회계, 재고, 주문, 배달 등 돈이나 물건과 직접 관련 있는 직원이 휴가를 일부러 가지 않는 경우 일단 의심하고 알아보기를 권장한다. 그런 직원들을 2주 휴가를 보내고 딴 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한다면 혹시라도 감추거나 조작된 장부를 쉽게 찾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 중 연방정부나 주 정부 간섭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은 은행이라고 본다. 캘리포니아 은행국은 은행원 특히 민감한 직책을 가진 간부 은행원은 일년에 2주를 연속하여 자리를 비우고 딴 직원이 2주간 대신 일을 보도록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휴가는 직원에 대한 베니핏 만은 아니다. 건전한 기업풍토를 위해서도 기업들은 직원 모두에게 휴가를 반드시 가도록 하기를 권장한다.
이청광
칼스테이트 LA
교수·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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