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수필가/교육가)
전혀 자기들의 의사가 아닌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낯선 땅에 와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헤쳐나가는 우리 자녀들을 보면서 안스러운 마음에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이민 1세의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이곳에서 태어난 2세들도 마찬가지이다. 갓난아이 때부터 부모들에게 물려받은 Native Language로 우리말을 구사하다가 영어란 아무 말도 못하는 애를 너서리 스쿨이나 프리스쿨에 데리고 갔을 때,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서 나오는 부모들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고 아팠는가는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어느덧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될 때 부모들은 안도의 숨을 쉬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의 아이들은 이중문화권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며 절망과 좌절을 겪어야 했을까.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녀 다 성장한 자녀를 데리고 뒤늦게 이 땅에 이민 온 나
는 사실 이 나라의 교육을 너무도 몰랐던 것 같다. 이제 나의 자녀들이 그의 2세를 키우면서 너서리, 프리스쿨을 거쳐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미국학교가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언어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간에 자연스럽고 완전한 의사소통이 어렵고, 서로가 가려운 곳을 잘 짚어줄 수 없는 느낌이다. 요구사항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불만이 있어도 자유자재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서포트 해 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다.하지만 우리 자녀들은 부모들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할지라도 그것까지도 이해하고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며 어떠한 어려운 상황도 잘 견디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번듯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부모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 부모들은 행여라도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뒤지지나 않을까, 성적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영어나 수학 과외공부를 시키기도 하고, 태권도나 다른 운동도 시키며 특기(악기)도 하나씩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일일이 ride 해주고 교육비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어진다.우리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각 State와 각 City의 공립학교에서 실시하는 표준학력고사(Statewide Assessment등)에 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뉴저지의 경우 3,4학년의 학력고사(NTASK), 8학년에서 보는 능력시험(GEPA), 11학년에서의 졸업시험(HSPA), 또 SAT 시험 준비까지, 사립 가톨릭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또 사립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치르는 Terra Nova 시험을 준비하는데 각 학년마다 다르다. 이 많은 시험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원흉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 자녀들 가운데 모국어를 배우겠다고 토요일에 한국학교를 찾아와 한국어, 한국역사, 문화를 배우는 학생들은 또 얼마나 더 스트레스를 안고 살게 될까를 생각하면 다년간 한국학교에서 봉직하고 한국학교협의회를 이끌어 온 한 사람으로서 너무 자녀들에게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신장과 함께 국민들의 해외 진출과 이민이 활발해짐에 따라 미국에서도 한인사회가 급속도로 팽창하게 되었다. 자연히 이중언어(Bilingual) 구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고, 우리 자녀들의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기가 더 힘들게 되었다.
명문대학을 나온 동포 자녀가 이중언어 구사를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이 되지 못하자 억지로라도 한국말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부모를 원망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러한 자녀의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주류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자랑스런 우리 자녀들이 있다. 소설 ‘Native
Language’를 발표하여 일약 유명 작가가 된 이창래 프린스턴대학 교수, 아시안 아메리칸을 대변하는 코미디언 마가렛 조, 음악에서 역시 아시안계를 대표하는 바이얼리니스트 사라 장,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아시아의 명예를 드높인 예일대 법대학장 고홍주(Harold Kho)등 참으로 훌륭한 한국계 미국인들이다.
그런데 마음속에 안타까움이 있다면 대부분의 초기 이민자들의 자녀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여 날개가 하나 부러진 새 같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그들 자신들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모국어까지 잘 구사했더라면 양 날개로 3,000미터 이상의 창공을 훨훨 나는 갈매기 조나단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서글프다.
이 땅에서 자라나는 모든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모두 다 열심히 학업에 진력해주기를 바라며 특히 토요일 한국학교에까지 다니는 한국학교 학생들에게는 더욱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새학기를 시작한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전래 속담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God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는 말이 그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