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에 31주째 되던 딸이 그만 숨을 거두었다. 너무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딸의 탯줄이 너무 단단히 감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건강한 태아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엄마와 뱃속에서 교감을 나누던 태아가 갑자기 사망한 것이다. “6주 후 나와 남편은 건물 현관에 있는 편지함을 열어보았다. 유아용품 광고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 아이라 가디는 아이를 잃은 아내 앨리슨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우체부에게 유아용품 광고지와 임신관련 잡지를 별도 지정함에 넣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는 수시로 이 지정함에서 광고지를 뽑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임신 관련 잡지는 추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아내 몰래 숨겨두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이 딱한 사정을 소개했다.
그릇된 정보로 유아용품 쿠폰·선물 선전 공세
“귀여운 아기 기록 남기세요” 사진촬영 종용
“애 뱃속서 죽었다” 해도 단번에 시정 안돼
귀찮게 하는 회사 상품 보이콧 경고가 효과적
그러나 남편의 배려도 완벽하진 못했다. 쏟아지는 유아용품 선전을 원천봉쇄하진 못했다. 며칠 뒤 앨리슨 앞으로 소포가 당도했다. “새 가족이 생긴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큰 박스가 도착했다. 선물로 증정한다는 것이었다. 앨리슨은 처음엔 놀랐지만 잠시 후 화가 났다. 유아용품회사가 어떻게 앨리슨의 출산예정일을 알았을까?
이 사실을 아는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하나는 건강보험사, 다른 하나는 새 부모와 예비부모를 위한 웹사이트. 앨리슨은 사산 사실을 이 두 곳에 출산예정 두 달 전에 알렸다. 앨리슨은 태아가 사망했음을 보험사에 알렸었다. 웹사이트에도 회원 탈퇴를 요청했다. 그 곳에서 이유를 물어, 유산됐다고 말했다(웹사이트의 설문에는 사산이라는 항목이 없었다). 아무튼 앨리슨의 태아가 사망했다는 것은 분명히 전달됐다. 물론 다른 곳에 정보를 공유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정보가 흘렀다. 출산예정일이 삭제되거나 앨리슨이 더 이상 유아용품을 구입할 고객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유아식과 유아용품 광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 세상에 없는 딸의 1개월, 2개월, 3개월, 4개월, 5개월 되는 때에 맞춰 나이에 맞는 용품을 구입하라고 선전해 왔다. 안내책자와 함께 할인쿠폰도 보내왔다.
다른 회사는 아기가 자라는 순간을 그 때 그 때 기록해 놓으라며 사진촬영 약속을 종용하기도 했다. 앨리슨은 편지함 열기가 겁났다. 태아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데 이들 회사가 사정없이 광고지를 보내오는 통에 죽은 아이가 생각나 못 견딜 지경이다.
앨리슨은 유아용품회사 한 곳에 전화를 했다. 고객 명단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3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남편에게 부탁했다. 남편 아이라가 집에 돌아와 “이제 다 해결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발송한 광고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아이라는 부동산 에이전트, 시정부 관련 도급업자이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영향력을 십분 발휘해 압력을 넣었던 모양이다. 유아용품 회사와 ‘투쟁’하느라 앨리슨은 진이 다 빠졌다. 다른 회사들과의 싸울 여력이 없었다.
앨리슨은 궁리했다.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첫째, 회사에 전화를 걸어 고객명단에서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회사에 정면으로 저항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은 전화를 걸어 “내 애는 뱃속에서 죽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는 것이다.
둘째 방법은 보이콧이다. 광고지나 ‘선물’ 따위를 보내오는 회사에 전화해 “계속 메일을 보내오면 당신 회사 제품을 절대 사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앨리슨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아이를 갖고 기를 때라도 절대로 ‘문제회사’의 물건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회사로서는 섬뜩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은 비단 앨리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임신부들이 유아용품 광고를 받길 원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밀물처럼 밀려든다. 아기가 건강하면 마다할 일이 아니다. 아기가 건강하지 않다 해도 그다지 노여워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떠난 경우엔 이런 메일 자체가 하나의 고문이다. 무신경하고 부적절한 광고이고 소포다.
좋은 회사라면 잠재적 고객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량기업이라면 고객에게 특정한 물건을 보내도 되는지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특히 출산과 같이 민감한 일과 관련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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