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에스라(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 협의회장)
한동안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언급되었던 “부적절한 관계” 라는 말이 유행한적이 있었다. 그 당시 부적절하다는 단어의 의미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해석이 오고 가곤 했는데 최근 며칠 사이에 세인들의 말에 제일 많이 오고 간 말이 바로 “적절한” 이란 단어일 것이다.
이번 6자 회담에 있어 전 세계가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 국가들을 칭송했지만 애석하게도 성명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합의문을 전적으로 반박하는 듯한 성명을 냄으로써 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쏟고 말았다.
6자 회담에 명시한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건설을 논의하겠다 라는 말의 해석에 있어서 북한은 선 경수로 건설, 후 핵 포기 라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또 다시 반복하고 나온 것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핵 포기를 실행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명백한 합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뒤엎는 듯한 발언을 펼치는 북한 당국에 이번 회담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존재로 평가절하하던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를 증명하듯 뱉어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이었다. 아무리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북한이라고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국가 대 국가간의 대 약속이고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시점에서 이렇듯 합의를 내팽개치는 듯한 모양새를 내는 북한당국에 세계는 어리둥절해질 수 밖에 없었다.
공동성명에서 애매모호한 표현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여 한숨을 돌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처럼 합의 하루 만에 핵심쟁점이었던 경수로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에 공방이 벌어지게 됨으로써 11월 초로 예정된 5차 회담에서 이 문제가 또 다시 핵심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수로 문제로 인해 5차 회담이 지연되거나 열리더라고 또다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것이다.
일단은 왜 북한이 이 시점에서 이런 엉뚱한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에 우리는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뿌리 깊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적당한 시점의 경수로 논의’에 있어 미국과의 힘겨루기 싸움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견해일 것이다. 또 다른 의문도 있다. 극도로 북한의 핵무기 철폐의지를 의심하고 우려하던 미국이 왜 경수로 제공 논의를 막판에 수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의 견해로는 경수로 문제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던 워싱턴의 자세가 누그러진 데에는 북한이 경수로를 국제 공동 관리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북미 당국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공동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이제는 당사자들간에 행동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는 것과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제공을 보장하는 협정을 동시에 이행하는 방법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양국의 의지가 확고해야만 한다.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비핵화 방침을 실현하고 미국은 민주당 정권 때부터 약속했던 경수로 건설을 이행하여야 한다. 필요할 경우 6자 회담국이 새롭게 참여하는 한반도 에너지 개발 기국 (KEDO)을 재편성해 경수로를 공동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결국 위와 같은 절충안과 해법을 관철시켜야 할 몫은 한국에 있다고 하겠다. 이번 합의문 도출에 있어서 창조적 중재안을 제시해 큰 관문을 통과했듯이 이제는 구체적인 해법을 가지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시점이기에 한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이제 그 시작점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처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은 이제부터라고 본다. 이제 그 첫 관문을 통과한 시점에서 북미 회담을 지켜보는 우리 해외지역 평통 위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 진행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비록 부분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합의문의 많은 부분이 실현되자면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는 핵 위기 및 한반도 문제 해결에 비켜 갈 수 없는 첫 걸음이자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 타결을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가 조금 더 앞당겨지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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