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 최규용 <메릴랜드 대학 화공과 교수>
가을학기가 시작하면서 워싱턴 지역의 많은 한글학교들이 개학하여 2세 자녀들에게 한국어와 한글,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관한 교육이 다시 시작되었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 한글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생활에 바쁘다 보니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교육과 마찬가지로 한글 교육도 때가 있는 법이어서 일단 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하게 마련이다. 즉 자녀들이 나이가 들면 한글을 배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된다. 우리 부모들이 2세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매우 많지만 곧 다가올 한글날을 맞이하여 다섯 가지 중요한 이유를 새롭게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identity)를 일깨워준다. 이곳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어릴 적에는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이때 주눅들지 않고 한국인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깨닫게 하는 것은 어렸을 때의 한글 교육과 한국의 문화 역사에 관한 교육 뿐이라 하겠다.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바로 자신감과 당당함을 부여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뿌리를 가졌다는 인식과 이 나라 미국에서의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부모들 자신에게 중요하다.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언어 장벽으로 인하여 부모 자식간의 대화가 실질적으로 단절된다. 일상적인 대화만 가능할 뿐 부모는 자녀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게 되고 자녀들은 부모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이해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부모들은 자식들에 대해 좌절하게 되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어렸을 때 힘들어도 자녀들을 한글학교에 보내면 그들이 커서도 한국어로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부모 자식간의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2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들 자신을 위해서도 자녀의 한글 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셋째, 자녀들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유익하다. 컴퓨터와 정보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나라간의 기술적, 경제적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과학 기술과 경제, 문화 콘텐츠 산업 등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여 세계무대에 급부상하고 있고 앞으로 그러한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상품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정보기술과 접합되어 앞으로 매우 유능한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으로 등장하고 있다. 모국의 이러한 약진은 당연히 2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 영어 및 미국사회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한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우리 2세 자녀들은 앞으로 한국과의 독특하고도 훌륭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의 웹사이트는 한글 전용으로서 아직은 외국인들이 그 내용을 활용하기 힘들다. 그러나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나라의 하나로서 한국의 웹사이트에는 매우 유익한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어 미국의 웹사이트와 함께 사용하면 인터넷 기능을 두배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글을 깨우친 2세들이 일단 한국의 웹사이트에 익숙하게 되면 한국인 고유의 기발함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콘텐츠에 매혹되어 그들의 지적 만족감은 물론 실제 생활에 큰 이익과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가족간의 화목에 이바지한다. 자녀들이 한글을 알고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에서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친척들이 방문해도 자녀들이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인 며느리나 사위를 맞을 수 있는 확률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지니 한국식으로 며느리나 사위 호강을 조금은 기대해 볼 수 도 있지 않은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녀들에게 한국어로 말함으로써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또한 한글학교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경로사상을 가르치니 자녀들은 모르는 사이에 효성심이 마음속에 자라게 될 것이다.
최규용 <메릴랜드 대학 화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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