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벌써 2주가 지났다. 개학 직후 들뜬 마음도 어느덧 시들해지고 벌써부터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서서히 뒤처지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점차 눈에 띈다. 예습·복습은 물론, 숙제도 열심히 하는데 학습부진이 지속된다면 아이의 시력이나 청력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해 보자.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시력에 문제를 안은 채 학업을 시작한다. 사물을 편안히 바라보고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시력이 나빠진 상태라면 당연히 최상의 학업성취도는 기대할 수 없다. 이는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시·청각 문제는 장기적으로 학업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취학 이전에 미리 검사를 받아 문제점이 발견되면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이후에도 매년 정기검진을 받도록 해 성장기를 거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미 검안협회(AOA) 발표에 따르면 미국내 12세 미만 어린이의 86%가 시력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세 미만인 경우 학습의 80% 가량이 눈으로 보는 것을 통해 얻어질 만큼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는 무척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안과적인 문제는 어릴 때 조기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에 취학 연령 이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무 검진 필요성이 높게 대두되고 있다.
전국 각 지역 주정부마다 학생들의 시력 검사를 의무화하는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워싱턴DC를 비롯, 현재 전국적으로 33개주에서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기초 시력 검사를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시력 검사보다는 안과전문의에 의한 정밀검진이 아동들에게 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순한 시력 측정만으로 안과적인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는 겨우 5%에 그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하고 깊이 있는 검진이 요구되는 것이다.
연방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세 미만 아동의 14%만이 정밀 시력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밀검진에 대한 인식 수준이 심각히 낮은 상태다. 아무리 20/20의 시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안구에 어떤 다른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려면 정밀 검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4세 미만인 경우 안과전문의가 아니고서는 이상 여부를 발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전국적으로 아동인구의 5%를 차지하는 약시는 어릴 때 발견하면 거의 완치 또는 예방이 가능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40세 이후 미 국민의 영구 시력 상실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시력 문제는 범죄와도 큰 연관성을 갖는다. 소년원에 수감 중인 청소년 범죄자의 70%가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학습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학생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자녀들이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안과 질병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나 증상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자녀가 필요 이상으로 눈을 자주 비비거나 눈이 자주 충혈 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눈동자를 자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걸을 때 물건에 부딪혀 자주 넘어지는지 여부도 관찰해본다.시력에 이상이 있는 아동이라면 책을 읽다가 읽고 있던 줄을 자주 놓쳐 버릴 수 있다. 읽기나 쓰기를 할 때 읽었던 줄을 자꾸 반복하기도 하고 읽고 있는 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책에 가져다 대고 읽는 경우도 흔하다.
책이나 사물을 지나치게 가까이 대고 읽거나 눈을 자주 비비고 잦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기도 하고 한쪽 눈으로만 쳐다보느라 고개를 자주 돌리거나 옆으로 기울이기도 하며 색칠하기나 퍼즐 맞추기 등의 놀이 활동을 불편해하며 피하려 할 수도 있다. 색칠 공부는 색맹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평소 눈동자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 눈동자를 위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잘 움직이는지, 칠판과 노트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빨리 빨리 정확한 곳을 곧바로 응시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양쪽의 눈동자가 한 가지를 주목해 바라보는지, 손과 눈의 움직임이 함께 조화롭게 움직이는지도 확인한다. 정상적인 아이라면 사물을 정확하게 응시할 수 있어야 하고 책장을 넘길 때에는 눈동자도 자연스럽게 따라가야 한다. 또한 양쪽의 눈동자를 함께 사용해 물체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하
고 필요하다면 시선을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바라보고 있는 대상 사물 주변의 움직임도 함께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증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밀한 안구 검진을 받도록 한다.`해리 포터’를 읽고 자라난 요즘 어린이들은 안경 쓴 친구들을 보면 `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안경을 고를 때에도 니켈 도금에 예민한 피부를 가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티타늄, 은, 스테인레스 스틸, 플래스틱 등 재질별로 견고성을 살펴보고 안경을 선택하도록 한다. 렌즈의 종류, 크기, 재료 등도 살펴보고 연결부위나 코 받침의 위치 조절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안경 관리 요령도 올바로 지도하도록 한다.
시력 검진은 연간 최소 2회 이상 받도록 해야 한다. 이미 문제를 안고 있거나 이상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보다 더 자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시력 장애 검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청력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청력 이상은 일시적일수도 있지만 선천적이거나 장기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리스쿨 학생들의 15%는 일시적인 청력 부진 현상을 보이는 반면, 약 3%는 장기적인 만성 장애를 안고 있다. 평균적으로 신생아 1,000명당 1명에서 6명꼴로 선천적인 청력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지난 30년간 청력 장애를 앓고 있는 미국인은 거의 2배 이상 늘고 있는 실정이어서 어릴 때부터 청력 이상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방정부가 3세 이상 아동들을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1971년 1,320만 명이던 청력 장애 인구가 1977년 1,420만 명, 1991년에는 2,030만 명, 1993년에는 2,420만 명, 2000년도에는 2,860만 명으로 점차 늘었다.
청력에 이상이 발생하면 어휘력, 문법, 단어 나열, 숙어 표현 등 학습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2000~01학년도 기준으로 전국 공립학교에서 청력 이상으로 특수교육을 받는 6~12세 연령의 학생들은 577만5,72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력이나 청력 이상뿐만 아니라 연필을 쥐는데 힘들어 하는 학생들도 간혹 볼 수 있다.
손에 물건을 잡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글 쓰는 일이 귀찮아지고 숙제하기도 힘들어진다. 또한 미술이나 공작활동 참여 열의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학생들도 이상 여부를 조기 발견하면 재활치료를 병행할 수 있고 특수 장비를 지원받아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우수한 학군을 찾아 우수한 학교에 등록하는 것만이 자녀교육이 아니다. 물론 실력 있는 교사의 지도와 적절한 교육적 환경 조성도 필요하겠지만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시력이나 청력의 이상 여부 검진이야말로 부모가 책임져야 할 기초적인 의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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