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도 안된 프리스쿨러
책상 앉혀 공부시켜야 하나
유아의 정신세계는 안개 속의 풍경처럼 모호하기 그지없어서 신경조직체계가 완전히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명료하기 이를데 없어서 무엇이던지 가르치는데로 받아들이므로 열심히 체계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가르쳐야 하는가?
읽고 분석하고 비평하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은‘공부는 원초적인 본능이자 삶의 모든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5세 미만의 프리스쿨러들에게도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인가 ? 올가을 자녀를 프리스쿨에 입학시킨 부모들은 위에 언급된 사항을 놓고 끊임없이 자신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프리스쿨의 질을 저울질 할 것이다. 그러나 극단은 좋지 않다. 어떤 프리스쿨이 극단을 가고 있는지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그 식별법을 부모들에게 소개했다.
어휘·숫자·글자 본격 교육론과
놀면서 배우게 하는 학습론 대립
극단 치우지지 않는게 바람직할듯
좋은 프리스쿨들은 유아 개인의 행동, 작품, 그림 등을 보고 아이의 발달 정도를 측정한다. 어떤 기준이나 표준치를 정해놓고 이에 맞추는 것은 유아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3살짜리 아이를 프리스쿨에 등록시킨 한 엄마의 이야기.
입학 첫날 선생이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쓸 줄 아느냐고 물어왔다. “이 아이 이제 겨우 3살이예요. 모르세요?”라고 되받은 엄마에게 선생은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뒤쳐져 있다며 당장 집에서 플래시 카드로 알파벳 식별부터 시키라고 당부했다.
‘머리 뚜껑’이 열린 이 엄마는 집에서 플래시 카드로 아이에게 알파벳 구별을 가르치려 시도했고 엄마가 이상한 그림(?)을 들고 자꾸 물어보는 광경을 아이는 당혹스럽게 여기며 엄마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좌절했고 엄마가 실망하는 만큼 아이도 자신감을 잃어갔다. 이 엄마는 큰 아이는 글자 하나 모르고 킨더가튼에 입학했고 지금 1학년에 올라가며 아무 문제없는데 이게 웬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미국은 실적위주, 점수 높이기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2005∼2006년 학사과정에서 미 전국 프리스쿨 펀딩은 3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002∼2003년의 25억4천만달러에 비해 대폭 늘어난 수치이다. 정가나 의회에서는 돈을 퍼부은 만큼의 열매를 요구하고 있고 그 열매의 잣대가 곧 표준시험 성적이다.
부시행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낙오생 없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정책으로 미 전국 초등학교는 테스트 점수 올리기에 숨막히는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 열기가 프리스쿨에까지 몰아닥치고 있다고 데보라 스티펙 스탠포드 교육대학장은 진단하고 있다.
저소득층지역 프리스쿨에 68억4천만달러를 지원한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으로 인해 연방정부는 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킨더가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기본 학력 테스트를 치르게 하고 있다.
행정가와 정책입안자들의 이런 평가위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스쿨러들에게 어휘, 숫자, 글자를 가르치는 ‘교사위주의 교육방식’이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주창자들이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이 방식은 너무 직선적이고 딱딱해서 아이의 학습동기를 꺾기도 하고 감정이나 개인차를 무시한 일괄적인 학습이라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학생위주의 교육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주창하는 교육철학자들도 있다. 하워드 가드너나 레브 비고스키같은 이는 유아들이 놀면서 스스로 배워가게 하는 학습방법이야 말로 읽기, 쓰기는 물론이고 숫자개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아이가 평생 배우고 싶어하는 동기유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반대자들은 이는 교사의 역할을 너무 극소화하는 것이며 아이들이 ‘샛길’로 빠지거나 뒤쳐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프리스쿨들은 이 양극단의 중간쯤을 택하고 있는데 만약 양쪽 어느 한쪽이라도 극단에 치우치면 부모들이 경계해야 한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프리스쿨 교육 환경
소그룹이 훨씬 효과적
창의력·정서 외면하는
표준학력 평가는 곤란
■대형 그룹은 좋지 않다.
요즘 프리스쿨 중에는 마치 1학년 학급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들이 출현하고 있다. 아이들을 빙 둘러 앉혀놓고 교사가 가운데 앉아서 학과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3∼4세 유아들은 집중력이 짧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몰 그룹이 효과적이고 그리고 짧게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재를 가지고 반복학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주의 글자’등을 정해놓고 한 글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가르치는 유아교육은 권장할만한 것이 못된다. 아이 개인의 관심과 흥미에 맞는 주제를 설정하고 다양하게 창의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 표준학력 시험을 강조하는 프리스쿨은 문제가 있다.
시험점수는 사실 부모와 행정가들의 관심사이지 아이들은 관심 밖이다. 평가 시험을 쳐서 학습장애 아이를 조기 발견하거나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것은 괜찮지만 유아들에게 개인을 지적하며 어떤 질문에 답하게 한다거나 일괄평가는 유감스럽다. 그리고 표준평가는 아이의 창의력이나 감정발달, 사회성등은 전혀 측정이 안된다.
■ 평가를 전혀 하지 않아도 문제다.
좋은 프리스쿨 교사는 아이를 관찰하고 이를 기록해두며 아이가 만든 작품이나 그린 그림등을 보고 평가서를 작성하며 아이의 발달과정을 묘사한다. 어떤 표준치를 두고 아이가 이 기준에 넘어서느냐 아니냐를 두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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