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사람이 살다보면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구태여 다른 사람과 좋은 일을 나누지 않아도 기분이 좋은 법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고,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예부터 잔치집보다는 상을 당한 집에 먼저 찾아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 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자연의 이치에 대해서는 감히 연약한 인간으로서는 다스릴 수 없다. 하늘을 막을 수 없고, 땅을 손에 잡을 수 없다. 이번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또 다시 보여준 끔찍한 일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어도 그만큼 큰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미처 기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마다 도와달라고 ‘help’를 외쳤다. 먹을 것이 없고, 마실 물이 없고, 약이 없어서 긴급하게 외쳤다. 그 도와 달라는 소리는 그 말대로 ‘help’ 였다. 어떤 방법이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도와 달라는 소리에 대해 어떤 사람은 긴급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상황과 실제를 몰라 무관심할 수 있다.
성경에 한 사람이 길을 지나가다가 강도를 만나게 된다. 이 강도는 갖고 있는 것도 빼앗겼을 뿐 아니라 몸도 심하게 다쳐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어느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High Emergency Lifethreatening Phase)이었다. 그런데 그 길로 제사장이 지나가고 있었다. 제사장은 오늘날로 말하면 종교 지도자였다. 그런데 제사장은 자신도 강도를 만날 것 같아 도움을 주기는커녕 두려워서 지나가고 말았다. 그 다음 레위인이 지나갔다. 오늘날로 해석하면 신앙인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도 지나가고 말았다.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상관도 하지 않을 정도로 외면을 당했던 사마리아 사람이 지나갔다.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을 가까운 여관으로 데려가 쉬게 하고 치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비용이 더 들면 자기가 지불하겠다고 했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이 세 사람 중에서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진정한 이웃이냐고 물으셨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보스턴 대학교의 엘라이 바이젤 교수는 ‘21세기의 예측’이라는 책에서 21세기에 인간 사회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무관심’ 이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그 말이 “I Don’t care”이다. 너 어떻게 생각하니? 너 어디 가고 싶니? 너 무엇하고 싶니? 너 무엇 먹고 싶니? 이렇게 물었을 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오는 말은 “I don’t care”이다. 이 말은 실제로는 자기 외에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자기 밖의 일 뿐 아니라 자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자기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자기도 몸을 가졌은 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히브리서 13:1-3)
이번 카트리나로 인해서 일어난 이재민들이 도와 달라고 한다. 그냥 도와 달라는 말이 아니라 생존에 대한 위협이 있어서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이민자들도 충분히 어려운 때가 있었고, 또 지금도 어려움 가운데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오히려 내 형편이 더 어렵다고 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는 이 미국 땅에 살면서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 그러지 않다고 부정할 사람도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준 것보다는 받은 것이 더 많다고 본다. 재해를 만난 사람도 곤경에 처해 있지만 만일 이일로 인해서 미국이 어려움에 처한다면 바로 내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음을 열어서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와 달라고 하는 그 사람들은 떡 하나를 더 먹어야겠다고 배부른 베짱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위협 당하는 긴급한 상황(High Emergency Lifethreatening Phase)에서 외치는 눈물어린 호소이기 때문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