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하임에 거주하는 정모(36)씨는 최근 자주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조금씩 걱정이다. 7년전 신혼 초에는 덥수룩하던 머리가 어느새 이미 대머리가 된 아버지를 닮아가는 듯 앞머리 쪽 두피가 듬성듬성해지고 있어 자꾸 거울을 살피게 됐다. ‘아직 젊으니까...’ 싶다가도 혹 유전이 아닐까 고민이다.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탈모. 이제 ‘대머리’는 중년의 표상이 아니다. 20, 30대 젊은 층이나 여성에게서도 탈모는 종종 나타나고 있다. 토랜스와 샌디에고에서 모발 이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백중필 모발이식 전문의는 “한국에서는 탈모 때문에 결혼이나 직장문제에 영향을 줄까봐 젊은 층들의 탈모치료나 모발이식수술이 증가 추세에 있다”라며 “여성의 경우 탈모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지 못한 것이 많으며 미주 한인들의 경우 치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탈모와 모발이식에 대해 백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알아보았다.
머리카락 하루 80~100개 빠지면 정상
50대 이후 여성도 대머리 가능성
담배 끊고 스트레스 줄여야
●탈모의 원인
탈모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남성호르몬과 유전을 들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의 일부인 DHI (dehydrotesterone)가 머리카락에 작용하면 모근 퇴화로 이어져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DHI는 쉽게 말해 탈모를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탈모 유전인자는 우성이다. 하지만 유전이라고 해서 다 자식에게 대머리가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는 남성처럼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대머리도 50대 이후는 50%의 가능성이 있다.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이 원래 적어 남성호르몬에 민감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이 늘어나 작용하게 된다.
또한 탈모의 주요인은 스트레스, 고단백의 기름진 음식 등 잘못된 식습관, 만성질환, 처방약 복용, 충격적인 질환, 자가면역에 대한 문제로 감염 때문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은 아기를 낳은 후 또는 갑상선 질환을 앓게 된 경우 탈모증이 나타날 수 있다. 흡연도 모세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탈모의 형태
탈모는 모양에 따라 여성형 탈모와 남성형 탈모로 구분할 수 있다. 남성형은 눈에 띄는 앞머리 쪽 관자놀이 부근에서 M자 형태(앞머리 탈모)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이마가 자꾸 넓어지면서 경계선이 뒤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있으며 또한 수도사 머리처럼 윗 꼭지 머리가 빠지는 원형 탈모가 있다. 여성형은 머리카락 주변부위는 잘 빠지지 않고 속알머리만 빠지는 형태를 보인다. 여성의 경우 정수리의 빠진 부위를 주변의 머리카락으로 잘 빗어 덮으면 탈모부위를 가릴 수 있다.
●머리카락의 성장주기
사람의 머리카락은 약 10만개 정도 된다. 머리카락은 주기적으로 성장하고 빠지고 다시 새로 자라는 성장주기를 반복하는데 하루에 80~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카락은 성장기-퇴축기-휴지기를 거치는데, 이를 모주기라고 부른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성장기가 3년 정도로 가장 길다. 전체 모발의 약 85%정도가 성장기에 해당하며 5%가 퇴축기, 10%가 휴지기에 해당한다. 퇴축기는 성장기가 지나 잠시 쉬는 시기로 3주 정도면 퇴축기를 지나 소멸상태인 휴지기로 간다. 휴지기는 새로운 머리카락과 빠지는 머리카락의 교체시기로 약 3개월 정도 해당한다.
백중필 전문의는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사람은 보통 성장기가 짧은 경우로 휴지기가 전체 머리에서 좀더 많은 경우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머리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모근이 약해져 많이 빠지게 된다.
약물 복용은 치료 시간 많이 걸려
모발 이식 통증없고 부작용적어
■탈모 치료법
탈모 치료법에는 약물치료와 건강한 자신의 모발을 이식하는 모발이식이 있다.
백중필 전문의는 “나이가 젊다면 먼저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 경과를 봐서 10년 후 정도에 모발이식을 할 수 있다”며 “모발이식 후에도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FDA에서는 승인한 치료제로는 로게인(Minoxidil,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Propecia)가 있다.
약물치료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잘 알려진 로게인은 여성, 남성 모두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빠지는 경우가 생기며 바르는 치료제라 피부염이나 알러지, 피부가 붉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프로페시아는 남성만 사용할 수 있다. 성기능 저하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성욕감퇴는 2~3%정도로 100명중 2~3명 꼴로 나타날 수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약을 끊게 되면 다시 성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한다. 머리카락을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모발이식은 약물치료보다는 좀더 효과적이다. 건강한 뒷머리나 주변머리의 모근을 스킨과 함께 떼어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치료다. 뒷머리의 영구성을 그대로 유지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게 된다. 자연스러운 외관을 위해서는 머리카락 하나씩 이식하는 단일식모술이 시술된다.
백 전문의는 “백인의 경우 3개나 4개 짜리 머리카락을 한 단위로 크게 잘라 송곳으로 구멍내 모내기 하듯이 다발로 심을 수 있지만 한인은 모발이 굵어 대부분 하나 또는 2개짜리라서 하나하나 얇은 바늘인 ‘단일 식모기’을 이용해 모근이 상하지 않게 심는다”고 설명했다.
단일 식모기로 하나씩 이식하면 흉터가 거의 없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모발형태를 연출 할 수 있다. 모발 이식때는 자연스러운 머리모양을 위해 시술자의 예술적인 감각도 요구된다. 한편 수술시에는 최대 3,000~4,000개까지 머리카락 이식이 가능하다.
수술 후 한달 뒤에는 1cm 정도 자라 8개월쯤 지나면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수술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단점이지만 하루면 충분하며 국소마취 후 시술하기 때문에 통증도 크지 않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백 전문의는 “이식된 머리의 75%까지 2~3개월 동안 빠지지만 모낭은 두피에 남아있어 3개월 이후부터는 잃었던 머리의 95%이상이 다시 자라난다”며 “부모가 대머리인 경우, 예방을 위해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며 최대한 연장해 나중에 모발이식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덧붙였다.
한편 단일식모술은 머리 외에도 눈썹, 속눈썹, 무모증, 사고로 인한 탈모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전과 후
심한 탈모증을 보이고 있는 한 환자의 모습.
모발이식으로 탈모증을 치료한 환자의 모습.
백중필 전문의가 말하는 탈모 예방 관리
- 모발의 건강을 유지한다.
- 청결을 유지한다. 자주 머리를 감지 않으면 비듬에서 박테리아가
자라 감염이 될 수 있다.
- 잦은 염색이나 파마(perm) 등 화학약품에 의한 모근 손상에
주의해야 한다.
-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한다.
- 기름기 많은 음식은 피하며 적절하게 균형 잡힌 식단으로 영양을
고루 섭취한다.
- 머리카락이 빠지는 정도에 따라 전문의와 상담해본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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