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정보기관의 감청 및 도청 사건이 사회 및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며 여러 사람들의 도덕성과 공신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도청이나 감청의 근본적인 문제는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사생활을 정부가 침해한다는 데 있다. 엄연한 인권 및 민권 유린이다. 미국에서도 이 점이 문제가 되는데 여기서 핵심 개념은 Reasonable Expectation of Privacy(개인 사생활 보호에 대한 합리적 기대) 쉽게 말하면 보통사람이라면 동일한 상황에서 개인의 Privacy가 보호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흥미 있는 판례를 하나 소개한다.
불법으로 구입한 전화기라도
통화내용 프라이버시는 보장 대상
The People v. Leon
이 사건은 LA 지법에서 캘리포니아 제2 항소 법원으로 항소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하여 항소법원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화되고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도청이란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가주형법 630조)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Leon 이라는 피고와 Aceves 및 여러 피고는 마약판매 혐의 및 공모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사건의 쟁점은 마약단속 수사관들이 설치한 셀폰에 대한 도청 장치가 과연 필요 불가결(Necessity)했나 하는 점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LA에 거주하는 피고들은 멕시코에 소재한 조직범죄단과 교류하며 대량의 코카인을 거래하는 중에 마약전담 수사관이 수사를 하는 중 너무도 어려운 문제들에 봉착했다. 이유는 범인들이 대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요즈음은 선불카드(Pre-paid)가 있어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도 누구나 요금만 선불하면 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또 폐기 처분을 해도 전화기의 소유주 및 사용자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또 잠복수사도 해보고 밀고자(Informant) 도 내부에 침입시키는 방법도 모색했지만 모든 것이 용이하지가 않은 상태였다. 점조직으로 움직이는 마약사범들을 체포하는데 무척이나 고심을 했고 또 한가지 문제는 조직의 우두머리들은 대부분 마약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기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화통화를 도청하여 증거를 잡는 방법 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하여 용의자들의 셀폰을 감청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그들의 활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녹음된 내용을 토대로 용의자들을 검거했고 또 내용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피고들은 녹음자체가 필요 불가결한 상황이 아니므로 증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일심에서는 전체적인 상황 및 범죄 규모의 크기를 볼 때 충분히 감청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피고의 요청을 거부했다.
항소법원 판결
두가지 사안을 토의했다. 첫 번째는 가짜 이름으로 구입한 셀폰을 사용해서 나눈 대화도 개인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두 번째는 법원에서 도청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법이 요구하는 Necessity(필요 불가결) 요소가 충족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측의 주장을 보면 가짜 이름으로 구입한 사람의 전화 내용은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가 합리적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2003년도 연방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가명으로 우편물을 우송하고 수신하는 사람의 Privacy 도 보호받아야 된다고 판결했다. 이 권리는 연방 수정헌법 제4조에 명시되어 있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항소법원은 Leon이 비록 가명으로 전화를 구입했어도 Privacy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문제는 두 번째 요소다. 과연 도청이 꼭 필요했나?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수사가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가 없었고 또 범죄 조직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일심판결을 확정했다. 약 주고 병 주는 판결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가명으로 구입한 전화기의 대화내용도 보호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 기 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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