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트리나의 후폭풍이 미국 정계을 강타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시의 수퍼돔과 시영 행사장에 집결된 수만의 철거민들이 깜깜한 암흑세계에서 물도 음식도 없이 쓰레기와 인분 가운데 며칠을 보내야 했던 고생은 아프리카 최빈국 수준이었다. 더구나 워낙 살인율이 미 도시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의 하나인 뉴올리언스의 전과자들이나 폭력 우범들이 공권력의 공백상태를 악용하여 구조대원에 대한 총질에 더해 부녀자들에게 성폭행까지 감행했다는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그런 자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산다는 자체를 울며 탄식해야될 노릇이다.
미국의 원죄랄 수 있는 노예제도의 후유증 같은 것도 느껴진다. 미국 도시 중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에다가 대부분의 흑인 시민들이 자동차조차 없어 미리 내려진 대피령에 순응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몇 만이 될지도 모른다는 뉴올리언스 시의 카트리나 폭풍과 홍수 사망자들 대부분이 흑인일 것이라는 사실도 백인이 많이 사는 오렌지 카운티나 팜 비치 등지에 비슷한 사태가 발생되었다면 각급 정부들의 구호조치가 그처럼 늦어졌겠느냐는 지적을 낳게 한다.
물론 각 주 정부가 독립국가나 비슷한 연방제도라서 주 정부, 그리고 뉴올리언스의 경우 시 정부에 일차적인 태풍 피해 대비 및 구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 연방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고 우왕좌왕했다는 비난은 당연하다. 부시의 경우 9월5일 월요일 새벽에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 등지에 들이칠 것이라는 예보가 48시간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자기의 목장에서의 한 달에 가까운 휴가를 중단하지도 않았고, 바로 그날 캘리포니아 주로 날아가 메디케어 개혁에 대한 연설을 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처럼 연방 정부의 긴급사태 대비책은 안이하기만 했다. 연방 긴급사태 담당청(FEMA)의 청장인 마이클 브라운은 수퍼돔에서의 생지옥과 방불한 극한상황에 대한 보도를 듣고는 금시초문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도 위기관리에 대한 그 사람의 자격 미달로 지적된다. 브라운 청장은 FEMA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가이기는커녕 부시의 첫 당선에 큰 공을 세운 전 청장의 대학 동기였다는 게 발탁의 주원인이라는 보도마저 있다. 브라운이 FEMA의 청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가졌던 가장 큰 이력은 무슨 경마단체의 심판관들을 관장하는 위원장이었다니까 무자격자라는 혹평이 심할 게 없다.
뉴올리언스 시장은 수많은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을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부시에게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돌린다. 퐁카트레인 호수가 제방을 넘어 뉴올리언스를 침수시킨 지 닷새나 지나서야 연방 병력이 투입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시, 주, 연방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처음부터 이루어졌다면 사태수습은 그만큼 빨랐을 것이다. 또 연방 병력, 주 병력과 뉴올리언스 시의 경찰 등이 피해자들을 발견하는 데 있어 TV 카메라팀들 보다도 늑장을 부린다는 사실도 구조체제의 맹점이다.
물론 40여만이 뉴올리언스를 탈출해서 텍사스 등 여러 주로 분산되는 등 미국 역사 최초의 대규모 인구탈출이 모든 시스템의 유연성을 한계점에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의회와 연방 정부의 진상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자연재난 또는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시설과 도시 공격에 대비할 준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부시의 경박하달 수 있는 말실수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책임회피 경향과 더불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전조라는 지적도 있다.
“Brownie, You are doing a heck of a job.”(브라운 군, 당신은 썩 잘하고 있군요)라는 부시의 브라운 FEMA 청장에 대한 칭찬은 수해지구에 대한 첫 번 시찰 때 있었다. 연방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때에 그같은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라크 전쟁이 성공리에 진행중이라는 환상과 어울리는 일이다. 미시시피 출신 트렌트 상원의원의 집도 파괴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그 집이 다시 훌륭히 재건되어 그 집의 응접실에 앉아 즐길 수 있게 될 때를 고대한다는 말도 즉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난한 피해자들의 고충과 비교할 때 적절치 못한 언사다. 그러나 적절치 못한 언사라면 부시는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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