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뉴욕시 조기치료 프로그램 특수교사)

필자는 뉴욕시 보건국이 주관하는 조기치료 프로그램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가정 방문을 할 기회가 많다. 이 글을 통해 아동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 때 해당아동 가족구성원들의 이해와 역할에서 오는 여러 가지 도전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가정상담 전문가는 아니지만 늘 가정을 방문하기에 어떻게 하면 치료를 받는 아동의 부모와 다른 가족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치료를 받는 아동을 위해 가정방문을 하며 일하고 있지만 결코 그 아동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가정의 구성원으로서의 아동, 그 아동을 보살피고 키우는 부모, 함께 사는 조부모와 친척들의 관계를 아우르면서 해당아동의 교육문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는 모델중의 하나가 바로 가족체계 구조론(Family Systems Framework)이다. 한 가족의 구
성원으로서 아동을 생각할 때, 크게 ▲가족의 특징 ▲구성원간의 관계 ▲가족의 기능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가족의 특징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한 가족의 외부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숫자, 문화적 배경, 재정적 형편, 주거환경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성격, 아동 장애의 종류, 개개인의 건강과 대응능력 등도 가족의 특징 중에 하나있데 각 가족이 상반된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이외에 예기치 못한 문제점(예: 십대 임신, 범죄 피해, 가난, 마약, 장애가 있는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가족간의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스트레스) 역시 가족의 특징에 해당된다. 둘째로는 가족구성원들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겠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애아 부모의 결혼관계이다. 장애가 발견되었을 때 아동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처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고 또 결혼생활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아 때문에 맞벌이를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부모가 두려움과 죄책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한 가족에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있다 하더라도 부모의 결혼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고 결과가 많이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동의 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노력함으로써 결혼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얘기한다. 또한 같이 사는 친척들이나 함께 살지는 않지만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친척들과의 이해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친척 중에 아동의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 가족의 체계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특히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조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아예 아동의 장애를 숨기는 경우가 있고 치료사의 도움을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보다 더 잘 아동을 이해하고 그 아동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조부모도 있다. 날로 발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함께 응하는 조부모를 만나기도 한다.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와 그 아동의 관계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찌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는 아동의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자녀를 사랑과 헌신으로 기르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다르게 사랑한다던가 덜 사랑한다던가 할 수는 없다.

또한 장애아동과 그 형제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봐야 한다. 장애아동을 가진 형제들의 행동, 감성 발달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장애가 없는 가족의 아동들보다 행동 발달이 긍정적이고 자긍심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서로 도와주는 관계를 가르쳐 줄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족체계 구조의 마지막 부분인 가족의 기능이란 바로 가족구성원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그 가족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가족은 결코 올바른 가족으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의 기능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랑이다. 둘째는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자긍심이다. 올바른 자긍심은 곧 동기부여(motivation)로 연결된다. 특히 장애아동을 가진 어머니의 자긍심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동의 장애가 선천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면 어머니는 여러 가지 죄책감 때문에 실망하기 쉽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른 가족 구성원의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다.

다음은 영적인 충족이다. 이는 종교를 통한 것도 있지만 장애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에도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장애를 신이 주신 하나의 극복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부모와 같은 상황임에도 저주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행동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화적으로도 장애에 대한 다른 시각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Hmong 문화(동남 아시아 라
오스 산악지대의 문화)에서는 발에 장애가 있는 경우 옛날 용감한 전사가 전쟁시에 당한 부상이 자신의 아동에게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장애에 대한 다른 해석은 장애를 극복하고 도와주는 큰 지주적 역할을 한다.

가족의 기능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재정문제이다. 한 가족에 장애아동이 생겼을 경우 이에 따라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또 이를 대처하기 위해 가족구성원들의 역할분담이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이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맞벌이를 하던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어야 하고 이는 일에 남아 있는 다른 부모에게 재정적으로 큰짐을 줄 수 있다.

특히 자영업을 하면서 두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많은 한국가족들에게는 더욱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장애의 종류에 따라서 재정지출에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장애에 관련된 지출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뇌성마비와 소아마비 장애아 가정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 정부와 시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애아동의 건강비용이나 기타 치료비가 세금공제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국가의 장려금도 지원 받을 수 있다. 다음은 가족구성원들의 가사활동과 사회활동에 관한 변화이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각 가족구성원이 해야 할 가사 일들이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아동인 경우 관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는데 이에 따른 청결과 소독은 엄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다.

장애아가 있는 가정의 사회활동과 여가생활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현저히 차이가 날수 있다. 특히 장애에 대해 아직까지 이해가 부족한 한인사회의 경우 장애아동을 가진 가족은 스스로 사회활동이나 여가생활을 포기하거나 제재하는 경우가 있다. 뉴욕시에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장애아를 가진 가족의 사회활동과 여과생활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가족의 기능 중 교육이 있다. 장애아동의 교육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의 교육을 의미한다. 이것은 특수 교육을 맡은 치료사들이 늘 이야기하고 부탁하는 부분이다. 부모들도 함께 배우고 또 자신들도 치료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많은 가족의 기능 중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뭉쳐지고 이뤄진 가족은 어떤 도전이 와도 지혜롭고 긍정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족간의 대화를 통한 긴밀한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위의 가족체계 구조는 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갓 장애진단을 받은 0~5세 장애아를 가진 가족구성원의 반응과 대처 능력은 장애아가 18세가 되어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을 때의 그것과 분명히 차이가 있고 또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전반적인 가족제도와 구성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장애아를 가진 한 가족구성원으로서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음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틀린 이곳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또 장애아를 가진 부모로서 부딪치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개개인이 그저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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