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웅(공학박사)
2004년 12월 26일의 쓰나미는 동남아 뿐 아니라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20만명의 인명 손실과 수십억달러의 재산 및 환경 피해를 가져왔다. 더욱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은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사고 직전까지도 전연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괴롭고 허무한 일이 또 있을까. 도저히 남의 일같지 않아 너도 나도 없는 살림이지만 조금이라도 쓰나미 구호에 보탰던 것이다. 그런데 한 푼 두푼 모인 돈이 아직도 전달이 안 되었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보도에 의하면 AM 1660 라디오코리아는 올 1~2월 사이에 약 17만달러를 모금하였다고 한다. 그 돈을 3개 자선기관에 전달키로 5월 12일 결정하였는데 시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달을 미
루면서 무슨 계획을 제출하라느니 하면서 차일피일 한 모양이다.
미국의 경우 구호단체에서 성금을 모으면 구호에 들어간 행정비용(평균 30% 정도)을 제한 금액을 모금이 끝나는 즉시 자선기관에 전달한다. 이 결과를 정기적으로 국세청을 비롯한 각 감사기관에 제출하여 감사를 받도록 명문화 되어 있고, 만약 잘못이 발견되면 중벌을 받는다.전달이 늦어지면 그에 대한 추궁과 보고사항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좋은 일에 쓰자고 한 일인 것을 모두가 알므로 전달이 지체되는 일은 없다. 구호기관의 간부급이 대부분 자원봉사자인 면도 있지만 남의 ‘선의’를 자신의 금전적 이익으로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치부하는 사회적인 약속같은 게 묵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수만개의 크고 작은 구호기관이 있다. 그 많은 구호기관에서 불법적인 일이 있은 적은 거의 없다. 가끔 어떤 기관이 행정비용을 80% 정도나 써서 말썽이 나는 적이 있고(또 어떤 곳은 10% 이하)하여 요즘은 모금기관에서 행정비용을 미리 공개하는 곳이 많다. 우리 동포기관도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라디오코리아의 이번 성금 지불 지연사건은 이유야 어떻든 참으로 가슴 아프다. 자주 듣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라디오를 들을 때는 “아, 참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고달픈 타향살이에서 영어 걱정 없이 우리의 모국어를 듣고 우리의 노래를, 우리 동포가 살아가는 얘기를 들려주는 곳, 또 진행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의 괴로움은 잊은채 얼마나 곰상스럽게, 사근사근하게 우리의 애간장을 녹여 주었는가.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라디오 코리아가 모금액을 바로 전달하지 못한 데에는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었을까? 우리네 살림살이 말못할 사정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이해 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 그동안 공익을 위해 쌓아온 탑이 이번 일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동포끼리 무슨 못할 말이 있겠는가. 전말을 세세히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하고 용서를 빌 것은 빌면 된다.원래 잘못이란 것은 숨기려하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라디오코리아를 사랑하는 동포들, 모금에 참여한 분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의 예의이다.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는 더 자주, 더 큰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이다. 모금할 일이 자주 생길지도 모르는데 이번 일로 동포들이 마음의 문을 닫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기독교 구호기관인 월드비전과 한국일보가 전국적으로 모금한 쓰나미 성금 101만2,099달러는 이미 지난 2월 25일 월드비전을 통해 쓰나미 구호현장으로 보내졌고 구호와 재건에 쓰이고 있다.이곳서 발생되는 거의 모든 동포 언론매체들의 주요 기사는 미국의 관계기관에서 점검되고 있
는 것으로 안다.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는가. 이번 일도 혹여 알고 있지나 않은지.다 알겠지만 미국법 정신의 하나는 ‘치사한’ 일로 인한 물질적인 이득은 엄히 다스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의 MCI, Worle Com의 분식회계로 그 책임자들이 20년, 종신형을 받은 것이
다. 이런예는 무수히 많다.이곳에 살면서 법을 지키며 사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법을 준수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는 옛말을 우리 모두는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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