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기남 문화회관건립추진회 회장은 다리를 절고 다닌다. 성금 모금을 위해 우래옥에서 웨이터로 일을 하다 계단에서 다리를 삐끗, 뒤꿈치 인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부상당한 발목 때문이 아니라 내외 사정으로 걸음걸이가 편치가 않다.
건추회 회장으로서 성금을 모으는 데만 주력하다 보니 정관작성이라든지, 공동 명예회장 뽑는 일이라든지, IRS 세금 관계 등 건추회 내부의 일에 소홀히 했다는 말이 들렸다. 문화회관건립 사업은 여러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 경륜이 합쳐져서 완성 되야 하는 만큼 다른 건추회 내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도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장 회장 스스로가 혼자서만 고민하고 끙끙 앓고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성금 모금에 주력하다 본인만 너무 언론에 떠서 건추회 안에서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고, 때론 본인의 계획과 견해를 이야기 한 것뿐인데 너무 확대 해석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문화회관 건립 성금 모금을 위해 최근 열렸던 모음악회에서는 자비 2천달러를 들여 공연 수익금에 보태야 했다. 음악회를 주관하는 쪽에서 건추회에 2천5백달러어치의 입장권을 맡겼던 모양인데, 판매가 여의치 않아 장 회장이 2천달러를 내고 나머지 이사 몇 명이 돈을 갹출했다는 후문이다. 식당 웨이터 모금 운동은 장 회장의 독특한 아이디어이긴 하나 일부 이사들은 이 사실도 나중에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식당 웨이터 모금에 관한 이야기가 충분히 오고 간 후 분위기가 잡히면 나중에 이사들도 동참하는 식으로 전개됐으면 좋았겠지만, 정작 장 회장 당사자는 ‘따라오지 않는다’고 반문한다. 뜬금 없이 장 회장이 12기 평통 회장 유력 후보 였던 모 인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비난까지 얻고 다닌다. 발단은 아마도 그가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이재정 평통수석부회장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던 모양인데 이 자리에서 모인사를 깎아 내렸다는 것. 그러나 이 때는 이미 그가 3회 연임위원위촉 배제안으로 자격을 상실한 상태라 누구를 거론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평통 안팎 관계자의 말이다.
건추회 내부적으로도 일이 쉽게 풀려나가지만은 않는다. 장 회장이‘너무 혼자 앞서간다’는 말을 듣고 있지만 그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한 상임 이사는 건추회 사무실로 발송하도록 돼 있는 은행 스테이트먼트를 굳이 본인의 집에서 볼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해 불필요한 소모전이 생기기도 했다. 은행 방침 상 건추회 사무실로 은행 스테이트먼트가 오기로 돼 있으니 상임이사들이 직접 사무실로 들려 확인하면 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바쁜 회장이 일일이 그런 것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이사들은 800여달러 이자가 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돈이 딱 맞아 떨어져야지 왜 남느냐’고 묻기도 한다. 최근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었던 문화회관 예정지 공개 문제를 놓고도 건추회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일부 상임이사들은 장 회장으로부터 들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신문을 통해서야 후보 장소가 나타난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일부 상임 이사들은 “결국 이런 식으로 내부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건너뛴다면 건추회에 여러 사람들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몇몇 이사들은“문화회관 이란 것은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아져야 하는 것이고 잘되던 못되던 건추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공동 운영 과정이 지켜졌으면 한다”말했다. 모 이사는“이런 경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상임 이사들이 지난 27일 열렸던 임시 이사회를 통해서 한번 정도는 장 회장에게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결정한 것 같다. 조직이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각자가 맡은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는데 이같은 구조가 깨어진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 회장에 대한 상임 이사들의 신임은 끄덕 없다. 박영식 이사는“물론 건추회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 회장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회관이 본인만의 일도 아닌데 누가 8만달러를 쾌척하고, 누가 풀타임으로 그렇게 봉사하겠느냐”며 “이 모든 것이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내부적으로 힘을 다지는 한 과정이다”고 말했다. 최규창 이사도 “나를 포함해 건추회는 장 회장 편이다. 설령 장 회장이 어떤 사안이 결정되기 전 그것을 너무 빨리 외부에 공개했다고 하더라고 건추회에서 같이 해결하고 같이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흉금을 턴 대화가 오고간 만큼 앞으로는 더욱 다져진 건추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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