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九州)를 가로질러 동해에서 북상 중인 14호 태풍 나비의 영향으로 6일 영남과 영동을 중심으로 최고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11시16분께 울산 북구 양정동 율동천에서 다리를 건너던 신원 미상의 70대 노인이 실족하면서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후 1시30분께는 부산 동래구 안락1동에서 행인 정모(46ㆍ여)씨가 초속 30㎙가 넘는 강풍으로 인근 건물 4층에서 떨어진 물탱크 덮개용 철판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경북 포항항에서는 베트남 국적 화물선 롱쉔호(5,470톤급)가 강풍에 좌초돼 해경이 출동, 구조활동을 벌였다.
침수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하루강수량으로는 올들어 최다인 525㎜(오후 8시 현재)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울산에서는 북구 명촌동 등 저지대 가옥이 침수됐으며 북구 효문공단 부근 등 시내도로 30여 곳이 물에 잠겨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의 연안여객선 운항과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주요공항의 국내ㆍ국제선 항공기 150여편의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강풍으로 수확을 앞둔 사과 배 등 과일이 떨어지는 낙과사고를 당한 농가도 상당수였다.
해일 피해가 예상된 경남 거제에서는 지역 주민 21세대 32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부산과 경남ㆍ북 지역에서는 170여개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독도 부근을 벗어나는 7일 오전까지 집중호우와 강풍이 계속되다 오후부터 태풍의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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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부산권 강타…대형피해없이 고비넘겨
제14호 태풍 `나비’가 부산권을 강타했지만 태풍 매미때와 같은 대형 피해없이 고비를 넘겼다.
6일 김해국제공항의 항공편과 부산여객부두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구덕산의 순간 최대풍속이 오후 4시19분께 초속 40.5m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영도구 초속 34m, 북구 38.5m, 해운대구 30.4m 등 지역별로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쳤다.
오후 9시30분 현재 평균 160.5㎜의 강우량을 보인 가운데 부산 기장군 일광 면284㎜, 수영만 253.5㎜, 해운대구 253㎜ 등 해안지역에 시간당 20∼3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강한 폭풍우로 시설물 추락과 침수피해 등이 다수 발생했지만 다행히 2003년 태풍 매미때 초대형 재난을 경험했던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의 빨빠른 대처와 주민들의 사전준비로 우려했던 대형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시 재해대책본부가 잠정 집계한 결과 태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피해는부상 1명뿐이며, 교통사고로 1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풍피해
강풍으로 건물 간판 추락 등 시설물 탈락 및 추락사고가 시내 전역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부산 동래구 안락1동 챔피언노래연습장 앞에서 길가던 정의자(46.여)씨가 노래연습장 인근 건물 4층에서 떨어진 물탱크 덮개용 철판에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오후 6시께 부산 영도구 봉래동5가 가옥의 지붕이 반파돼 일가족 5명이 긴급대피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 교차로 앞 높이 10m짜리 APEC 홍보탑도 강풍에 힘없이넘어졌고, 부산시 소방본부와 각 소방서, 경찰서, 시와 구(군)재해본부에는 간판 추락과 아파트 발코니 새시 탈락 신고 등이 쇄도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 무지개공단 강림보냉㈜ 뒤편 길이 30m, 높이 2m의 담벼락붕괴, 기장군 전원소원사 뒤편 절개지 붕괴 등 각종 붕괴사고도 이어졌다.
특히 시내 곳곳에 임시로 지어진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각종 공사현장들이 집중피해를 입었으며 정전사고도 잇따라 남구 문현동 삼성아파트 900여 가구 등 전역에서 7천400여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부산항은 크레인 강도를 순간 풍속 초속 75m에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했고, 크고 작은 항내.외 선박들을 모두 피항조치한데다 부산항만공사 등 부두 관계기관의 사전준비와 점검으로 태풍 피해를 비켜갔다.
▲침수 및 산사태
국지성 호우가 쏟아져 부산 기장군 등 일부 지역이 물난리를 겪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장안면 용수리 일대 농지 수십㏊가 물에 잠겼고,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좌광천이 오후 3시께부터 일부 범람, 시장마을 15가구 주민 40여명과좌천리 임랑마을 183가구 470여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저지대인 기장군 장안읍 하근마을 30가구 100여명중 5가구 10명이 침수우려때문에 장안초등학교에 임시 수용되고 장안천과 좌광천 등 7개 소하천이 범람해 주민 500여명이 대피소동을 벌였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수영강 세월교와 동래구 온천천 연안교, 세병교 등 교량과 도로 10여곳의 차량통행이 침수로 한때 통제됐으며, 오전 11시30분께 해운대구반송2동 신반송주유소 인근 소하천이 불어나 하천변에 주차돼 있던 승합차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APEC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될 부산 해운대 벡스코 천장 10여군데에서 누수현상이 발생, 벡스코 직원들이 긴급 보수에 나서기도 했다.
▲해일피해 및 교통사고
높이 4∼7m의 높은 파도가 해안가를 덮쳐 선박침몰 등 피해를 냈다. 오후 5시께 부산 남구 남천동 어촌계 포구에 정박돼 있던 1t짜리 어선 3척이 방파제를 넘어온 높은 바다에 좌초되거나 침몰됐다.
부산 남구 남천동 삼익비치 216동과 316동 사이 방파제 앞 해변도로와 해운대구올림픽 교차로 인근 도로 등 해안 및 해변도로 곳곳에 집채만한 파도가 덮쳐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오후 큰 고비를 넘겼지만 7일 오전까지 30㎜가 넘는 비가 더내릴 것으로 예상돼 침수피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일부 해안가는 해일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진 오수희 민영규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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