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교수(브루클린 칼리지 특수교육학과)
글 싣는 순서
①학령기 아동의 자폐증
②학령기 아동의 언어말 장애 I
③령기 아동의 언어말 장애 II
④신체장애와 독립적인 생활
⑤장애아동과 가족구성원의 이해와 역할
⑥학령기 아동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사람들은 내가 너하고 다니면 굉장히 착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한테 조금이라도 뭘 시키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왜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키느냐고 의아해 하더라. 넌 장애인이기보다는 먼저 다른 애들과 똑같은 나의 친구일 뿐인데 말이야.
필자와 가장 친한 친구의 말이다. 필자는 태어날 때 뇌의 산소부족으로 인해 뇌성마비가 되었다. 다른 뇌성마비인들 보다는 장애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으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필자의 장애는 확실히 눈에 띈다. 거리를 걸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자를 쳐다본다. 보통 신체장애는 눈에 확실히 띄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편견이 있다. 예를 들어 말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필자가 정신지체나 학습장애가 있다고 먼저 단정해 버린다. 뇌성마비로 인해 발음이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하지 않으므로 어눌하게 보일 수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처음 일반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어떤 선생님들은 필자가 반 평균을 낮출까봐 필자의 담임이 되기를 꺼려하셨다고 한다.
이 글을 통해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신체장애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신체장애인들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가졌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체장애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사자인 필자는 별로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남들이 말하는 대로 필자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고등학교 때 와서 4년제 대학을 마쳤고 특수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싶어 뉴욕의 한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뉴욕시립대학(CUNY)에서 특수교육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은 참 장애인들에게 되도록 평등한 기회를 주려고 하는 나라인 것 같다. 필자가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 그리고 얼마전 교수직에 지원했을 때 장애에 대해 그리 상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대우를 해 준 것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상관을 전혀 하지 않았다기보다 자신들의 고정관념을 넘어 한 사람의 잠재력을 보려고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회환경과 장애인을 잘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회인식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체장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는 상지 및 하지에 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하며 절단장애, 관절장애, 신체기능장애, 변형 등의 장애로 구분하고 있다. 신체장애의 주된 증상으로는 운동 및 자세 이상을 들 수 있는데, 마비는 몸의 한쪽에, 하지에, 또는 심한 경우 사지마비가 있다. 필자의 경우 오른손에 더 마비가 심해 왼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는다. 신체적 능력에만 결함이 있는 신체장애아들은 일반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인지능력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신체장애 외에 다른 뇌 손상인 정신지체나 간질 등을 비롯해 언어장애, 사시나 약시 등 시력 이상, 지각 이상 등을 합병 수반한 증상도 볼 수 있다. 신체장애의 원인은 장애의 발생시기에 따라서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선천적 원인은 신체장애가 출산 전인 태아 때 생긴다. 특히 뇌성마비 경우 두뇌 발달기 동안의 모든 뇌 손상이 그 원인이고, 출생 전, 출생 시, 출생후의 뇌 손상, 난산으로 인한 태아 산소부족, 영아기 외상, 뇌막염 등으로 인한 고열이 주요 원인이다. 후천적 원인은 태어난 후 장애가 생긴 것인데 특히 성인이 되어 사회활동을 하는 중에 장애가 생긴 경우를 중도장애라고 한다. 중도장애를 입은 성인은 교통사고나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 원칙은 가능한 빨리 발견해서 기능훈련을 시작하는 것이며 이는 작업요법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많은 전문가가 팀을 구성해 시행된다. 또한 기술이 잘 발달된 미국에서는 많은 보조공학기기가 보급되어 신체장애 아동들의 학습이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는 특수모자를 씌워주어 머리를 움직여 자판을 두드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어떤 치료방법보다 일반인들이 장애에 대한 생각이나 고정관념을 조금만 달리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신체장애인의 이해를 돕는 웹사이트에 지나친 `친절은 오해가 될 수 있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장애인들은 이 말에 공감한다.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거나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것뿐이지 남이 다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치료나 도움보다도 올바른 사회인식이 중요하다.
필자가 2년 동안 뉴욕의 한 재활원에서 유치원교사를 할 때 아이들이 외투를 못 입고 쩔쩔매고 있을 때 그냥 무조건 도와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한다면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시범을 보여 주면서 자꾸 기회를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장애가 심한 아동도 반복되는 시도를 통해 자꾸 노력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조그만 일부터 혼자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거나 모든 일을 대신 해주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부모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필자를 미국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일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 부모님께서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너무나 힘든 결정이었지만 앞날을 멀리 보았을 때 필자의 독립에는 너무나 중요한 계기였다. 그때 부모님께서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필자는 오늘날 이렇게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큰 한가지 결정만으로 장애인의 독립된 삶을 단숨에 얻는 것은 아니다. 밥을 먹는 것, 옷을 입는 것, 얼굴을 씻는 것 등 작은 일부터 조금씩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기회가 반복해서 주워졌을 때 장애아의 독립은 시작된다. 일반인들은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들만 보고 장애인의 능력 전부를 단정짓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몸이 불편하니 장애인들이 평생 부모의 그늘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치료와 교육,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독립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도 누군가가 필자에게 다른 사람이 옆에서 살면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어떻게 혼자 사느냐고 몇 번을 물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필자의 독립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켜 주신 부모님 덕분에 지금 혼자서 밥도 해먹고 직장에 다니면서 무리 없이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숨겨진 능력을 키워주고 인내와 격려로 주위에서 지켜봐 준다면 조금 더 성공적으로 사회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어 가며 떳떳이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의: 917-535-8434 ▲www.kaspe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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