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헨리 포드는 대중적 자동차 ‘모델-T’의 대량생산을 위한 새 공장을 설립하면서 조립공들에게 5달러의 일당을 지급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고 임금에 놀라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동차를 살 정도의 돈은 벌어야지요”
오래지 않아 그들은 자동차뿐 아니라 집도 살 수 있었고 그후 수십년 포드와 제네럴 모터스(GM)등 자동차업계 종업원들은 탄탄한 중산층으로 발돋움했다. 30년대부터 자리잡은 노조가 큰 역할을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봉급은 생산성에 비례해 정기적으로 올라갔고 은퇴연금과 건강보험등 베네핏도 넉넉했다. GM은 미 최고기업의 상징이었고 대부분 종업원들은 평생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런 포드와 GM의 채권이 지난 봄 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조정되며 두 기업의 몰락을 알렸을 때 일부 경제학자들은 ‘투자자들 보다는 근로자들이 울어야할 장송곡’이라고 지적했다. 종업원 푸대접을 정당화시키는 또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최대기업은 월-마트다. 창업주 샘 월튼은 존경받는 부자였다. 그는 장인에게 빌린 돈 5천달러로 장사를 시작한 자신이 미국 제일의 부자로 성공한 비결은 ‘직원을 하늘처럼 받든’ 신념이었다고 늘 말했다. ‘돈은 내가 아닌 직원들이 버는 것’이라면서 ‘직원이 행복하면 고객이 만족하고 고객이 만족하면 회사가 성공한다’는 경영 원칙을 강조했고 직원들을 종업원(employee) 아닌 동료(associate)라고 부르며 아꼈었다.
전성기의 GM처럼 월-마트는 요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성공기업의 상징이다. 그러나 월-마트와 GM의 닮은 점은 거기까지다. 풀타임 월-마트 종업원의 평균 연봉은 1만7천달러에 불과하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종업원은 절반도 안된다. 물론 모든 직원이 다 저임금은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1,750만 달러다. 그의 2주 봉급은 월-마트 평균종업원이 일생을 벌어야할 액수보다 많다. 물론 종업원들도 월-마트에서 평생 일할 생각이 없다. 매년 40%가 그만둔다.
샘 월튼이 신봉했던 월-마트의 고용 모럴은 20여년전 그의 사망과 함께 차츰 퇴색되었다. 전세계 5,400개 스토어를 가진 최대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지난 10년동안 월-마트의 이미지는 ‘최소의 베네핏과 저임금을 발판으로 성공한 무자비한 거인’으로 바뀌어 왔다.
60년대의 GM과 요즘의 월-마트를 곧잘 비교해 종업원 혜택을 분석하는 경제학자들도 GM을 무조건 추켜세우거나 월-마트를 악덕기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GM도 현재의 월-마트도 다 그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은 막을 도리가 없고 그 변화에 희생되는 종업원들을 위한 해결책 또한 찾기 어렵다는게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9월 첫째주말은 노동절 연휴다. 흔히 여름의 마지막 휴가, 백투스쿨의 시즌, 가을이 오는 소리…로만 연상되어 온 노동절의 역사는 1백년이 넘는다. 1882년 대부분 이민자였던 뉴욕의 노동자 2만명이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되었고 1894년 연방의회가 9월의 첫 월요일을 Labor Day로 제정했다. ‘이 사회의 부를 이루어 놓은 근로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는’ 연방공휴일이다. 한해동안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부의 정당한 몫을 누리며 자축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미 전국 1억4천7백만 근로자 대부분에게 오는 5일은 별로 축하할 것이 없는 우울한 노동절이다. 아무리 이리저리 쪼개보아도 작년보다 생활여건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이다. 엊그제 발표된 센서스국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가구당 실질 중간 연소득은 4만4천3백89달러로 전년보다 93달러가 줄어들었다. 업계의 순이익은 계속 증가세인데 고용주가 제공하는 베네핏은 점점 줄어 무보험 직장인이 2,11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회복이 시작된지는 벌써 4년이고 경제성장률은 4.7%를 기록했다는데 그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일하고 있는 ‘나의 생계’는 왜 점점 더 쪼들리고 있는가. MIT의 경영학 교수 토머스 코칸은 심기가 불편한 이들의 상태를 ‘막 터지려는 압력솥 같다’고 경고한다. 근로자의 신뢰와 자신감을 되찾아줄 새로운 고용정책 ‘뉴딜’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해도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다. ‘비즈니스 성공의 비결은? 사람이다.’ 빈부의 격차와 비례해 점점 벌어져가고 있는 고용주와 종업원의 관계회복이 우선이다. 관계회복은 직장이란 ‘책임과 이익을 전사원이 함께 나눈다는 약속위에 세워진 공동사회’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 대기업만이 아니다. 한인사회 크고 작은 모든 직장에 똑같이 해당되는 사실이다.
박 록
주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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