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비밀남녀’
MBC ‘비밀남녀’
삼순이가 떠난 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드라마가 없다고 투덜투덜 볼 멘 소리를 내뱉어왔다면 이 드라마를 눈여겨봐도 괜찮을 것 같다. MBC 새 월화드라마 ‘비밀남녀’(극본 김인영ㆍ연출 김상호)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보다 더 ‘알싸하게’ 미혼남녀의 사랑과 심리를 그리겠다는 목표로 29일 출항의 돛을 올린다.
한지혜 송선미 김석훈 권오중 등 ‘여자 둘 남자 둘’로 주요 배역진을 꾸린 이 드라마는 현실밀착형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해 이목을 끌고 있다. 홍보 문구도 ‘사랑과 계산 사이에서 방황하는 당신께 바치는 드라마’다.
내숭연기 사절… ‘속물적 연애관’ 유쾌한 풍자
김인영 작가 명대사+코믹 캐릭터 ‘찰떡궁합’
더욱이 캐스팅의 조합이나 제작진의 면면도 ‘네 남녀의 비밀’에 동참하고 싶은 구미를 당긴다. 뚜렷한 화제작이 없는 현 안방극장에 ‘삼순이’의 바통을 이어 받아 공감의 폭탄을 터뜨리겠다며 발사 초읽기에 들어간 ‘비밀남녀’의 관람 포인트를 미리 짚어봤다.
# 김삼순의 내숭없음에 유쾌한 풍자를 더했다.
이 드라마는 돈, 능력 등에서 격차가 나는 네 남녀를 통해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다르다’, ‘사랑에도 계급이 있다’ 등 사랑에 관한 현실적인 화두를 자유롭게 ‘갖고 놀’ 예정이다. 한지혜가 연기하는 주인공 서영지는 몹시 가난한 처자이지만 생활력 하나는 끝내주는 또순이 처녀.
주거래 은행인 황금신용금고의 직원 ‘최도경(권오중)’을 좋아하지만 조건 좋은 여자 만나 팔자를 바꾸려는 최도경의 욕망에 부합하지 못해 잔인하게 차인다. 최도경은 서영지한테 단호하게 말한다. ‘넌 빈티 나서 싫어!’
그런 서영지는 성형외과의사 ‘정아미(송선미)’ 대신 맞선 자리에 나갔다가 집안 좋고, 인물 뛰어난 아트디렉터 ‘김준우(김석훈)’한테 ‘혹’ 한다. 그러나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 말자며 마음을 꾹꾹 누른다. 김준우는 마음은 끌리지만 영 감당이 안되는 처지의 서영지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아미 역시 극과 극 조건의 최도경과 김준우 사이에서 갈등한다.
흔들리는 네 남녀의 실감나는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지난해 트렌디 드라마의 새로운 질감을 보여준 ‘발리에서 생긴 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 박예진 조인성 소지섭 등도 사랑과 현실적인 욕망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리며 달콤한 순애보의 판타지를 공격한 바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어두운 톤의 ‘疵營벙?눼摸? ‘비밀남녀’는 코믹하고 거침없는 ‘록댄스’풍으로 공감의 울타리를 만들 예정이다. 세계적인 작가를 꿈꾸는 서영지가 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신데렐라’를 비꼬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톡 쏘는 풍자의 재미도 전해줄 것이란 기대를 준다.
‘비밀남녀’의 김인영 작가는 지난 22일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한 캐릭터들이 신나게 뛰어놀도록 하겠다. 사랑에 목숨 거는 순정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 희안하게 멋진 두 남자, 그리고 김인영 작가의 손맛
다음달 초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대에는 새로운 삼국지가 펼쳐진다. ‘비밀남녀’, KBS 2TV ‘웨딩’, SBS ‘서동요’ 등 새 주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 주목할 점은 세 드라마의 작가들이 ‘스타’급 여류 작가들이라는 것. ‘웨딩’의 오수연 작가는 ‘가을동화’ 등으로 순애의 극치를 보여준 바 있고, ‘서동요’의 김영현 작가는 ‘대장금’으로 섬세한 필력을 자랑했다.
‘비밀남녀’의 김인영 작가 역시 ‘결혼하고 싶은 여자’, ‘맛있는 청혼’ 등을 통해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는 대사를 들려줘왔다. 오수연, 김영현 등 각기 다른 개성의 작가들과 맞붙어 김 작가가 ‘비밀남녀’에서 어떤 손맛을 과시할 지 눈여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주연급들 가운데는 김석훈과 권오중에게 돋보기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빈틈없는 ‘백마 탄 왕자’와는 다르게 유들유들하고 솔직한 남자로 코믹하게 변신한 김석훈과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하나에 기분 좋은 웃음포를 장전한 권오중의 활약은 시원하게 웃고 짜릿하게 공감하는 ‘비밀남녀’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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