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신시내티 레즈의 좌완투수인 봉중근이 부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어깨수술 후 플로리다주 싱글 A 사라스타 레즈에서 재활중인 봉중근이 지난 7월 30일 체류중인 호텔에서 부인 박씨와 다툼을 벌였고 박씨의 비명을 듣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봉중근 부부가 서로 말다툼을 벌였고 부인 박씨의 목 주위에 목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봉중근은 부부싸움 도중 부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목을 잡았다고 변명했으나 목 주변에 생긴 졸린 흔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부싸움 중에 격분한 나머지 아내의 목을 졸랐을 수도 있고, 봉중근의 주장대로 싸움을 말리기 위해 거구의 야구선수인 봉중근이 부인의 목을 살짝 잡았는데도 목이 졸린 것 같은 상처가 발생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설명이 진실이냐에 상관없이 두 경우 다 명백한 가정폭력행위에 해당된다. 봉중군은 현재 재판에 회부된 상태인데 아마도 폭행죄가 성립되지 않는 한 법원으로부터 상담집행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신상담 클리닉에 법원의 상담 명령을 받고 찾아오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행위가 폭력에 해당되는지 몰랐다고 변명한다. 그저 부부싸움 도중 팔목을 잡았는데 상처가 났다든지, 흥분한 부인을 안정시키기 위해 침대로 살짝 밀쳤을 뿐이라든지, 다른 남자와 바람난 부인의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뺨을 한대 때린 것이라든지, 집 나가려는 부인을 못나가게 잡았는데 격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몸에 상처가 났을 뿐이라고 항변하며 오히려 사소한 부부간의 다툼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한 부인이나 가족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편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정폭력의 정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매우 광범위하다는 사실이다. 부부싸움 도중에 감정이 격화되어 도망하는 부인을 야구방망이를 들고 쫓아가 갈비뼈를 부러뜨린 모 연예인 남편의 경우와 같이 명백한 신체폭력이 행해진 경우에만 가정 폭력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정폭력행위는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치거나, 팔을 비틀거나, 머리를 잡아채거나, 바닥이나 침대에 밀치거나, 바닥에서 잡아끌거나, 목을 조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침을 뱉는 등의 신체폭력 행위뿐만 아니라 심한 욕을 하거나, 집밖을 못 나가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심리적인 위협이나 고통을 초래하는 말을 하는 등의 정신적/언어적 폭력,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돈을 사취하는 경제적 폭력, 원치 않는 부부관계를 한다거나 은밀한 신체부위를 공격하는 등의 성적 학대 등을 포함한다.
더욱이 부부관계 가운데 부인에게 두려움이나 위협을 주는 행위, 부인이 원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강요하는 행위, 또는 부인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가정폭력 범주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남편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 아래 평상시 폭력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어떤 폭력의 형태이든 폭력 그 자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및 자녀들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가해자들 가운데는 생전 처음 경찰 수갑을 차고 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인 충격을 받기도 하고, 이혼을 당하고 아동 양육권이나 경제권에 있어서 매우 불리한 처사를 겪는 경우도 많다. 부부가 생활을 하다보면 싸움을 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남자가 불쌍하다고 할 정도로 여자의 잘못이 큰 경우도 있고, 그 여자가 이혼할 작정으로 폭력을 유도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남자가 억울한 처지였다 하더라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폭력 가해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사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안 싸우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 더 현명한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부싸움을 잘 활용하면 서로의 불만과 갈등을 잘 조절하고 나아가 부부문화를 좀더 생기 있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부싸움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폭력이 행사되어서는 안된다.
윤성민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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