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언급한 형사변론의 종류에서 Necessity(필요불가결) 및 Self-Defense(정당 방위)에 대한 기억이 있으리라 믿는다. 범죄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방어 요소다. 자신의 생명이나 심각한 부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권리 및 필요 불가결한 상황에서 할 수 없이 범행을 했다는 변론인데 이와 관련되어 캘리포니나 항소 법원에서 지난 8월16일 흥미로운 판결이 나와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거리 산책 중 개가 위협해 총 쏴
‘중과실 총기사용’죄목 법정공방
People v. Lee 사건
Lee 라는 피고는 은퇴한 여성 셰리프 요원인데 2003년 1월8일 웨스트 코비나 지역에서 그의 개(100 파운드 짜리)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산책 도중 주인 없는 2 마리의 개가 Lee 와 그의 개에게 접근하여 그 개들을 물리치기 위해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발사하여 개들을 도망가게 하였으나 발사된 총이 옆에 있던 자동차에 박혀 차체를 훼손시키어 여러 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었다.
제일 중요한 중과실적 화기 발사(Gross Negligence in the Discharge of a Firearm, 형법 246.3)만 쟁점이 되고 나머지 기소 내용은 기각 또는 1차 재판을 통해 무혐의 처리가 되었다. 그러나 상기 죄목에 대해서는 제 1차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평결 일치를 보지 못해 제 2차 재판으로 회부가 되었다.
검찰 측은 4명의 목격자를 통해 유죄를 이끌어 내도록 시도했는데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두 마리의 개들은 약 30파운드짜리 개였고 Lee 로부터 25피트 정도 떨어져서 뛰어다니고 있다고 했으며 Lee 와 그의 개를 향해 짖었다고 증언했다. Lee는 그 두 마리의 개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약 2분에 걸쳐 총을 뺐다 넣었다 하는 동작을 서너번 반복한 후 개들을 향해 한 발을 발사했고 Lee 는 도망쳤으며 두 마리의 개들도 도망쳤다.
한 사람의 목격자에 의하면 두 마리의 개가 Lee를 공격할 기세는 아니라고 증언했다. Lee 측은 아무 증인도 없었고 Lee 자신이 증언을 했는데 본인은 전직 경찰로 총기를 다루는데 익숙하고 또 과거에 개에 물린 경력이 있기 때문에 호신용으로 권총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증언했으며 이 사건 당일날 그 두 마리의 개들은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렸고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헛수고였고 오가는 차량 때문에 도망가기도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총을 발사했을 때는 충분한 판단력이 있었으며 아주 안전한 방향으로 단지 개들에게 위협을 주려고 발사했다고 했는데 제 2차 재판에서 판사가 Necessity 에 대한 배심원 설시 (Jury Instruction)를 제공하고 정당방위(Self-Defense)에 대해서는 변호인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설시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Lee는 유죄 평결을 받고 3년 보호 감찰에 180일 실형 또는 180일 고속도로 청소형을 피할 길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끈기 있는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항소법원(the Court of Appeals) 에 상고하였다.
항소결과
항소법원 판사들은 항소인에 제시한 하급법원의 판사가 배심원들에게 정당방위에 대한 배심원 설시를 제공을 거부한 점은 판결을 번복할만한 사유라고 판결했다. 형법 246.3 에 보면 타인이 부상이나 사망을 할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의적 또는 불법으로 중과실(Gross Negligence)행위를 통해 총기를 발사하면 범법 행위라고 명시해 놓았다.
사실 이 법은 1988년 제정된 법으로 독립 기념일이나 정월 초하루 날 총기를 함부로 발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 취지로 만들었다. 배심원 설시중 핵심적인 내용은 만일 총을 발사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면 불법 총기 발사가 아니므로 피고의 혐의는 무죄 처리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격자가 사람이면 당연히 이 내용이 배심원에게 전달되겠지만 이 경우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점이 판사의 실수였다. 이 사건은 검찰이 기소 포기를 할지 새로운 재판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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