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김학봉씨 피살 사건(본보 19일자 보도)에 한인사회는 물론 지역 언론과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 지역 주민들은 범인 이 김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불에 태우는 엽기적인 수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범행 동기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시신이 김씨의 것이라는 경찰 발표가 있은 후 ABC, NBC 등 지역 방송은 18일 저녁 뉴스 시간에 사건을 다시 자세히 보도했으며 워싱턴 포스트도 19일자 메트로면에서 “김씨가 아픈 고객의 병원을 방문하는 등 선량한 사람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독자들의 제보를 요청했다.
▲범행 수법
시신이 너무 불에 타 초동 수사때 성별을 구별하지 못했던 경찰은 부검후 피해자가 외상에 의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중요한 것은 범인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신을 불에 태우는 잔혹하고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점. 경찰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확인하더라도 지체하게 만들어 도주할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범인이 밴을 끌고 멀리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경찰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14일 저녁 세인트 마이클 성당 근처 숲에서 연기나 불빛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 범행 동기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김씨가 원한을 살 만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1980년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손수 목수일을 배워 건축업을 시작한 김씨는 덱을 만들고 전기와 플러밍을 고치는 등 재주가 많은 기술자였고 손님들의 만족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할 만큼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는 것.
가족들은 그가 “일을 무척 사랑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의 생활이 이러했기에 혹시 김씨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히스패닉 직원들과 사소한 다툼 끝에 이런 변을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대두되고 있다.
김씨는 당시 락빌에 소재한 모 연방 수사관 집을 수리하고 있었고 사건을 당한 날 아침에도 일을 하기 위해 나갔다는 점에 비추어 김씨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건축용 밴이 없어진 점도 이러한 생각에 어느 정도 근거를 보태고 있다.
또한 사건 발생 얼마 전에 김씨가 히스패닉 직원 두 명을 해고했던 것으로 알려져 원한에 의한 범죄의 가능성을 크게 만들고 있다.
▲ 한인사회의 반응
한인사회는 흉악한 범죄의 대상이 한인이었다는 점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
한인연합회의 김영근 회장은 “한인 타운이라고 불리는 애난데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불안해서 못살겠다. 한인회 차원에서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현재는 정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태”라며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대현 북버지니아한인회장은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소수계를 타겟으로 한 증오범죄라면 이것은 한인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한인단체들이 똘똘 뭉쳐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불에 탄 시신이 한인이라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악랄한 수법으로 김씨를 살해한 범인을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한인사회 차원에서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가족들 반응
김씨의 신원이 확인되자 충격과 비통에 휩싸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김씨의 아들이 출석하고 있는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 성도들과 친척들은 18일 저녁 김씨 집을 방문, 예배를 가졌다.
예배에 참석했던 한 한인은 “가족들이 김씨가 실종된 후부터 불행한 사태를 예고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듯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며 “큰아들이 교사로 있던 버지니아 한인침례교회 영어권 학생 등 30여명이 찾아와 이들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장례식 일정
장례식은 22일 저녁 8시 훼어팩스 메모리얼 파크에서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 문정주 목사(영어권 담당)의 집전으로 열리며 하관예배는 같은 장소에서 다음날인 23일 오전 10시에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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