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로 계속 되는 더위를 잊고 싶은 요즘이다. 당장 입에서 맛있다고 자극적이고 차가운 음식들을 계속 먹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은 거북해지고 입맛은 황폐해지기 쉽다. 이럴 땐 오히려 소박한 밥상이 해결책. 간소하게 차려먹는 밥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찰음식이다. 웰빙과 유기농으로 무장한 요즘 라이프 스타일과 맞아 떨어져 이미 한국에서는 사찰음식 전문점이 여러 곳 생겨날 정도로 인기이며 건강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무짠지(위쪽)과 오이지
파·마늘·부추·달래·무릇등 자극적 양념 사용안해
더운 날엔 뜨겁고·짜고·신것이 몸에 좋아 짠지나 장아찌로
사찰음식은 몸에 좋은 채식을 위주로 하고 조리법이 무척 간단하며 무엇보다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 그래서 그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화학 조미료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우리네 입맛에는 조금 밍밍하다 싶을 정도인데 그 이유는 오신채라 불리는 파, 마늘, 부추, 달래, 무릇 등 자극적인 양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버섯, 산초, 다시마, 들깨, 콩, 참죽 같은 천연 재료를 말리고 곱게 갈아 화학조미료 대신 음식의 맛을 낼 때 사용하는데, 국물 맛을 낼 때, 나물 무침에 감칠맛을 더할 때 쓰기도 한다.
더위로 입맛이 깔깔해진 요즘, 소박하고 간소하게 차린 사찰음식으로 가족들의 입맛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날이 더운 여름, 사찰에서는 미끈미끈하고, 뜨겁고, 짜고, 신 것을 먹는 것이 몸에 좋다하여 싱싱한 오이나 무를 소금물에 오랫동안 담가두어 맛을 낸 장아찌를 만드는데, 처음 만들 때 수고스럽지만 일단 한번 만들어 두면 한여름 내내 입맛을 살려주는 밑반찬으로 든든하다.
오이지를 담글 때는 연두색의 통통하고 짧은 재래종이 적당하며 팔팔 끓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져 단지에 담고 남은 소금물을 붓는데 간이 알맞아야 제 맛이 난다. 맛있는 오이지를 담그려면 물과 소금의 비율을 4:1로 하는 것이 적당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젖산균이 생겨 굳이 식초를 넣지 않아도 새콤하면서도 아삭아삭한 맛이 난다.
소금물에 오이 대신 무를 담가 익히면 무짠지가 되는데, 오이지나 무짠지 모두 꺼내 물에 헹궈낸 다음 고춧가루와 설탕 약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내면 맛있는 무침이 된다.
또 차가운 물에 식초를 적당히 넣은 다음 무짠지와 오이를 적당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풋고추 살짝 띄워내면 여름에 제격인 냉국이 된다.
또한 여름에는 식물이 그 영양분을 아직 뿌리에 저장하는 시기가 아니고 잎에 가지고 있으므로 상추, 깻잎, 시금치 등 잎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향긋한 깻잎은 된장을 골고루 발라 물엿을 부어주면 입맛 없을 때 꺼내먹기 좋은 밑반찬으로 제격이고, 좀더 간단하게는 싱싱한 상추, 깻잎 위에 고슬고슬 갓 지어낸 밥 한술 올리고 쌈장 듬뿍 얹어 먹으면 고향 대청마루에서 먹던 옛 밥상이 절로 떠오른다.
이밖에도 노각(늙은 오이), 알감자, 꽈리고추 등도 사찰의 여름 음식으로 주로 해먹는 반찬거리. ‘선재스님의 사찰음식’에서 뽑은 깔끔하고 담백한 여름 반찬 레서피를 소개한다.
유기농 음식들 웰빙 따로 없네
사찰식 여름 반찬
★노각무침
▲재료: 노각(늙은 오이) 500g, 소금 약간, 양념장(고추장 2큰술, 설탕 1/2큰술, 식초 1큰술, 통깨 약간), 참기름 약간
▲만들기: 노각은 껍질을 벗기고 씨 부분은 없앤 후 채 썬 다음 소금을 뿌려 살짝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다. 고추장에 설탕, 식초, 통깨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노각을 양념장에 살살 버무린 후 참기름을 넣는다.
★말린 도토리묵 볶음
▲재료: 말린 도토리묵 1봉지, 꽈리고추 4개, 들기름 2큰술, 진간장 2큰술, 물엿 1큰술
▲만들기: 도토리묵은 끓는 물에 삶아 부드러워지면 건진다. 잘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도토리묵을 넣어 볶다가 진간장, 물엿을 넣고 마지막으로 꽈리고추를 넣는다. 팬의 뚜껑을 잠시 덮어 부드러워지도록 익히고 국물이 졸아들면 불을 끈다.
★알감자 조림
▲재료: 알감자, 올리브유 4큰술, 진간장 4큰술, 물엿 2큰술
▲만들기: 알감자는 씻어서 물기를 뺀다.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감자 껍질이 쪼글쪼글해질 정도로 볶는다. 감자에 푸른색이 돌 경우 한번 삶은 후 볶는 것이 좋고, 기름기를 싫어할 경우 데친 후 조린다. 어느 정도 볶아졌을 때 진간장을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국물이 반쯤 졸아들면 물엿을 두 세 번에 나눠 넣는데 뒤적이면서 껍질이 벗겨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깻잎 장아찌
▲재료: 깻잎 30묶음, 된장 2컵, 물엿 1/4컵
▲만들기: 깻잎은 깨끗이 씻어 차곡차곡 포갠 후 물기를 털어 단지에 담는다. 깻잎이 보이지 않게 된장을 골고루 펴 담고 그 위에 물엿을 부어 된장이 잘 스며들게 한다. 4-5일 후부터 먹기 시작한다.
★꽈리고추 무침
▲재료: 꽈리고추 200g, 고춧가루 1큰술, 집간장 1/2큰술, 통깨 1큰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꽈리고추는 양념이 잘 배도록 양끝은 자른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꽈리고추를 충분히 볶은 후 뚜껑을 덮고 숨이 죽을 정도로 조금 더 익혔다가 고춧가루, 집간장, 통깨를 넣고 무친다.
★무짠지
▲재료: 무 20개, 굵은 소금 2컵
▲만들기: 무는 중간 크기보다 조금 작은 재래종 짠지용 무를 고른다. 무는 자잘한 실털 등은 그대로 두고 상처가 나지 않게 잘 다듬는다.
굵은 소금에 굴려 잘 절인 다음 소금물을 무가 덮일 만큼 붓고 무가 뜨지 못하게 짚으로 위를 덮어 김칫돌로 눌러둔다.
오이냉국과 무짠지 냉국
★오이냉국
▲재료: 오이지 4개, 풋고추 2개, 고춧가루, 식초 약간씩
▲만들기: 오이지는 물에 헹군 다음 송송 썰어 다시 한번 찬물에 넣어 헹군다. 풋고추도 송송 썬다. 찬물에 식초를 넣어 맛을 낸 후 오이지와 풋고추를 띄운다. 고춧가루를 조금 뿌린다.
★무짠지 냉국
▲재료: 무짠지 1개, 풋고추 2개, 고춧가루, 식초 약간씩
▲만들기: 무짠지는 곱게 채 썰어 물에 헹궈 소금기를 뺀다. 풋고추도 송송 썬다. 찬물에 식초를 넣어 맛을 낸 후 무짠지와 풋고추를 띄운다. 고춧가루를 조금 뿌린다.
★무짠지 무침
▲재료: 무짠지 1개, 고춧가루 1큰술, 설탕, 통깨 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무짠지는 가늘게 채 썰어 물에 담가 짠기를 뺀 후 꼭 짠다. 손질한 무짠지에 고춧가루, 설탕, 통깨를 넣어 무친 후 참기름을 넣는다.
★오이지
▲재료: 오이 30개, 소금 1컵, 물 4컵
▲만들기: 오이는 몸체가 갸름한 짠지용으로 골라 잘 씻는다. 물과 소금을 4:1 비율로 넣고 끓인 물에 오이를 담갔다 바로 건져 단지에 담고 돌로 눌러 놓은 다음 뜨거운 소금물을 그대로 붓는다.
★오이지 무침
▲재료: 오이지 4개, 고춧가루 1/2큰술, 설탕, 통깨, 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오이지는 송송 썰어 물에 헹궈 짠기를 뺀 후 꼭 짜서 물기를 없애고 고춧가루, 설탕, 통깨를 넣어 무친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른다.
★무 고추장 장아찌
▲재료: 동치미 무 5개, 고추장 5컵, 갖은 양념 (고운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통깨 약간씩)
▲만들기: 동치미 무는 건져 채반에 널어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 고추장에 박아둔다. 서너 달 정도 지나 무에 간이 배면 꺼내 여분의 고추장은 훑어내고 납작하게 썰어 갖은 양념에 무쳐낸다.
★오이 고추장 장아찌
▲재료: 오이지 10개, 고추장 3컵, 갖은 양념(고운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통깨 약간씩)
▲만들기: 오이지는 채반에 널어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 고추장에 박는다.
서너 달 정도 지나 간이 배면 여분의 고추장을 훑고 먹기 좋게 썰어 양념에 무쳐낸다.
글 :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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