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 신경전달 물질 분비 늘어 기분 좋아져
충동 조절 못하고 폐인될 때 까지 빠져들어
여천기 정신과 전문의는 “도박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약물을 사용한다든지, 정신과적 치료라든지 이렇다할 큰 치료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로토도 하나의 도박으로 심각하게 빠지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데도 주 정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도박을 장려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왜 도박에 중독되는지 명쾌한 해답이 없었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도박 중독도 알콜 중독처럼 명백한 뇌질환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다. 보통사람과 도박에 중독이 된 사람과의 두뇌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도박 중독자의 뇌 연구는 다른 중독 장애와 도박중독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구분할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를 개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신경계 이미징 테크닉과 신경 전달 물질에 대한 이해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갬블러들의 두뇌의 고유한 보상 체제와 대뇌 전두엽에 특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심지어는 성격이나 유전자가 어쩌면 보통 사람과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조차 나오고 있다.
UCLA의 갬블링 연구 프로그램의 티모시 퐁 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적 도박은 두뇌의 질병”이라며 “하지만 원래 그렇게 타고났는지 아니면 도박을 너무 많이 해 두뇌에 영향을 준 것인지에 대해 아직 그 해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도박중독, 혹은 병적 도박은 도박을 쉽게 중단할 수 없으며 삶이 망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도박을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증세를 보인다. 가히 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삶이 피폐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갬블러가 아닌 인구 중 4.2% 정도가 파산신청을 하는 것과는 달리 병적 도박자 중에서는 20% 정도가 파산신청을 하며 갬블러가 아닌 보통사람보다 자살률도 4배나 더 높다.
지난 25년간 병적 도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두뇌는 어떠한 행동에도 중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뇌의 보상심리 때문에 중독이 될 수 있다. 돈을 잃거나 크레딧 카드를 잃거나 사람들은 마약이나 약물을 갈망하듯이 도박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천기 정신과 전문의는 “돈이 다 떨어지거나 경제적인 파산에 이르기 전까지는 자신이 도박중독에 빠졌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며 “도박중독은 충동장애로 자기가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으로 아직까지 연구 중에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많은 연구들이 도박 중독자들의 전두엽 뇌 활동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증상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을 발생하는 데 필요한 기초 신경절의 활동을 줄일 수 있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도박 중독자에게서는 보통사람과는 달리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전적인 소인은 뇌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끼치는데 만일 도박으로 보상받는 것이 민감하게 느껴져 도박이 도파민 발생작용에 자극이 되면 위험한 사이클의 반복을 초래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도박으로 돈을 따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도파민 생성으로 이어져 더 많은 도파민 생성에 도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자극이 된다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신경학’ 최신호에서도 파킨슨병 치료제로 쓰이는 도파민 작용제가 도박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돼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도박중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도박을 하면서 똑 같은 흥분을 느끼지만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게 도박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컨트롤 할 수 없게 되는지에는 성격 차이도 하나의 이슈로 보는 관점도 있다. 지난달 정신의학전문지 `아카이브즈 오브제너럴 사이카이어트리’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도박 중독자는 위험감수나 충동적인 성격등 다른 중독 장애의 특성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중독의 특징적 증상
“한번 크게 따고 그만 둔다”큰소리
▽‘이번에는 내가 딴다’는 생각을 한다.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욕구 때문에 도박을 못 끊고 혼자 힘으로는 끊을 수는 없다.
▽한번만 크게 돈을 따게 되면 그만하겠다고 종종 말한다. 하지만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쏟아 부을 때까지 헤어나오지 못한다.
▽도박으로 가족의 인생을 망치고 경제적인 안정까지 파괴되기도 하는데, 그런 위기해결을 위해서라며 도박에 다시 손대기도 한다.
▽직장이나 가정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도박에 탐닉한다. 또는 비밀리에 도박장에 간다.
▽도박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해, 도박을 끊겠다고 맹세를 하곤 하지만 곧 다시 도박에 손을 댄다.
▽각종 청구서에 지불해야 할 돈을 갖고도 도박에 빠지며 자신의 물건을 내다팔기도 한다.
▽이겨서 돈을 땄어도 더 큰 승산을 위해 자꾸 도박을 하게 된다.
약물-정신과 치료 효과없어… ‘단도박 모임’ 참석 도움
아직까지 명쾌한 도박 중독에 대한 치료법은 알려진 바 없다.
지금까지는 도박 중독에 대해 인지행동치료에 의존, 도박 중독자들이 충동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돕는 요법이 주를 이뤘다. 여천기 전문의는 “도박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약물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물로 도박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경 생물학적인 장애로 이해되면서 치료법에서도 좀더 새롭고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마취성 길항제인 날트렉손(naltrexone)이란 치료제에 관한 초기 연구에 따르면 도박을 하려는 강한 충동을 줄여주며 도박을 하고 있을 때는 도박에 대한 만족감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간에 부담을 주는 등 부작용이 있어 문제.
또한 항우울제나 감정안정제도 사용되기도 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도박중독 후 2차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세가 나타나면 항우울제를 처방해 먼저 치료한다. 또한 가족과 경제적인 상황 및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도박을 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다. 도박에도 알콜 중독자 모임(AA)처럼 단도박모임(GA·Gamblers Anonymous)이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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