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인권탄압에 침묵하는 이유’를 읽고
▶ 조화유 작가, 영어교재저술가
한국일보 8월12일자 오피니언 난에 실린 황종규 씨의 글 ‘북한 인권탄압에 침묵하는 이유’는 ‘A little knowledge is a dangerous thing’(조금 아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라는 속담을 생각하게 한다. 황 씨는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황 씨의 글에는 ‘미국의 탐욕’이란 말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무엇이 미국의 탐욕인지 전혀 설명이 없다. 그는 “미국의 탐욕 때문에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6.25전쟁까지 겪었으며 이 분단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남한 군사 정권은 인권을 탄압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했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황 씨는 한반도 분단 과정, 6.25전쟁 발생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면 관계로 자세히 설명을 할 수가 없는 게 유감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소련은 1945년 8월8일 일본에 선전 포고를 했다. 그 때는 이미 일본이 미국 원자탄 2개를 얻어맞고 항복하기 7일 전이었다. 미군은 당시 지리적으로 중국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대문에 종전 후 중국 내의 일본군 무장해제를 소련군이 맡기를 원했다.(나치 독일과의 전쟁 때 소련과 미국은 동맹국이었다) 한편, 미군은 일본과 한반도를 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소련군이 만주로 밀고 내려오면서 한반도까지 밀고 들어갔다. 이에 당황한 미국은 8월11일 소련에게 한반도의 중심선인 38도선까지만 내려가라고 권고했고 소련은 이를 수락했다. 만일 이때 미국이 38선을 그어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소련이 한반도를 다 점령했을 것이고, 오늘날 황씨나 나나 모두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장군 받들고 사회주의 낙원에서 우리식대로 살자”고 읊고 나서 강냉이죽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미국이 일본 식민통치로부터 구해주었다. 김구선생이나 김일성이 일본을 몰아낸 것이 아니다. 소련은 더더구나 아니다. 바로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패배시켰기 때문에 한반도가 저절로 해방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 민족의 은인이다. 미국은 한반도에 총선거를 실시해서 미국식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했으나 북한을 점령한 소련이 북한을 공산주의 위성국가로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에 남북한 통일선거를 거부했다. 그래서 남북이 분단되었다. 미국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소련의 탐욕 때문이었다.(소련은 그 당시 동유럽 여러 나라를 전부 자기네 위성국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황씨는 미국의 탐욕 때문에 남북이 분단되었다고 북한정권의 주장을 앵무새같이 되풀이하고 있다.
또 황 씨는 6.25도 미국의 탐욕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는데,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공개된 소련 비밀 외교문서를 보고 온 미국의 캐스린 웨더스비 교수에 의하면,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48번이나 전문을 보내 남침을 허락하고 지원해달라고 졸랐다. 스탈린은 미국의 참전을 우려해 전쟁을 원하지 않았으나 김일성이 속전속결에 의한 남한점령을 장담했기 때문에 전쟁 개시 4개월 전에 최종 승낙을 해주었다. 남한이 침공되자 미국이 참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네가 일본으로부터 구해준 한반도에 세워준 나라 대한민국이 적화될 판인데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국은 한반도에 참전할 ‘권리’가 있었고, 1945년에 이어 1950년에도 다시 한번 우리를 구출해주었다.
황 씨는 옛날에 탭흐트-갓쓰라 밀약으로 미국이 우리를 일본 식민지로 밀어 넣었다고 하는데, 역시 역사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속단을 내린 것 같다. 그 협약은 1905년 7월에 조인되었다. 그때 조선왕조는 이미 몇 달 후 일본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본에 먹혀가고 있었다. 그 조약이 강요된 것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UN 같은 국제 제재 기구가 없었던 그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힘센 나라들을 제재할 수단이 거의 없었다. 강국들은 다 자국 이익을 좇아 행동할 따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조선왕조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당시 미국은 오늘과 같은 세계 최강국이 아닌 반면, 일본은 그 때 중국(청) 및 러시아와 전쟁을 해서 이긴 신흥강국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무능한 조선왕조의 어디가 예뻐서 자국의 이익을 버리면서까지 일본을 제재했겠는가? 우리가 일본 식민지가 된 것은 순전히 우리 조상 탓이다. 우리 조상들이 일본같이 일찌감치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부국강병책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국제사회에서 약육의 신세가 되었을 뿐이다.
황 씨는 모택동의 모순론을 한반도 상황에 억지로 갖다 붙이고 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는 “남한이 북한처럼 가난하고 북한이 남한처럼 부유하다면 남한에도 북한과 같은 인권 탄압이 없었겠느냐?”는 해괴한 주장을 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난한 나라 지도자는 반드시 국민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논리는 처음 들어본다. 김정일 정권이 인권 탄압을 하는 것은 독재권력을 자손 만대에 독점하기 위해서이지, 인민이 가난해서 탄압하는게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정자가 국민을 탄압하는 것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북한도 남한처럼 선거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면 왜 지도자가 인권탄압을 하겠는가? 순진한 논리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반도 문제는 김정일이 독재 포기하고 민주주의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민주주의 하는 나라를 미국이 침공하는 것 본일 있는가?
마지막으로, 황 씨 논리를 따르면 미국의 탐욕이 낳은 것이 대한민국인데, 왜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몇십 배나 잘 살고 있는가? 결국 ‘미국의 탐욕’은 우리한테 이로웠다는 얘기가 아닌가? 황종규 씨는 왜 그렇게 탐욕스러운 나라 미국에 와 있는지 묻고 싶다.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미국 심장부에서 김정일의 나팔수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자유의 나라 미국이니까 황씨의 글이 신문에 실렸지 그가 평양에서 미국 옹호하는 글을 썼다면 신문에 실리기는커녕 그는 쥐도 새도 모르게 요덕 수용소로 끌려가 쥐나 뱀을 잡아먹고 있을 것이다. 제발 자유의 나라 미국에 사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기 바란다.
조화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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