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면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개학을 하고 신입생들은 새로 입학하는 대학의 기숙사를 향하여 희망의 이사를 하게 된다. 신입생들은 먼저 캠퍼스의 광대함에 자신이 무척 작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부모 곁을 떠나 법적인 성인으로 첫 출발하면서 신입생들이 겪을 ‘문화적 충격’에 대하여 몇 가지 조언을 해본다.
대학 신입생들이 겪는 첫 문화적 충격은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우선 교수들의 강의 스타일이 고등학교 선생님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교수들은 떠 먹이는 식의 교육을 하지 않는다. 어떤 교수는 아예 교과서가 없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어려운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은 살아남는 것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형편없는 학점을 받게 된다.
하루만 강의를 빠져도 금방 뒤쳐지게 되고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숙제는 무지하게 많으며 시험문제는 정말 어렵다. 또한 교수들은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학점을 봐주지 않으며 시험 성적이 나쁘다고 절대로 야단치지도 않는다.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옆에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강의만 따라가려 해도 도저히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소위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꼭 잘해서 성공해야 한다’라는 주위의 기대감이 커다란 부담으로 느껴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보다 우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누구나 겪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효과적인 공부 방법과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공부에 시간을 많이 쏟으라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늘 책을 공부하는 데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대부분 공부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용감하게 교수들을 찾아가서 공부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또한 대학에서의 부정행위는 엄격히 처벌됨을 알아야 한다.
대학 신입생들이 경험하는 또 다른 충격은 자신의 공부나 생활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지도 교수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적인 고민에 대하여 상담하기 힘들며 교수들은 항상 연구에 바빠서 학생들과 만나는 것을 반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대학 4년이 긴긴 세월 같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시원하게 옆에서 조언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지고 이와 동시에 시간은 더욱 빨리 지나가게 된다.
다른 학생들은 잘 해나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공연히 뒤쳐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국 같으면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함께 술도 마시고 하면서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가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관심도가 떨어지게 된다. 집에서 먼 곳에 떨어진 대학에 다니는 자녀라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늘 파악하며 지내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학 신입생들 자신이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대학생활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부모의 역할은 이러한 점을 자녀들이 알도록 조언해주고 끊임없이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실하고 착하기만 한 우리 한인 2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조교나 교수를 찾아가는 적극성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대학 교수 중에 자신을 위하여 좋은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교수를 졸업 때까지 적어도 세명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특히 여름방학 때 교수의 연구실이나 대학 외의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대학생 자녀들이 어느 날 자신의 전공을 바꾸겠다고 말할 때 부모들은 너무 놀라지 마시라. 대부분 그런 경우, 자녀들은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생각 끝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것이므로 너무나 황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의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자녀들은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하고 슬기롭고 강인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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