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들 극히 드문 해프닝, 인디문화 매도 안돼…당사자들 고개 숙인 것은 문제
’카우치’가 저지른 퍼포먼스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되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을 마약 복용자, 정신이상자로 치부해 패륜아로 몬다거나 나아가 인디 문화 전체에 저질 퇴폐의 낙인을 찍는 것은 무지에 기반한 또 하나의 거대한 폭력이다.
MBC의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인 ‘음악방송’에서 인디 밴드 ‘카우치’가 성기를 노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음악평론가 2명이 ‘필름 2.0’이라는 영화 주간지에 성기 노출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글을 기고했다. 음악평론가이자 한국대중음악연구소장인 강헌씨와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작가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그 후에 벌어진 숱한 폭력들의 정체’와 ‘펑크는 테러가 아니라 펑크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사건은 인간이 만드는 TV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헌씨는 ‘음악캠프’에 인디 밴드를 추천하는 ‘전문가 5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카우치’를 게스트로 초대한 ‘럭스’를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 이후 가장 뛰어난 펑크밴드로 소개하고 ‘카우치’는 자신들의 자유분방한 퍼포먼스가 동료 밴드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은 숙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재능있는 밴드가 동료의 실수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매도당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건 직후 보여준 MBC에 태도는 문제 클럽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직접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 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카우치’의) 두 청년과 출연 밴드(’럭스’)가 사전에 모의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발표를 하며 모든 죄를 아무 힘도 없는 ‘미친 놈들’에게만 떠넘기려는 안간힘을 보였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 사건은 인간이 만드는 TV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의 하나일 뿐이라면서 기존 질서와 기성 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출발한 록과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펑크신에서 성기 노출 퍼포먼스는 최근의 ‘그린데이’나 ‘레드 핫 찰리 페퍼스’에서 길게는 사십여 년전 ‘도어스’의 짐 모리슨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로 잰듯한 고도 효율성의 시대에 예술가가 옷을 벗는다는 것, 그것은 숨막힐 듯한 합리성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이자 자연 그 자체의 본능적인 회귀를 표출하고자 하는 극한적인 표현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이 청년들의 ‘객기’도 그런 차원에서, 즉 결코 권장할 수는 없지만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시선으로 보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서로 끌려간 뒤에 ‘카우치’가 보여주었던 ‘약한’ 모습들에 대해서는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이들은 확신범이라며 성기까지 내보인 이들이 경찰과 기자들 앞에서 얼굴을 숙이는 것은 자신의 문화적 행동이 철학적 깊이 없이 그저 한 번 저질러 본 난동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작가씨 역시 ‘카우치’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 ‘카우치를 비판에 동참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생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는 일반 대중의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 김씨는 그들은 어쩌면 ‘정치범’이 될 수도 있었지만 고개를 처박고 얼굴을 가리는 순간 ‘파렴치범’이 되어 짐 모리슨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로 이어지는 ‘노출을 통한 시위’라는 면죄부를 계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우치’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펑크’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카우치’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펑크의 특성상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펑크의 창시자 ‘섹스 피스톨스’를 예로 들며 그들(펑크 밴드)은 파시즘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나치 마크와 욱일승천기를 착용하는 식으로 자신을 스스로 혐오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하고자 하는 얘기를 했다면서 그걸 본 사람들은 ‘저 새끼들 미친 거 아냐’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 번 파시즘의 폐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반어법을 통해 어느 직설화법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법이 최고이던 시절에도 이민족을 재판할 때 로마인들을 우선 그들의 풍속을 안 후에 벌의 경중을 결정했는데, 대중은 상식의 잣대에서 이 비상식적인 사건을 재단하?비난할 뿐, 문화적 배경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성기 노출 사건을 둘러싼 대중의 논란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이번 사고의 여러 정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6하원칙의 조서 따위는 의미가 없다면서 그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냥 펑크다. 이과율에서 벗어난 부족이 벌인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다. 사전 모의요 업무 방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펑크를 아는 개라면 진짜 웃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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