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할일
빠르면 8월 중순, 늦어도 9월 초에는 시작하는 대학 프레시맨 생활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랩탑, TV, 미니 냉장고, 알람시계 등을 바리 바리 준비하느라 한창 정신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물질적인 것들 만일까 ?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기간 집 떠나는, 아직은 어린 듯한 자녀들에게 부모가 줘서 보내야 하는 것은 크레딧 카드와 깨끗한 침대시트와 밤참으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 등에 그치는 것일까?. 2회 시리즈를 통해 대학 신입생들에게 진정 줘서 보내야 할 것들을 알아본다.
‘연민’은 버려라…
자녀 제쳐놓고 사사건건 설쳐대는
요즘은 배달되는 광고지마다 백투 스쿨 세일이 한창이다. 특정 프랜차이즈 업소에서는 결혼선물 등록 리스트처럼 한곳에 들려 학생이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대학 근처 업소에서 학교 기숙사로 배달도 해주고 UPS로 우송도 해준다.
상술, 마케팅이 발달된 세상이니 만큼 필요한 물건을 못 골라서 안달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도 없고 학교 당국에서도 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집으로 배달해 주거나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으니 무엇을 가지고 가야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다.
문제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나 태도이다. 미 전국의 대학 당국들은 학부모들에게 “제발 약한 것들을 향한 대책없는 연민은 버리라”고 부탁하고 있다.
자녀는 제쳐두고 사사건건 나서서 만사를 해결하려 드는 ‘헬리콥터 학부모’들 때문에 행정이 마비될 정도로 골치라는 것이다.
기숙사로 떠나는 프레시맨 자녀에게 진정 줘서 보내야 하는 것은 독립심과 책임감이라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신입생 강의 등록 오피스에 학생보다 학부모가 더 많이 눈에 띄고 오리엔테이션에도 학생 수만큼이나 학부모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다. 이들 학부모들은 담당교수와 행정직원, 카운슬러는 물론 기숙사 룸메이트까지 직접 만나 자녀 대신 ‘직거래’를 틀려고 설쳐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몇 년전부터 시작됐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매년 그 열기가 더 거세진다고 월스트릿 저널지는 보도하고 있다.
물론 학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면 위스콘신 랜드 오 레이크에 거주하는 매리 애나 학부모의 케이스다. 그는 아들의 전화음성을 듣고 아이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엄마는 학교 내 보건소로 가라고 지침을 줬고 그 곳의 직원은 테스트를 위해 병원에 보냈다. 그러나 테스트 후 아이는 심하게 아픈 데도 다시 혼자 기숙사 방으로 보내졌다. 애나는 당장 기숙사에서 아들을 픽업했고 며칠을 입원시키고 간호해서 다시 기숙사로 돌려보냈다. 신입생 아들은 심한 폐렴이었다.
이처럼 부모가 헬리콥터 작전을 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의 지나친 연민과 에고가 아이를 대신해서 설쳐대면서 청년의 독립심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학부모들을 위해 버몬트대학 같은 몇몇 대학당국은 학생들은 따로 제쳐놓고 학부모만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특별히 개최하는 가하면 학부모 전화나 전자메일만을 전담하는 풀타임 직원을 고용하거나 부서를 따로 만들기까지 한다.
또 학생은 오지 않고 부모만 나타나서 전공 정하고 강의 코스 정해서 등록하는 학부모에게는 ‘ 부모는 돌아가고 학생이 직접 와서 하라’고 얘기를 하면 ‘아이는 지금 여행가고 없다’며 캠퍼스 카운슬러, 튜더링, 의료시설 정보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신입생 중에는 등록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혼자 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가하면 카운슬러와 학사과정이나 과목선택을 논의 하다가 혼돈되거나 잘못 알아들으면 얼른 셀폰이나 스피드 다이얼을 돌려 ‘우리 부모와 얘기 하세요’라며 전화기를 카운슬러에게 건네는 사례도 목격된다.
이를 두고 조지아대학 리차드 물렌도르교수는 ‘현대의 셀폰은 잘라지지 않은 가장 긴 탯줄’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는 또 ‘대학은 학사제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니며 학부모는 자녀의 학사학위를 매입하는 소비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사전에 점검할 사항
대학 당국들은 학부모들에게 이런 기본만은 가르쳐서 보내라고 부탁하고 있다. 둥지를 떠나는 새를 위해 학부모들이 사전에 조율해야 하는 준비사항은 다음과 같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거나 협상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이 제 ‘밥상’을 차려줄 것을 기대하는 신입생들이 많다. 아니 밥숟가락까지 떠먹여 줄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밥상’은 자기 스스로 차려서 직접 떠먹어야 한다.
◆물건과 공간을 나눠 쓸 줄 알아야 한다.
모난 사람, 정을 못주는 사람, 매사에 삐딱한 사람등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아량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물건과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물질과 광의의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편하다.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아는 기본기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밤중에 타인에게 기숙사 방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든가 과도한 음주, 마약 등에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지출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인기를 얻는 것보다 성실하게 사는 것이 더 값지다. 인기란 생활의 부산물이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부모 돈 풀어서 인기 얻고 사치하는 것은 인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부하고 먹고 자고 노는 습관이 건강해야 한다.
데이트가 장식품이 돼서는 안된다. 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다. 잘 먹고 잘 자야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