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최규용/메릴랜드대학 화공과 교수
9월이면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개강하게 되고 신입생들은 부모님들과 함께 새로 입학하는 대학의 기숙사를 향하여 희망의 이사를 하게 된다.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첫날, 캠퍼스의 광대함에 자신이 무척 작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부모곁을 떠나 엄연한 법적인 성인으로서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게 될 대학 신입생들이 대학에서 겪을 새로운 ‘문화적 충격’에 대하여 그들 자신과 그 부모님들을 위하여 몇가지 조언을 해본다.
대학 신입생들이 겪는 첫 문화적 충격은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우선 교수들의 강의 스타일이 고등학교 선생님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교수들은 떠먹이는식의 교육은 하지 않는다. 어떤 교수는 아예 교과서가 없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어려운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은 살아남는 것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형편없는 학점을 받게 된다. 하루만 강의를 빠져도 금방 뒤에 쳐지게 되고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숙제는 무지하게 많으며 시험 문제는 정말 어렵다. 또한 교수들은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학점을 봐주지 않으며 시험 성적이 나쁘다고 절대로 야단 치지도 않는다.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옆에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강의만 따라가려 해도 도저히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소위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꼭 잘해서 성공해야한다’라는 주위의 기대감이 커다란 부담으로 느껴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보다 우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누구나 겪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려면 효과적인 공부방법과 습관을 가져야 한다. 즉, 무조건 공부에 시간을 많이 쏟으라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하는데 촛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늘 책을 들여다 보며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대부분 공부 방법이 잘 못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용감하게 교수들을 찾아가서 공부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또한 대학에서의 부정행위 (숙제와 시험)는 엄격히 처벌됨을 알아야 한다.
대학신입생들이 경험하는 또다른 충격은 자신의 공부나 생활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도교수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적인 고민에 대하여 상담하기 힘들며 교수들은 항상 연구에 바빠서 학생들과 만나는 것을 반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친구도 만들기 쉽지 않다. 대학 4년이 긴긴 세월 같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대학 졸업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시원하게 옆에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지고 이와 동시에 시간은 더욱 빨리 지나가게 된다. 다른 학생들은 잘도 해나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공연히 뒤쳐지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peer pressure). 한국 같으면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함께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면서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이상은 대학 신입생들이 겪는 ‘문화적 충격’의 극히 일부라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자녀가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관심도가 일단은 떨어지게 된다. 집에서 먼 곳에 떨어진 대학에 다니는 자녀라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늘 파악하며 지내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학 신입생들 자신이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대학생활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부모의 역할은 이러한 점을 자녀들이 알도록 조언해주고 끊임없이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실하고 착하기만 한 우리 한인2세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라는 것이다.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조교나 교수를 찾아가는 적극성을 스스로 개발해야한다. 대학교수중에 자신을 위하여 좋은 추천서를 써줄수 있는 교수를 졸업때 까지 적어도 세명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특히 여름 방학때 교수의 연구실이나 대학외의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도록 한다. 또한 대학생들을 위한 각종 장학금이 무수하게 많이 있으나 이를 찾아보고 지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신의 적극성을 키우는 측면에서도 많은 장학금 지원을 해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대학생 자녀들이 어느날 자신의 전공을 바꾸겠다고 말할 때 부모님들은 너무 놀라지 마시라. 대부분 그런 경우, 자녀들은 나름대로 많은 연구와 생각끝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것이므로 너무나 황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의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의 대학생 자녀들은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하고 슬기롭고 강인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최규용/메릴랜드대학 화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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